수리 (1-30)

雜技5 - 공식과 정석이란 선물

by 바보



30.




'응 바둑돌을 만들어야 놀이터가 되지!'

'바둑돌?'



경수는 왠지 신이 나 있었다

경수는 철판을 막걸레를 찾아 닦아내고 주변을 정리해 놓고는 말했다


'밤톨 저기서 니스 한통 가져와라!'

'니스?....'


경수는 수리가 신경조차 쓰이지 않는듯 모른척 철판 주변에 가져온 자석과 뺑끼통을 정리해 놓고 자재 선반 한쪽 으로가서 투명 테이프 한개를 가져와 이빨로 테이프를 끊어내 철판 네면에 정성스레 붙이기 시작했다


'밤톨~ 이리와! 이것 좀 움직이지 않게 잡아!

장갑 끼고 .... 얼른 서둘러 봐'

'아! 형 ... 도대체 뭐ㄹ.....'

'아 그넘 참 ~ 말 많네!'

'자!자!자! 잡았다! 잡았어'

'.... 다음은 뺑끼통 가져 와서 다람쥐통 줄 풀어서 붓으로 발라서 넉 넉 히 흐르지 않을 정도로 줄에다 발라 ... '


수리는 하는수 없다는듯 하라는대로 했다


'다 발랐어'

'줄 한번 튕겨내! 최대한 번지지 않게 해야 해'

'..... 튕겼어'

'그거 일리 가져와! 조심하고.... 여기다 대고 튕겨'

'..... 이렇게?'


수리가 하라는대로 하자 경수는 테이프 한 줄을 조심스레 벗겨내고 다시 수리에게 명령하듯 말했다


'다시 먹줄에 페인트 바르고 튕겨내고 다시 여기 대고 다시한번 튕겨 ... 계속 이렇게 반복하는거야

19번! '

'19번?'


수리는 같은 방법으로 계속 같은 일을 반복하고 나자 경수는 만족 스럽지 않은듯 고개를 젓더니 한참을 아무말 없이 처다만 보다가 뭔가 작심한듯 수리를 보고 다시 말했다

'수리야! 이거로는 기술이 부족해서 안되겠다! ...

그리자! ... 헛 지랄 한거 같다! 제기랄!'

'.....'

'저기 선반에서 쇠자 큰거 두개 가져와 ... 인치하고 센티가 같이 있는 긴 쇠자 있을거야! ...

그거 가져와 .... '

'.... 쇠자? 도대체 형!'

'아무소리 말고 가져와봐 말해줄게? 시간없어!'

'..... 알았어'


수리는 경수 말대로 따라 하면서도 도대체 감을 잡을수가 없었지만 바둑돌을 만든다는 경수 말에 바둑에 관련되 있겠구나 하는 어렴풋한 느낌만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것은 바둑은 안가르쳐 준다고 했는데 도대체 뭐지? 하는 생각에 머리속만 복잡해지고 있었다

그런 수리를 관심도 없다는듯 경수는 다람쥐통을 냅다 던져 버리고 자재선반을 뒤져 뺑끼통 두개와 신나통을 들고 빠르게 돌아왔다


'형! 말 좀 해라!'

'싫어! 후후후 ... 잔말말고 이거나 와서 내 놀이터 마저 마무리 하고 나면 그때 말해줄게!

자 알고 싶으면 빨리 이거나 하라는대로 해'

'... 알았어! 무슨 철판떼기에 뭘 만드는거야?'

'철판떼기~? 이따봐'

'.....'


'이제부터 밤톨! 처음부터 다시 한다!

철판이 검정색이 아니라 그냥 하려 했는데 ... 아니다!

아닌건 아니니까! FM대로 하자!

이 다람쥐통 치워버리고 신나로 철판 닦어라!

빨리 움직여

에이 경화제 안가져왔네 ... 제기랄!'


그렇게 둘은 땀을 뻘뻘 흘리며 칠하고 그리고 닦아내며 한참을 신갱이 하고 나서야 엉성하지만 그럴듯한 노란 바둑판 모양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럴듯 했다


'좀 ....낫네!'

'형 이거 ... 뭐 할라고? 난 이거 순 개털 이잖아?

왼종일 고생만 시켜 놓고선 ... 에이 씨'

'밤톨 이제 이거 니스 바르기 전에 화점 찍자!

저기 형 책상에서 싸인펜 가져와라! ... 검은색!'

'화점은 또 뭐야?

아 놔 ... 정말 시다도 아니고 오늘 도대체 형 뭐야? 왜그러는 거야? .... 찍긴 뭘 또 찍어

쭝국집도 아니고 화점을 찍다니 ... 도대체가....!'


수리는 투털대면서도 경수 말대로 따라했다

경수는 수리가 가져온 싸인펜으로 철판에 점을 찍고나서 수리에게 웃으며 말했다


'밤톨 내가 여기 여기 점 찍은데 이걸로 형이 한 것처럼 .... 똑같이 X표를 해봐!'

'X표?'

'그래 아직 좀 덜마른거 같으니까 ... 번지지 않게 조심해서 그려 넣어봐

.... 그래 그렇지 ... 잘하네 후후후 '

'....?'

'하면서 들어! 니가 지금 그려 넣고 있는게 화점이란 ... 건데 ... 바둑에서는 집 짓는 기준이 되는 9개의 점을 말하는 건데 .... 쉽게 말하면 화점은 ... 너 광화문 알지?'

'... 에이 형 광화문을 왜 몰라! 우리집 옆에 청와대 대문이 광화문이지 .... 124군 부대 빨갱이 넘어온데가 자하문이고 .... 뻐찌 따먹으러 가는데.. 거기 뒤 산에는 같다가 군인들 초소를 됬다 많고 ...

그 밑이 박정희 대통령 사는 집이잖아?'

'맞아! 그럼 남대문 동대문은?'

'에이 형 장난해? 내가 서울온지 얼만데!'

'그렇지 남쪽에 있는 대문이 남대문 동쪽에 있는 대문은 동대문인것처럼 광화문을 중심으로 네곳의 대문 같은곳이 네 귀의 화점이고 광화문은 그 중앙 즉 천원이라 하는 화점이야'

'천원? 오십원도 아니고 천원?'

'까불지말고 들어?'

'까부는거 아니야! 천원이라며?'

'... 너 한자 배우지? 한문이 다른 글자로 천원이라 하는거고 ... 바둑판의 제일 집을 짖기 좋고 살기 좋은 곳의 기준이 되는곳을 화점이라 해'

'....'

'너 덕수궁이나 경복궁 같은 좋은 궁궐은 전부 어디에 있어?'

'......'

'다 대문안에 있지? 대문 안에 우리들이 사는 집이 있는 것처럼 .... 집 짓기 좋은곳이란 말이야'

'아.... 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살기 좋은곳이란 말이네 그지?'

'그래 .... 비슷한거야'


빤히 철판 바둑판을 바라보는 수리를 처다보며 경수는 페인트가 완전히 마르길 기다리며 자석들을 꺼내 열개씩 쌓으며 붙여 세우면서 수리에게 말했다


'밤톨

암산해봐 19 곱하기 19는 얼마야?'

'.... '

'361이잖아? 너 구구단 못해?'

'... 에이 씨! 이거는 구구단이 아니잖아?'

'아니! 구구단은 십단까지 모두 외워야 구구단이 되는거야 .... 너 이거 외우면 나중에 형이 암산 빨리하는 법 가르쳐 줄테니까 ...

우선 이거 바둑판은 가로 세로 19줄 이니까 19 곱하기 19 인 361개의 집이 되는거고 ...

361개의 돌이 필요한데!

검은돌 흰돌 이니까 그 반인 180개가 흰돌이고 181개가 검은 돌인거야'

'.... 난 그럼 무조건 검은돌'

'또 까분다! 니 맘대로 되는게 아니고 ... 검은돌이 한개 많은 이유는 ... 나중에 알려줄거다'

'.... 알려줘 ... 요? ... 뭐야 도대체!'


'구구단 아니 십단 구구단은 뭐고? 암산 빨리 하는 법도 모자라 이제는 절대 안배운다고 여기 저기 약속한 바둑을 가르쳐 준다고? 형 양아치야?'

'그래 양아치가 아니라서 네게 바둑 가르쳐 주려는 거야! 내기 바둑이 아니라 내 진짜 바둑! ... '

'도대체가 뭔말인지....?'

'자 인제 진짜 마무리 하자!

니스통하고 막붓 가져와 봐!

... 여기 바닥 도배하고 니스칠 하는거 봤지? 칠해!'

'...보긴 했는데 ... 해보진 않았느ㄴ...데'

'해봐! ... 뭐든 직접해봐야 싫은지 좋은지도 알아!'

'.... '


수리는 영문을 몰랐지만 정성스레 철판 위 열심히 그은 선위에 니스칠을 칠하며 연신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내고 있었다

경수는 그런 수리를 보면서 이번엔 처음에 준비한 알자석을 수리 앞으로 옮겨 놓으며 말했다


'밤톨 이제 그거는 됬다! 너무 두껍게 칠하면 소리가 안 이쁘니까 .... 그냥 말리자! ....

그리고 이제 이것도 니가 칠해!

아니 이건 뒤집어 칠해야 서로 붙지 않고 밀어내니까 ... 이것도 반대쪽을 두껍게 칠해 .., 봐 이렇게 하면 되'


경수는 알자석 두서너 개를 떼어내 바닥에 일자로 뒤집어 놓고 시범삼아 칠하는 방법을 보여주고나서 수리 앞으로 자석을 밀어주며 말했다


'이것까지 칠하면 네가 만든 첫번째 니 바둑판이 ...

형처럼 ... 너만의 놀이터가 생기는거다!

니 놀이터 ...'

'내 놀이터... 요?'



이튿날 수리는 도대체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낮에는 만화방에 가 성구나 재복일 만나고 친구들 걱정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보는게 일과였거나 함바집 잡일하며 할메를 도와주는게 다반사 였는데 하루종일 똥 마린 강아지처럼 왔다갔다 안절부절 시계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넘아! 너 ... 뭔 일있냐? 도대체가 어디다 정신을 팔고 있는거야! 이넘아 또 딴짓거리 하려고 그런거 아녀?'

'.... 아냐 할메는 ... 알지도 못하면서'

'아 이넘아 그럼 왜 밥도 처먹다 말다 하는겨! ...'

'아 글쎄 밥맛이 없다니까!'

'썩을 .. 이넘이 며칠 잠참하더니 또 병이 도진겨?

배 부르고 등 따시니께 또 지랄병 도지는 게빈가 보네 .... 그저 ... 배지 고파봐야 알지! 썩을'

'.... 아 할메 진짜! 아니라니까 그러네 '

'... 이넘아 그럼 어여 밥 처먹고 이거사 좀 도와!'

'... 거따 놔둬 ... 좀 이따 할께!'

'이봐 동상! 이 썩을넘이 이거 안한다네 ...

자네가 먼저 이거 좀 쳐 놓고 딴거 하세!'

'아 정말 냅두라니까! 할메!'

'아 이넘이 어디서 소리야 큰소리가!'

'에이 씨 할메는 진짜! 머리 아파 죽겠는데!'

'...., 아퍼?'

'아니라니까!'


수리는 밥수저를 내려 놓고 설겉이 다리이를 끌고 주방으로 향하며 연신 투덜거리고 있었다


'어후 저넘의 새끼 ... 쥑일수도 없고 ... 한동안 장박사 만나서 공부도 잘하고 철이 드는거 같더만

... 또 무신 바람이 들었을꼬'





챙 챙 ...


네 귀퉁에 빠찌링을 붙인 철판에 알자석을 붙이는 소리는 맑고 경쾌했다

수리는 자재 창고에 일찍부터 들어와 애써 만든 철제 바둑판에 바둑돌을 붙였다 떼었다를 반복하며 경수가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챙 챙 ...


'어떻니? 이쁘지? ... 나무 속에서 두드리는 소리는 아니지만 .... 가짜지만 그래도 생각보단 괜찮아!'

'....'

'밤톨 원래 바둑판은 비자나무에 옥돌이 부딛치는 소리가 진짜지만 .... 그래도 이것도 제법 괜찮네..

... 밤톨 너는 어떠니?'

'음 ... 뭐라 말하긴 그런데 ... 뭔가 시원한 느낌이긴 해

그리고 이소리가 약간 중독성 있는거 같기도 하고

.... 이런 바둑판도 첨 보고 돌도 그렇고 ...

형이 머리가 맑아진다고 햇는데 그건 모르겠고'


챙 챙


수리는 연신 자석을 뗏다 붙였다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철판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런 수리를 보고있던 경수는 수리에게 다가 앉으며 수리에게 자기를 보라 하며 말을 붙였다


'밤톨 너 왜 형이 .... 돈내기 ... 노름 바둑 두는지는 알고 있지? 노름 포커 치는것도?'

'... 응 ... 그래서 형한테 배우려 마음먹은거 아냐?왜? ... 안가르쳐 준다메 ... 나도 용용이 형한테 약속도 하고 여기 온거고 ... 형이랑 같이 공부하고 할메랑 있다가 간다고 하고 ... 형도 알잖아?'


경수는 정색을 하며 수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럼 수리야! 형이 노름으로 쉽게 돈벌지 않고 왜 여기서 사서 고생하느라 낮엔 질통 지면서 곯고 밤엔 야방까지 서면서 힘들게 돈 버는지도 알지?'

'응 할메한테 들어서 알아 ... 월사금하고 형 등록금 모을려고 그런다고 다들 그렇게 알고 있데 ...

노름 하는건 모르고 ... 나도 아무 한테도 말 안했고

... 형이랑 약속 했잖아? ....'

'그래 알아! 그래서 밤톨 니가 좋은가 봐! 후후'

'고렇지? 그지? 나 그래도 제법 의리 있어 형

.... 이래뵈도 내가 우리학교 일이학년 대표거든!'


수리는 괜히 으쓱해진 기분이 들었다



'수리야

전에도 말했지만 형은 머리가 좋아서 공부를 죽어라 하는게 아니야

그냥 모르면 무조건 외웠고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뭐가 달라야 남들과 같이 있을수 있어서 그래서 죽어라 외우고 공부한거야!

그래야 친구들 사이에 낄 수 있으니까'

'..... 아 형 또 왜 그런 얘기 하는거야! '


' 들어 봐! 이번이 마지막이니까! ....

바둑도 그래서 무식하게 책으로 외우면서 시작한게 지금이 된거고 ....


먼저번에 한소리를 또 반복하고 싶지는 않지만


다만 바둑돌 소리가 절대 노름이 아니고 내가 주저 않을때마다 흔들린 마음을 다 잡을 용기를 준 것처럼 너에게도 그럴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들려주고 싶었다!

감성이란 사치스런 마음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한개의 방법으로서 .... 바둑돌 놓는거야! ...'

'....살아나ㅁ ...?'


'물론 약속했고 또 네가 싫다면 배우지 않아도 된다

... 사실 시간도 없고 ... 그렇지만 내가 그런것처럼 어딘가 나와 비슷한 ... 밤톨 너도 그럴거 같아서 ...

만들어 보라 한거다!'

'.... 형 ... 뒤지게 어려운 말 같고.... 잘 모르겠어! 근데 왠지 뭔가 ... 알것도 같고 ... 모르는것도 같고 잘 모르겠어!'

'... 쉽게 말할게! 들어봐! 니가 그린 화점 기억나?'


수리는 대답대신 고개 숙여 철판을 내려다 보았다


'그 화점의 주변에는 소목 고목등 여러가지 돌들의 자리들이 있는데 그자리에 따라 바둑이 달라져 마치 네가 충영이를 만나고 살아 가는게 예전관는 많이 달라진것처럼 똑같이 ....

생각만이 아니라 바둑판 안에서는 실제로 마음먹고 생각하는대로 해볼수 있다는거지!

공격이든 수비든 양보든 배려든 ... 뭐든

그때 그때 변화에 대응해야 하지만....'

'..... 형! 잘 모르겠다니까... 자꾸'

'그럼 ..., 밤톨 너 해보고 싶은거 많지?'

'응 ..... 진짜 무지 많은데 ... 할수가 없잖아?'

'그렇지? 수리야! ... 사실은 형도 너랑 똑같아!실제로는 많이 못 해보고 하고 싶어도 못하지만 달라!

바둑판 안에서는 그게 전부 가능하거든... 뭐든

그리고 배우는거야! 이.기.는 방법을'

'이.기.는 방.법....요?'

'더 들어봐! 더중요한게 있어'


수리의 누구보다도 지기를 싫어하는 성격에 이기는 방법이라는 한마디가 다른 무슨말보다도 귀에 꽂혀 다른 말은 벌써 들리지 않는듯했다


' 그래! 이기는 방법! 밤톨 넌 항상 이기기만 하니?

싸움이든 공부든 뭐든?'

에이 형은 무슨! 뒤지게 터져서 며칠 학교도 못간적도 있고 ... 공부도 내 앞에 10명이나 있고 전교로 따지면 100명이 넘는데 무슨 ... 형이야 일등이겠지만'

'그래! 너랑 똑같이 형도 전부 이기지는 못해! 하지만 생각한대로 해볼려고 잘못된건 인정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으려 이렇게 질통지고 있는거야!'

'에이 형 구라 치지마!그게 뭐가 이기는 방법이야?

질통 지는거랑 이기는거랑 무슨 상관이라고...'

'상관있어! 너한테는 어려운 말같은데 ... 수리야

형은 적어도 형 생각대로 하고 있잖아!

다시말해 니 말대로 양아치처럼 안되려고 ... 말야!

그게 이기는 방법 아니니?'

'... 그런가? 듣고보니 그런것도 같네'


'자! 더 들어봐! 그보다 더 중요한것은 돌을 놓는 순간 절대 무르지를 못한다는거야!

빡꾸가 없는거지!'


'시험보는거랑 똑같아! 그래서 집중할 수 있고 또 집중하는만큼 절대적 평점심을 유지하는 능력이 키워진다는거야! ... 너는 아직 평정심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

평정심! 참을수 있는 용기를 기르는 마음을 단련 하는건 우리같은 사람들이 실수나 잘못된 판단 한방에 무너질 수 있는 성급함과 무리수를 억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바둑판이 최고 놀이터이고 장난감인거야

예측할 수 있게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연습 으로도 최고지만 그건 자기 능력에 달린거고 ...

문제를 틀리더라도 다시 시험칠수는 없어도 다시는 똑같이 안하는 방법을 배우는거지!'

'맞아! 먼저번 형철이 형 남산공전 다니면서 진짜 양아치 짓하고 형철이 맨날 때리고 삥 뜯을때 진짜 만만하게 보다가 .... 뒤지게 맞았거든 ... 그래서 알게된게 있거든.... 그런거 말하는거지? 형'

'좀 다르지만 .... 비슷해'


'그래서 매일 싸움질하고 성급하고 무대포로 자기가 원하는건 앞뒤 생각없이 대드는 ...

꼴통인데 나랑 비슷한 구석이 있는 ....

어릴적 작은 나같은 똑같은 밤톨 네게 충영이와의 약속을 어기는 한이 있더라도 내가 잠시 잘못된 판단으로 들어선 길을 네가 선택하지 않도록 ....

해보라는거야! 진짜 바둑...

좀 창피하네 ....'


'그래도... 바둑이 도박이나 노름이 아니고 최고의 친구이자 마음을 단련하는 놀이터를 내가 무리를 해서라도 네게 가르쳐 주려고 하는게 내 ...

속마음이고 이유다

깊이 생각 하고 답해 .... 낼까지!'

'.....'





'형 뭔 말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

형 말은 바둑이 노름이 절대 아니고 ... 뭐야 그게 ... 내가 공부를 잘할 수 있고 뭐든 이길수있는 방법을 배우고 .... 만만하게 생각하다가 뒤지게 터져도 ... 이길수 있고 ... 아니 안 맞는 방법인가? ... 아뭏든 내생각대로 하는 방법을 배울수 있다는 거잖아?

노름이 아니라는것도 알려준다는거고? 그지 형?'

'.....비슷하다'

'그래서 일단 배워 보려고! 뭔가 복잡한건 정말 싫긴한데 .... 그러면서 또 뭔가 궁금하기도 하고 신기하게 챙챙 하고 나는 소리가 뭔가 시원한것도 같고 ....'

'잘 생각했다! 그럴줄 알았고 ...'


경수는 이미 알고 준비해 뒀다는 듯이 바둑 책 한권을 내밀며 말했다


'외워! 모두 다! 여기 바둑판에 놓아가면서 ...'

'으잉? ... 외우라고 ... 요? 이걸? 다?'

'그래 앞으로 열흘내에 ... 이건 초급이니까 이거 끝내면 정석집 이거 줄거야 ... 니가 만든 바둑판에 흰돌 검은돌을 순서대로 놓으면서 외우면 생각보다 쉽게 외워진다! 구구단 외우는거랑 똑같아! 아 구구단 십단까지 똑같이 같은날까지 외우고'

'초급... 정석?...'


두권의 책중 얇은 하나는 바둑판이 그려져 있었고 또 하나는 흰말 검은말이 그려진 책이었는데 두꺼운거보다 얼마나 읽었는지 표지가 거의 헤어져 흐물거려 보이는게 신기했다


'열흘이야! 그동안 밤에는 형이랑 공부는 같이하고 낮에 놀지말고 외워!'

'낮엔 할메 함바 도와야지! '

'하루종일 하니? ... 놀이터 만들어 줬으면 너도 집중하고 놀아야지! ... 열흘이야!

형한테 다 외우고 그때 와 !

열흘안되면 오지도 말고...'


'그리고 오늘부터 밤에 하는 공부는 형이랑 무조건 한시간씩 형이 공부하는 방법을 네게 알려줄거니까 너도 해보고 좋으면 그대로 해볼거야! 이것도 무조건이야!'

'공부하는 방법? ... 공부면 공부지 ... 공부하는 방법은 또 뭐야?'

'논다고 공부가 처지면 내가 못참을거 같으니까 ...

내 방식대로 당분간 따라 하는거다!

이따 준비하고 와'

'아 형!'

'그냥 외워! 따라서 하다보면 뭔가 오는 느낌이 있어 왜 이렇게 해야 하는건지! 나도 그랬으니까! '

너라면 나랑 비슷할거란 생각이 든다! 외워'

'에이 씨 내가 할일이 얼마나 많은데! ...

배우지 말까?..... 그럼 양아친가? 아 몰라 몰라'

'까불지말고 ...'



수리는 한손에는 할메가 만들어준 기름 떡볶이와 콜라가 든 비닐 봉다리를 들고 한손에는 바둑책과 교과서가 든 가방을 들고 자재창고로 향했다

창고안은 뭔가가 달라져 있었고 경수가 가운데 앉아 수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창고 안 경수가 쓰던 책상은 합판을 덧대 둘이 앉을수 있게 넓혀져 있었고 어디서 구했는지 선풍기도 한대가 놓여져 있어서 꼭 도서관 같은 분위기가 나고 있어 수리는 잠시 멈칫하다가 바로 한마디를 했다


'아 매운 냄새! 합판에 뺑끼 좀 칠하지! 으이고

선풍기는 어디서 쎄벼 온거야?

으이그 진짜 가지가지 ...

근데 오늘은 ..,, 범생이 형 같으네 ㅋㅋㅋ'

'까불지말고 빨리 앉아! 시간 아깝다'


수리는 달라진 경수의 얼굴에 마지못해 하라는대로 책가방과 비닐봉투를 놓으며 말했다


'이거 할메가 공부하면서 먹으래! 고기넣고 볶아서 만든 기름 떡볶이래! ....'

'저기다 놔! 앞으로 공부할때는 공부만 할거니까'

'.... 괜히 찍쌓나?'

'까불지말고! 먼저 수학책 꺼내놔! 앞으로 일주일 단위로 수학과 영어 하루걸러 한시간씩 같이 공부 할거고 하루는 니 자유시간이까 알고 그대로 해! 수학책!'

'형! 왜그래? 화났어?'

'수학책! 시간 아깝다!'


경수는 수학 문제가 빽빽한 시험지 한장을 어리둥절해 있는 수리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먼저 이거부터 풀어! 시간은 40분이고 수학책을 보고 풀어도 좋다! 단 문제지에 답만 적지 말고 그냥 낙서해도 좋으니까 거기서 그냥 쓰며 풀어!

시작!'

'어어어 형 잠깐 잠깐! .. 샤프라도 끄내야 하잖아!'

'40분이다'



다 푼 문제지를 보는 경수는 뭔가 이상한듯 한참을 시험지에 집중하다가 수리를 보고 물었다


'처음부터 수학 문제를 풀게 한것은 니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알고 싶은거 였는데 ... 그걸 알아야 거기 맞춰서 문제를 푸는 방법을 가르쳐 주니까 ...

근데 수학은 푸는 방법이 ....

틀렸는데도 신기하게 답은 맞네!....

너 이거 왜 이렇게 푼거야?'

'그냥 그렇게 될것 같아서 ....'

'장난하지 말고 ....'

'.... 그게 형 ... 이유는 모르겠는데 이렇게 하면 하나 하나 풀어 지던데!'

'너 그럼 공식도 하나 모르고 푸는거냐?'

'공식? .... 그게 뭔데?'

'.....?


경수는 기가찬지 수리를 바라보며 채근하듯 물었다


'너 학교에서 선생님이 수학 공식 안가르쳐 줘?

아니 ... 너 처음부터 알고 있는거야?'

'아니 ... 수학 선생님이 공식 외우라고는 하는데 그말이 뭔지 몰라서 그냥 하던데로 하다 보니까 .... 되던데'

'... 너 처음부터 ... 공갈 치는거면 ... 정말 혼난다!'

'.... 아니라니까!

답먼저 보고나서 요리 조리 몇번 해보면 답이랑 같아지더라니까 그러네 ....

정말이야!

한번 풀리면 다음번에 그대로 하는거고

... 난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푸는거야!

수학 선생도 그래서 자꾸 앞에 나오라해서 칠판에 풀게 하면서 ... 되게 좋아 해 진짜야!'


'.... 답 먼저 보고 풀었다고? 거꾸로 답을 맞춰 간거란 말이야? 이문제들 전부?'


'..... 너 그럼 이거는 왜 못 풀었어?'

'...그거는 뭔가 내가 아는 방법이랑 다른거 같아서

....시간 없는데 아는거부터 풀어야 점수를 받지?안그럼 아는것도 못 풀어서 항상 그렇게 하는데 ...'


경수는 수리의 말에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너무 똑 같았기 때문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자기는 고아원에서 계속 물려받은 자습서로부터 뭔지도 모르는 공식을 외웠던거고 수리는 수학문제를 풀면서 답을 먼저 보고 알면서 뭔지도 모르며 풀고 또 풀면서 답을 맞춰가며 공식이 아닌 푸는 방법을 터득한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이큐가 117이라고 했는데 ... 남들보다 조금 아주 조금 좋은 편 나을뿐인데 ...

기가막힐 노릇이었다


'밤톨!

잘들어! 수학은 뭐든 공식이라는 약속이 있어서 그 공식을 이용해 답을 구하는게 수학이야!

약속! 모든 사람들하고의 약속! 그래서 그 공식을 먼저 외우고 문제에 따라 그 공식대로 푸는거야!

형도 그렇고 ...

이제부턴 이대로 해봐

자 봐 지금 방금 니가 푼 문제를 봐 봐!'

'.....'

'예를 들어서 보면 이거를 니콜 반대로 옮기면 더하기가 빼기가 되는거야! 빼기는 더하기가 되고 세상 모든 사람들하고 수학에서만 하는 약속이지!

.., 공식이라는 거고!'

'......'

'근데 너는 답을 먼저 아니까 ... 그게 공식이란 사실도 모르고 그냥 한거야 ... 그렇지?'

'.... 응 그렇게 했어'

'그럼 이걸 풀어봐 .... 답 먼저 보지 말고 ...

말한대로 좌우로 이동만 해봐 .. 약속이니까 부호는 바꾸고! 이게 공식의 하나라고 할수 있어!

방법은 똑 같은데 답도 중요하지만 풀이 과정이 왜 그런지 니가 이해를 해야 하는게 중요해!'

'.... 풀이 과정?'

'그래! ..... 자 정리하자! 수학은 뭐다? 공식이다'


수리는 한가지 약속만으로도 답답한 무엇인가가 시원해진 느낌이 들었는지 신기해하는 것이 얼굴에 역력히 나타나고 있었다


'어때? 짧아지고 빠르고 간단해지지?'

'...그렇네'

'다음은 왜 그런지 풀이 과정을 이해하는거다

그 다음이 답인데 답도 그냥 그대로 두면 틀릴 수 있어! 그래서 반드시 검산이 필요한거야!'

'검산?.... 아 수학 선생님한테 들은적 있다!'

'다음부턴 이대로 하는거다! 알았니?'

'... 응 알았어! ... 근데 답은 맞잖어!'


'아 밤톨! 수학은 공식이고 약속이라고 했다!

... 재밌지 않니? 수학!'

'아니 .... 난 .... 그림 그리는게 젤 재밌는데!'

'.... 그림?'

'응 그림 그리연 진짜 시간도 잘가고 ...

선생님도 나보고 꼴통이라고 그러면서도 은근 잘해줘? 벌이라고 고갈 치면서 벼루랑 먹도 막 주고 ... 먹에서 막 단 냄새도 나고 ... 종이 화선지도 되빵 비싼데 막 쓰라고 그러고 뭐든 쓰라고 주고 그래'

'.... '


수리는 말하며 흥분할 정도 였지만 행복해 보일 정도로 얼굴까지 빨개지며 신나 있었다

그런 수리를 보며 다시 정색하며 말하기 시작했다


'밤톨 그림 말고 다음으로 재미난거는 뭐니?'

'... 재미난거요? ....

나는 외우는거 빼고 그냥 다 좋은데 ...'

'그래 그럼 너 가장 재미나게 책 읽을거 아무거나 말해봐?... 너 책 읽은거나 있니? ...'

'있지! 형은 날 .... 뭘로 보고?

고바우 영감도 읽었고 .... 장발장도 읽었고 왠만한건 다 읽었을걸 ....! 만화방에 다 있어

밤톨 장난하지 말고! 진지하게 말해봐!'

'문집으로 된 건 ..... 없는거 같은데 ....'

'됐고! 그럼 영어는 기말고사 점수 몇점이나 나왔니?'

'... 몇점이었지? 잘 기억 안나 ... 는데! 90점 정도 받은거 같은데 ... 반에서 앞으로 11등했어!'

'너 여기다 알파벳 필기체 대문자 소문자 다 적어봐'

'.... 뭐 하려고? 나 다 알아! '

'적어봐 글쎄!'

'에이 참 형은 다 외웠다니까! ...'


'아 그리고 내가 송탄 미군기지 정문 근처에 살아서 양갈보 이모들이랑 같이 있어봐서 말은 안통해도 뭐라 떠드는지 다 알아 들었어

내가 뭐든지 일등으로 알아 들었다니까! 진짜로!'

'미군기지? .... 이넘아 그건 눈치로 때려잡은거고'

'.... 아뭏든 내가 거기선 뭐든지 제일 빨랐어 ...

이모들이 남긴 공책 쪼꼬렛 하나만 있으면 내가 대장이었거든 ...'

'.... 공책 초콜릿이라? ....'


경수의 눈에는 수리가 쓰는 필기체 알파벳은 많이 써봤는지 아니면 진짜 미군들이 쓰는 글씨를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쁘게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첫 일주일이 지나자 수리는 자기도 모르게 경수를 따라하고 있었다

잠시도 쉬지않고 바둑책을 들고 함바 일을 거둘고 있었고, 수학문제 푸는게 바둑책 외우는거 보다 훨씬 재미 있었고, 쪼꼬렛 기부 미라 외치는것보다 배추다발 배추다발 외치며 VEGETABLE 단어를 외우고 있었고, 바둑판에 알자석을 붙였다 뗐다를 반복하며 맑고 상쾌 하지만 날카로운 챙챙 바둑알 부딛치는 소리에 빠져서 장단까지 맞추며 수학 공식을 외우고 있었다


챙 챙


'밤톨 뭐해?'

'뭐하긴 범생이 형이 외우라는 숙제로 내 준 수학 공식 외우고 있지! 뭐하긴 뭐 하겠어?'

'그럼 너 정석 외우란건 다 외웠어?

지금은 공부시간 아닌데 공식 외우고 있는거야?'

'.... 밤톨 철 들었네! 후후'

'에이 형 뻥 치시네! 철은 고물상도 아니고 무슨 철?'

'수학 재밋지? ... '

'.... 재미는 모르겠는데 ... 근데 형 귀신이야?

어떻게 알았어? 난 아무래도 외우는거보다 그냥 뭐든 푸는게 널럴하게 할수있는거 같아!'

'재밋다는 말이네! 후후'

'재미는 .... 지가 시켜놓고 ...'

'또 까분다'


챙챙


수리는 투덜대면서도 바둑판앞에서 떨어지지 않고 계속 바둑판에 바둑돌을 붙였다 떼었다 하며 공식을 외우고 있었다


챙 챙


'밤톨!

이제 그만하고 이리와! 수학 공식이 먼저지만 ... 잘하는거 같으니까 선물 하나 줄께!'

'정석 외우는거는 ... 기한을 5일 더 줄께 ...

시간은 없지만! 잘하고 있고 선후가 있으니까'

'..... 으잉 진짜? 왠일로 범생이 형이 ...'

'너 진짜 혼난다! .... 그리고 두번째 선물은 .... 일루와 봐!

검은돌 흰돌이 치열하게 겨루는 놀이터!

진짜 바둑 수업 시작이다!

이것도 재미 들리면 후후 ... 5일이 안 걸릴걸...'

'검은돌 흰돌? .... 돌겠네!'




서른번째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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