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이 부모님도 보고 싶어 하신다니까 그냥 가서 너무 잘하려고도 나서지도 그렇다고 바보처럼 있지 말고 있는 그대로 하고 오면 되는거지 ... 먼저번에 한번 뵜다메 ... 인사만 잘해도 반은 따는건데 뭘'
'그게 아니라 ... 펜션가면 길동이 오빠네 식구들 다 모이고 거기는 딸이 없어서 길동 오빠 엄마가 음식 다 할텐데 ~~ 알다시피 아빠 딸은 음식은 고사하고 상추 한번 안 씻어봤으니 하는 말이지 ㅋㅋㅋ
완전 매미처럼 옆에 그냥 서서 있는거 보다 뭐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해서'
'... 원래 그런데 가면 남자들이 다 하는건데 무슨 걱정이야? 길동이 쉭키한테 다 하라고 시켜 ... 그리고 아빠보다 엄마한테 말해서 훈수 받아야지 아빠가 뭘 아는게 있니? 너도 알다시피 크고 작은 사고나 칠줄 알지 뭘'
'엄마한테 물어보고 벼락치기라도 뭐 한가지라도 배워가지고 가서 직접 해봐 .... 그래도 다 알겠지만
... 예전에 니 엄마 아빠 군대 갔을때 시골에 와서 할아버지께 라면도 끓여 드리고 점수도 따고 그랬어 ... 그땐 라면도 다 불어 터졌다지만ㅋㅋㅋ'
'니 엄만한텐 비밀'
한번 터지니까 빠르기가 엄청난것 같습니다
어렴풋이 남친이 있고 나이가 있으니 진솔하게 서로를 만나다가 양가 부모에게 자신들을 소개하고 알리더니 완전 번개불에 콩궈먹듯이 요것들(?)이 작전을 펼치고 있고 또 우리는 그 놈들 작전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서 마음 한편으로는 사랑스럽기도하고 또 한편으론 화도 나는겁니다
'민정아빠! 얘 도대체 어떡하지? 나이 서른이 넘어 가지고 라면도 제대로 못 끓이는데 도대체 가서 부모 욕이나 먹이고 오는거 아닌지 모르겠네 ..정말
내가 진즉부터 하나하나 배우고 니들이 해먹어보고 연습하라고 했지 ... 으이고 큰거나 작은거나 ㅉㅉ'
'왜 나는 또 갑자기 껴 넣어?난 결혼 안 할거니까 나한테 뭐라하지말고 쟤한테나 뭐라 하세용 ㅋㅋ'
'몰라 기집애들아! 니들이 알아서해'
'....'
'아빠! 이번에 펜션에 가서 고기 궈먹고 논다니까 아침에 김치찌개하고 계란찜만해도 김하고 한끼는 될것 같은데 ... 아빠 ~~ 아빠가 김치찌개 하는 방법만 말해주면 안돼?엄마가 아빠한테 물어 배우래 ... 방법만'
'....'
잠시 아버지가 옛날 주고 가신 가지찜처럼 또 선물을 주실려고 그러나 생각했지만 그것도 잠시
완전 여우한테 홀린것이 맞는것 같습니다
아니 홀렸던것 같습니다
우리집 큰여우 작은 두여우 합이 셋에게 말입니다
아니 사실 나나 큰여우도 말은 못해도 속으로는 걱정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빠 선물이니까 잘들어보고 직접 해봐야 해'
'응'
'뭐든 듣기만 해서는 알수없어 음식도 그런거 같아 엄마가 훨씬 더 잘하겠지만 ... 아빠가 말로 할테니 하는거는 직접 해보는거야 ...
시간 없으니까 전체적으로 말할께 적을 필요도없어 잘듣기만 해 ... 네가 아무리 잘해도 길동이 부모님은 이미 알고도 모르실꺼야 침착하게만 해'
'아빠 나도 같이 할래'
'언니는 다음에 해! 어떻게 둘이 한꺼번에 해'
'야! 나도 같이 배울거야 까불지마'
'.....'
'아빠 김치찌개가 개운하고 시원했던 이유는 너무 간단해 할아버지가 아빠한테 끓여주던 방식 그대로 아빠나 엄마가 똑같이 했고 할아버지도 니들도 좋아했으니까 일단 니들도 해봐'
'아빠나 엄마 김치찌개맛이 다른 이유는 우리집 김치가 할아버지 고향인 함경도식 김치였기 때문에 달랐던거야 ... 우리집 김치는 특징이 뭐였지?'
'김치국물이 많았어'
'맞어 그래서 국수도 무지하게 말아먹었지 ... 또'
'맞다! 오징어 오징어가 있었다'
'그래 할아버지 고향이 어촌에 가깝고 추운데라 생태나 오징어가 들어가 삭어서 국물맛이 유달리 시원했던거야'
'호박김치도 넣어서 끓인적도 있었는데?'
'늙은 호박으로 담근 호박김치는 예산 이모가 담궈 보내준거라 이북식은 아니지만 김치찌개에는 대박 완전 대박 맛있던거고 ... 이따 호박김치 대신 묵은 깍두기를 집어넣고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 맛을 기대해보자 ...'
'원래 말 그대로 찜은 스팀이나 증기로 찌는거지만 요새는 정말 인터넷에도 따라하기 편한 레시피가 많아 그중 전자렌지를 이용한 레시피랑 비슷하게 만들면 되는데 다만그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하면 부드럽지 않은 계란찜이 되는 단점이 있어 그래서 아빤 아빠식대로 솥에 물넣고 찌듯이 만들은거야
잘들어 ... 집중하고 뭐든 직접해보는게 팁이야'
* 계란 다섯개를 그릇에 넣고 잘 풀어
* 잘 풀린 그릇에 우유 물컵 한컵정도 듬뿍 넣고 거기에 물컵 반잔 조금 넘을 정도로 더해 넣어
* 소금 조금 아주 코딱지 만큼하고 설탕 반수푼을 넣고 될수록 많이 잘 섞어서 전자렌지에 넣고 돌려
* 전자렌지가 돌아갈 시간은 오분으로 맟췄다면 그 중간쯤 그릇을 확인해서 어느정도 되었는지 젓가락 찔러 확인하고 수분이 표면에 남았을때 꺼내면 돼
'주의점은 문을 열면 부풀어 오르던 계란이 다시 내려 앉으며 부드러워지지 않으니 자주열면 안돼 ... 자 먹어봐 어때?'
'아빠 아빠 굿 굿이야 ... 완전 부드러워'
아빠가 찜기에 쪄준것 보다는 아닌데 부드러워 그냥 빠다 말고 여기에 밥 비벼 먹어도 될것같은데 ...순두부 같아'
'어때 내솜씨 우하하하'
'그래 수고했다 이놈들아 ...
학생때는 그렇게 학교 준비물 해달라고 하더니 이젠 결혼할 나이가 되서도 아빠가 준비물 챙기게 하니까 좋니? 좋아? ....
그건 그렇고 ... 이게 아빠가 니들 결혼 선물 미리 준거다 .. 빨리 밥먹자 배고프다'
'아빤 이걸로 결혼 선물 퉁칠라고? 어림없네용 ㅋ'
'이 놈들이 ... '
'난 그래도 빠다에 비벼 먹어야지'
'난 아버님 생각나서 그런지 옛날 생각나네'
세월이 흐른 만큼 준비물이 많이 바뀐것 같습니다
아마도 집사람이 앞으로 더 힘들겠지요
저도 당분간은 김치찌개와 계란찜을 수없이 먹어야 될것 같기도 하지만 아마 그건 두녀석에게만이 아니라 내게도 선물이겠지요
아직도 바지락 가지찜 뿐 아니라 이번 겨울에는 어쩌면 김장 배추를 다듬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록 우리 집사람처럼 우리집보다는 남자집 음식에 길들여지고 김장맛도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그게 제일 큰 준비물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것은 어쩔수 없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