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딧 술 한 잔에 담은 추억

등나무 그늘 아래서

by 바보

등나무 아래 오딧술 한잔

잊고 있었던 오디를 술과 함께 만났습니다

여름 가는 소리와 내년 여름이 있을까 모른다는

칠순 형님의 너스레를 안주삼아

오늘의 오딧술 한잔에 추억을 담어보는 밤 입니다




나 어릴 적

놀이터 간식 오디나무 있던 곳

간식이란 사치보다 급한 배고파 먹던 오디 열매

삼청동에는 딴 것도 많았지만

가까워서 숨어 찾던 곳


돌 담 사이로 머리 디밀고 보던

작은 내 머리 행복할 수 있던 오디가 숨은 곳

중앙청 안 마당 오디 나무들

67년 중앙청 돌담 밑에는 오디도 참 많았다

참 겁 없는 나도 거기 있었고


한 참 정신없이 따 먹다

등덜미 서늘해 잡히기도 여러번

시꺼매진 주둥이 훔치며 책상 위 손들고 있던

대리석 계단 옆 방에선 개 한테 물린다고

검정 안경 아저씨 겁주며 웃던 오디가 있던 곳


시골 풀무지 시절엔

지천에 깔려있어 보지도 않은 오디 나무

옷자락 물들어 혼 날까봐

앵두 나무 꺽어들던 그 때로 갈 수 없어

망보고 몰래 숨어들던 오디나무 있던 내 놀이터


혼 나는 재미에 가던 내 놀이터는

북쪽 손님 자하문 쪽에 온 후로

오디나무도 머리 디밀던 돌 담도 사라져 버렸다

만화같이 하루 밤 새에...

그 후론 오디 나무 열매는 다시 볼수 없었지만


세월 먹어 농익은 오디는 오늘 다시 인사를 나눈다

그동안 잘 지냈냐고...




오디 열매로 만든 술 한잔에

국민학교 시절로 되 돌아갈 수 있어서

오늘은 행복하게 하루를 접습니다

다음에서 따 온 등나무 입니다...그냥 그늘인데 편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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