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슬퍼 보이는데 웃고 있지요
깨진 기와 한 장에 낀 이끼
그 틈을 밀고 올라온 이름 모를 들풀
흙 돌담 끝에 보이는 솟을대문 휘어진 문지방
시간 속 나는 나를 보고 있지요
처마 끝 풍경소리 들리는 듯
지붕위엔 천년을 함께 한 암기와 수기와 다정하니
시샘하듯 암막새 수막새에 연꽃이 수줍고
붙잡은 세월 속 나는 웃고 있지요
암실 물 빠진 나무집게에 매달려
고르고 고른 감광지 누굴 보고 웃고 있는지
기억조차 희미한 빛 바랜 기와 집 사진 속
나는 슬퍼 보이는데 웃고 있지요
후지 필름 한통이면 바꿀수 있는 아련함인데
이미 지워버린 필름조차 없는 그리움인데
버리지 못한 노트 속 흑백 사진 한장 쓸쓸함에
나는 슬픈 시간 여행을 떠나야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