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말리기

진이천 개울이 그립습니다

by 바보

언제나 이때 쯤

동네 마당이나 넓직한 공터가 있는 곳 어디나

영락 없이 깔린 것

붉고 지겹던 고추 말리기


어쩌다 비라도 올라치면

요령소리 나도록 뛰어가 비닐 씌워야

엄니 한데 지청구를 먹지 않은 것

어딜봐도 싫었던 마을 전체 고추 말리기


맵디 매운 고추 말리기

고추보다 말리기가 더 매운 고추 말리기

내가 한 다섯은 들어갈만한 자루 한 가득

몰래 달아나 진이천 개울에 도망쳐 있다 오면

울 엄니 혼자 모른척 했던 고추 말리기


오늘도 언제나 다름없이

똑 같은 회사일 마치고 지친 몸 들린

술집 한 구퉁이에 핀

널부러진 빨간 고추 말리기

괜이 반갑다

그렇게 싫었던 고추 말리기


오늘은 진이천 개울이 그리운 어린 내가 그립다


-반가운 기억 속 고추 말리기-

고추보다 맵고 힘든게 고추 말리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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