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바보시집

찌찌뽕이다 이놈아!

같은 자리지만 아직은 내 자리다

by 바보
다음 이미지에서 빌어온 르누와르의 '책읽는 소녀'입니다

요 며칠 내 놀이터 내 자리에 손님이 오십니다

이른 아침에도

늦은 밤에도 오십니다

심지어 비 오는데 앙증 맞은 우산 쓰고도 오십니다

흰 학생복이 이쁜 친구 입니다


오늘은 책을 읽고 있습니다

핸드폰이 아닌 종이 책을 말입니다

신기함과 반가움에 그 친구를 유심히 봅니다

무얼 생각하고 고민하는 건지 모르지만

외로운가 봅니다

아직은 고독을 즐길 나이는 아닌

교복이 이쁜 나인데 말입니다


아마 예전의 나 처럼

격정의 청춘이 가슴 속에서 영글어 가는

사색의 시기 인가 봅니다

안타깝지만

내버려 둬야 합니다

스스로 그 암울한 격정의 소용돌이를 깨고 나오게

그리고 성숙해진 자기 모습을 볼 수 있게 말 입니다


라디오에서 흐르는 이름모를 가수의 팝송 하나에 흐르는 눈물도 지나고 나면 알 겁니다

그렇게 커가는 자신을 말 입니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듯

낙엽 뒹구는 소리에도 웃는다는 이쁜 시절 친구로 돌아 갈 겁니다

몸도 마음도 어른이 될 준비를 마치고

부쩍 큰 모습으로 돌아 갈 겁니다


근데 그 때까지가 문제 입니다

뭔지 모르지만 지금은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내 주어야 할 자리지만

그래도 아직은 내 자리라 마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아마 또 저 친구는 또 다른 자기가 되어

지금의 나 처럼 내 자리를 찾겠지만

그때는 솔직히 나는 모릅니다

해서 같은 말은 아니지만

같은 자리 같은 시간을 걸어가는 것 만으로

작은 친구 안 들리게 소리쳐 말 합니다


찌찌뽕이다 이놈아!


-방해하기 싫은데 갈 생각 안하는 꼬마 친구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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