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 어둠에 숨어 든 내 젊음을 깨운다
마을 뒷 길 지붕 낮은 구멍가게 정류장
신작로 흙 먼지 냄새 맡으며 걸어 시골 길 십리
야트막한 고개 아무도 없는 하늘은 높고
길가에 따가운 봄 볓에 타버린 들 풀이 슬프다
시계 바늘 돌려 놓은 절 집 가는 길
초저녁 범종소리 아름답다 못해 눈물이 난다
이마위 흐르는 땀방울에 눈물을 숨기고
스쳐 지나간 인연들의 기억을 종소리에 묻을 때
가까운 듯 멀기도 먼 저기
보일 듯 안 보이는 목어 울음소리 바람되어
산 언저리 지쳐버린 어둠은 슬그머니
멀리 외로운 탑 그림자 앞 개천에 흐르고
탑 하나 절집 하나 부처님 하나
그리고 그리움 하나
깊은 산 절 집 사립문 밖 내려 앉은 별 그림자
외로운 풍경소리되어 내 지친 마음을 달래 준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문 밖 새벽을 깨우는 스님의 염불소리 목탁소리
졸린 눈 비비며 엎드린 동자승의 고이 모은 손이
산 속 어둠에 숨어 든 내 젊음을 깨운다
그리움을 깨운다
1980-05-13
아주 오랜 기억 노트 한조각을 옮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