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항아리

들꽃 옆에 그림이 되었다

by 바보


정말 오랜만에 걸어보는 놀이터 산책길 마지막 인사를 하는 반가운 친구들이 반기는 아침

화단에 버려진 항아리들이 쓸쓸하다

누구네 집 항아리인지 알기에 더 쓸쓸하다

산책을 멈춰야겠다


버렸다가 아프다



가을 햇빛이 따듯한데 눈이 시다

똑 같은 길인데 다르다

달다

길옆의 금잔화는 반갑다고 웃어줘서 더 달다


잎새들은 마지막 힘을 다해 홍조를 띄운다

똑 같은 잎새인데 그 빨강이 안타깝다

안타까운데 이쁘다

지난해 누군가 되어준 어린 나무의 또 다른 다리

그 사랑으로 굵어진 줄기가 이쁘다


그 햇빛과 사랑 아는지 모르는지 모른다

웃자란 잎새가 저 혼자 자랑해도 흐뭇하게 웃는다

화단에 버려진 엄마의 항아리가 그렇다

하늘의 별이된 엄마의 사랑이 든 항아리가 그렇다

앞으로는 맛보지 못할 엄마의 삶을 버렸다

엄마의 사랑은 버려진 지금도 그렇다


엄마의 인생은 바람결에 날려와 핀 들꽃이 되었다

투박한 항아리는 들꽃 옆에 그림이 되었다

사랑이다

버려진 화단 속에서도 빛이나는 사랑이다

그냥 피어난 꽃은 없는데

좀 지나 서리 내리면 얼어 깨질 엄마의 항아리

그 한조각에 묻은 엄마의 사랑 알때 엄마는 없다

새로 자라난 화초는 있어도 항아리는 없다


엄마의 항아리는 없다

그때는 버려진 엄마의 항아리는 곁에 없다



2017-10-31


그림 하나의 출처는 네이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아침 산책길에 찍은 사진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