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바보시집

밥상

푸성귀 인심

by 바보
없어도 있는 사람 안 부러운 부자 밥상 입니다


어제는 친구를 만나러 이수교를 건넜더니

강남 땅이 비싸서 그런가

지나는 여인네 치맛폭에 사향 냄새 한가득인데

엽전 같은 우리에겐 비싸다고 유세를 떠네


장독 뚜겅은 투박허니 반가운데

어째 넘이 살은 어디가고

백이 숙제 안 부러운 산천 초목인가

사는 정 야박하니 말 허는 네 입을 어찌할꼬


기름 둘러 밀가루만 부쳐내도

진수성찬 안 부러운 40년 지기 앞에 있어

추억 냄새 안주삼아 마실진데

장독 뚜껑조차 모자란 푸성귀 인심일세


돌아서는 동무 발걸음에

못 챙겨준 밥상 하나 아쉬운 한 숨만 깊어지고

시름만 가슴에 담아 다시 이수교를 넘네


어이 친구!

좋은 옷에 유세 떠는 강남은 아니어도

질 그릇에 풋풋한 인심 넉넉히 담은 국물에 밥 한술

밤새 먹고 남을 그리운 추억 벗 삼아 쉴 수 있는

촌 스런 내 집에서 다시 한번 꼭 보세나


벌써 다시 보고싶네,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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