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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소리 Jun 18. 2019

문지방 이야기

슬픈것은 아니지만 변명처럼


그 좋은 초등학교 선생님은 그만하고 아이들이랑 하고 싶은거 하며 살라고 꼬실때는 언제고 홀랑 망해서 혼자 멀리서 지지리 궁상 떨면서도 다 늙으막에 유치원 보조 선생님을 하고 있는 곰같은 사람 생각이 나는 이브날에 썼다고 되어 있네요


수 많은 발에 밟혀도 문설주를 붙잡고 있어 행복할 수 있고 버틸수 있었던 날들을 되 씹어 보기 위해서 옮겨 봅니다

문지방도 다 다릅니다 또 반드시 댓돌이 필요하고요     대문은 내거고 문지방 사진은 네이버 출처입니다



서까래 아래 해가 저물면

땟국물 잔뜩 낀 문지방 흙 자욱이 안스럽다


천장 대들보에 매달린 어둠이

애자 전선줄 부침 많은 인생처럼 어지러워

대청마루 네 귀퉁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것은

아마 눈물로 얼룩져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내게하는 거짓말


목탄 난로 그을음 연통에 스미듯

책상에 앉아 나무 꼬챙이로 그려보는 되새김

육십갑자를 옹골지게 그렸는데

십간 십이지 아무것도 찾아볼  없다

보이는건 그저

겨우 닳고 닳은 문지방


슬픈것은 아니지만 변명처럼

손가락 지긋이 눌러 문지방 닦으며 나를 꾸짖는다



     2015-10-30  결혼 기념일 이브 서천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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