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꽃처럼 피어났다
마음은 되는데 몸은 왜 되지 않을까 모릅니다
아마도 마음 뿐이지 몸이 온전치 못하니 나도 모르게 몸이 늘어져 자꾸 다치는 가 봅니다
툭툭 떨어지는 핏방울에서 갑자기 생뚱맞게 빨간 장미가 생각나고
아! 오월을 느낍니다
그리고
멈추지 않고 흐르는 오월을 보내며 세월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을 느끼며 새로 다가올 오월 장미를 꿈꾸며 그려 봅니다
방울 방울 빨간 꽃송이가 피어났다
하얀 습자지에 배어나는 짙은 빨간 장미처럼
마술처럼 방울 방울 피어났다
아직 세월이 여물지 않아
꽃망울도 매달리지 않고 장미 색갈도 모르는데
메마른 내 가슴에 빨간 꽃망울을 터트렸다
눈물일지도 모를 빨간 장미는 그렇게
너무 아파 울지도 못하고 느끼지도 못하게 그렇게
너무 무심히 가는 시간처럼 내 가슴에만 피어났다
못다 핀 빨간 장미가 피어났다
역발산 기개세 같던 새파란 젊음은 어디가고
세월이 변함없이 그대로인데
푸른 멍들은 가슴에 너무도 빨갛게 각혈을 한다
시간 속에 점점이 뿌려져 잊혀져 가는 꿈의 파편들
아직 가야할 길 멀다하며
정처없는 발 걸음에 옛 그림 꽃처럼 피어났다
앞 마당 울타리 장미는
언제나처럼 다시 여린 가시를 돋우지만
못다 핀 빨간 장미는 그림자처럼 숨어서
그림으로만 오월의 끝에 피어났다
그렇게 지금 있다
이마에 흐르는 땀 방울 훔치며 그려보는 씁쓸함
빨간 장미는 그림 속에 이미 멈춰 있는데
바뀌지 않은 것은 그림 속 향기 뿐
다시 안 올 오월의 빨간 장미를 이젠 접어야 한다
따질이도 없지만 따져서 무엇하리
이제 피우기 전에 잊어야 할 젊은 날 빨간 장미는
세월 속에 멈춰 선 그대로 그렇게
그냥 가슴에 묻어야 한다
다시 올 새로운 오월의 빨간 장미를 위하여
남은 여백에 새로운 장미를 그려야 한다
2017-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