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에 밥냄새라도 솔솔 코를 자극하면 안고프던 배가 갑자기 고프고 뭐를 반찬으로 먹지하고 은근 기대되기도하고 게다가 갓지은 밥알의 기름기 졸졸 흐르는 밥알을 생각하면 부드러우면서도 찰지고 쫄깃한 식감만으로도 달달한 한끼가 기대되지요
미역국은 정말 주둥이 짖쪄가며 먹으라해도 싫지만 올갱이 아욱국과 나물에서 풍기는 들기름 참기름 냄새까지 난다고하면 정말 끝장나지요
근데 말입니다
우리집은 이런 호사를 누릴수 있는 날이 아이들이 태어나고 밥을 먹으면서부터는 거의 없었습니다
거의 전투적인 밥상이었기 때문입니다
간장은 만들지 못해서 김만 찍었습니다 ... 조금 아쉽네요 대문은 우리집 밥냄새중 하나인 진미채고요
'선생님 정말 아무 이상이 없는겁니까?'
' 음 ... 의학적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고 우리들도 알수없는 심리적인 문제일수도 있겠지만 ... 뭐라 확언할수는 없어도 아이가 아직 어리니 스트레스나 소화기과적 문제가아닌 섭식장애일수도 있으니 우선 조금씩 식습관부터 먼저 바꿔 나가보시죠'
'섭식장애요? ......
아니 가는 병원마다 하자는 검사는 다해도 이상이 없는데 물만 먹으면 토하고 음식도 아예 못먹는게 아니라 거의 안먹다시피 하는게 섭식장애라고요?'
'혹시 모르니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정말 성질나고 주먹이 부르르 떨리며 자존심 상해 치가 떨릴일이었습니다
말이 정신의학과지 정신병원에 가보라는거나 전혀 다르지않다는 생각이 먼저였으니까 말입니다
그때만해도 사고뭉치때라 둘째임에도 불구하고 아빠로서는 또 두번째 초보아빠였거든요
... 그래도 해봤습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극히 정상이고 또 다른 테스트에서는 오히려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뛰어난 영역도 있다는 말까지 들었으니까요
한데 쳐 밖아주지 못한 분한 마음보다 정말 고맙고 다행이었지만 그것도 순간 이젠 어쩌지하는 걱정이 앞선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래도 우유는 먹는다고 하지 않았나요?'
'예, 애가 유치원 다니는데 우유만 먹고 삽니다'
'지어주신 한약도 먹을 때뿐이고 다 먹고나면 이틀 이상 안넘기고 말짱 도루묵입니다 ... '
'거참 ... 음식을 먹으면 소화 흡수되는것이 거의 없는 특이 체질이라 체질개선 한약을 먹여도 먹는 동안만 잠시뿐인 모양이네요 ...
그래도 기는 보호해야 허하지 않을것 같습니다
일단 약을 바꿔보고 힘들더라도 진짜 뭐든 아이가 속에 받는 것으로 한수저라도 더 먹이셔야겠네요'
죽으나 사나 체질이 바뀔때까지는 밥 한톨이라도 더 먹이고 체력을 유지하는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그제야 얻은거지만정말 환장하겠더라고요
이유를 알수 없지만 밥과 음식을거부하는게 아니라 늦게 먹고 너무 적은 양을 먹을뿐 아니라 우유만 먹지만 그래도 병이 아니고 체질 때문에 그렇다니 어떻게든 한수저라도 더 많이 먹이기만하면 된다는 생각에 만들고 안먹으면 버리고 만들고를 반복하고 같이 죽자는 마음으로 무조건 대들었습니다
'하민이는 하민이 먹고싶은 만큼 가지고가서 먹어'
'예'
'우유 가져왔어?'
'.....'
초등학교때 전교에서 급식을 지맘대로 자기가 원하는거 원하는 만큼 자기가 떠 먹는 단 한명의 유일한 학생이었습니다
맨 마지막이나 맨 처음에 먹어야 했지만 하나도 먹지않거나 아예 피해버리고 우유만 홀짝거리는 것이 애들은 물론이고 학부모까지 소문이 난거지요
속으로는 또래보다 작고 왜소해 따돌림 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할까봐 한시도 아이한테 집중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었지만 다행이었습니다
작고 왜소해도 친구들 다섯명이 똘똘 뭉쳐 다니며 잘 적응 했으니까요(결혼한 아이들도 있고 삼십이 넘은 지금도 만나고 있답니다)
'우리 강아지 오늘 아빠가 김밥 싸줄까?'
'......'
'김밥에 들어간 단무지 당근 계란이 먹기 싫어서 그런거지? 솔직히 말해봐? 그치?'
'.....'
'하민아 니 생각을 말해야 아빠 엄마뿐 아니라 남도 하민이 생각을 알고 할지 말지를 알지 ... 니 생각은 항상 똑바로 말해야 하는건데 ... 그니까 말해봐?'
'.... 아빠 아무것도 안 넣고 싸줘'
'그럼 하민아 아빠는 김밥 맛있게 싸서 달라고하고 엄마는 옥수수반찬 해줄까?'
'응'
이것저것 해먹이다보니 어쩌다 운좋게 얻어 걸리고 해달라고 생긴것 중 하나가 옥수수 치즈 반찬인데 지금도 가끔씩 우리집 반찬에 올라오고 있는데 정말 우습게도 이젠 저도 집사람도 지 언니도 모두 없어서 못먹는 반찬이 되었답니다
아마도 가족이라 그럴거라는 생각이 들지만요 ㅎㅎ
무튼
'하민이는 엄마보다 아빠가 좋은 모양이네 엄마가 만든 옥수수 반찬보다 아빠 김밥을 더 좋아하네...'
'.... 맛있는 냄새나'
'하민아 아빠 간장 김밥 맛있지? 아빠가 아는 호텔 주방장 아저씨한테 배운거를 아빠 비법으로 제조한 간장으로 만든거니까 푸하하하'
'아빠 김밥 하나 더 만들어줘'
'아빠가 이번에는 할아버지 김치로 만든 김치김밥 만들어줄까?'
'그냥 간장김밥 먹을래'
'아빠가 그냥 하나 싸줄께 먹어보고 먹기 싫으면 걍 아빠가 다 먹어 버릴께 ... 너 처음에 아빠가 만들어 준 간장김밥도 싫다고 했잖아 ... 뭐든지 먹어보고 해보지 않음 아무도 몰라 ... 그치? 너도 모르지?'
'아빠 만든다'
'.... 아빠 맛있어 ... 두개 섞은것도 맛있어'
'거봐 ... 이제 세개만 더 먹자'
'아빠 우유'
정말 간장김밥이 아니라 애간장 김밥이었지요
이 간장냄새가 어쩌다 얻어걸린 아니 누가 뭐래도 지금까지도 해달라하는 밥아닌 고마운 밥냄새가 된겁니다
'아빠가 오늘은 김밥말고 할아버지 김치로 만든 김치쌈밥 만들어 줄까? 매운거 안먹어도 할아버지 김치하고 아빠가 만든 꼬추장은 먹잖아?
너 잘 먹는 덴뿌라 반찬도 다시 좀 더 많이 만들고
아님 덴뿌라 말고 간장 계란 만들어줄까?'
'그래도 매울거 같아서 싫은데...'
'음~ 아빠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너 니 엄마가 만든 간장 떡볶이 말고 학교앞 분식센터 같은데 가서 빨간 떡볶이나 오뎅 같은거 먹어는 봤니?
안 먹어봤지?'
'친구들이랑 떡볶이집도 가서 다 먹었다니까 ... 왜 자꾸 그래 짜증나게'
'니가 먹어봐 얼마나 먹었겠니 안봐도 뻔하지 ...'
'엄만 맨날 ... 나 밥 안먹어'
'흥 먹지 마라 ... 중학생이나 된 지집애가 돈만내고 우유만 먹고 맨날 끼적끼적거리나하고 키도 제일 작으면서 ... 안먹으면 너만 손해지'
'이사람이 ... 그만하고 계란좀 삶아주세요
하민이는 나와서 간장계란하고 김치쌈밥 먹자'
'야 그만하고 나와서 밥먹어 ... 아빠가 김치쌈밥 만들었어 너 좋아하는 진미채나 덴뿌라 볶음 남은거랑 싸먹으면 되잖아 ... 맨날 너 좋아하는 것만 만들어 주는데 도대체 뭐가 불만이야 ...
또 엄마 성질 돋구지말고 얼른 나와서 밥먹어 '
'우와 의외로 대박인데 웅와 웅와 아빠 짱 짱'
'맛은 있네...'
'다 내가 만든 꼬추장이 맛있어서 맛있는거야'
'야 엄만 고 사이를 끼어드네'
'민정이도 하민이도 세개씩만 더 먹자'
'얍얍 아빠 우유'
'기집애야 니가 같다먹어 ... 다 큰게 아빠 시키니'
정말 신물나게 많이 먹은 간장김밥 김치쌈밥 이었고 그때마다 간장 꼬추장 제조를 해야했지만
지금은 가끔씩 먹는 별미가 되었지요
그 간장김밥과 김치쌈밥이 내년이면 새로운 처음을 시작할 나이가 되게 만들어 주었기때문에 아직도 고마운 우리집만의 밥냄새일지도 모릅니다
아마 우리 하민이 밥냄새는어릴적 제가 그렇게 부러워하던 친구집 문앞에서 맡던 밥냄새가 아니라 마른김 굽는 냄새와 간장냄새 빠다에 옥수수 볶는 치즈 냄새 시큼달달한 냄새가 밥냄새 였을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하민이뿐만이 아닌 우리 가족 모두에게 애간장 녹이는 밥냄새는 옥수수치즈냄새 빠다냄새 새콤달달한 간장냄새.고추장 냄새가 우리집만의 맛있는 밥을 부르는 냄새가 되었다는말이기도 합니다
진짜 밥냄새 말입니다
지금도 우리 하민이는 우유만 마십니다
아마 삼십년 넘게 마신 물이 1리터 팻트병 하나가 안된다면 누구도 못믿으시겠지만 레알 진짜 정말 거짓말 일도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많은 부분 달라지고 있습니다
대학 졸업때까지 38KG였던 몸무게도(질색인데) 지금은 46KG정도로 통통해졌고(살쪘다고 재랄을 떨고 있지만 보기 정말 좋고 예쁩니다) 매운 라면은 아직 먹지 못하지만 그래도 순한맛 라면은 먹고 말랑고기라던 기름뺀 수육보쌈 아님 손도 안대던 다른 고기류도 정말 잘먹습니다
우리집에서 떨어지지않는 우유 치즈 덴뿌라볶음 진미채무침 노란무 통조림 옥수수 계란 마른김 등 정말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 전투장비지만 그래도 이제는 그냥 우리 가족 모두의 필수 장비가 되었고 말이지요
앞으로 지새끼 나면 더 달라지겠지요
자기처럼 물말고 우유하고 치즈만, 계란도 흰자는 안먹고 노른자만 먹었었지만 학교 졸업하고는 나름 사회생활 하면서 조금 조금씩 달라진것처럼 분명히 달라질겁니다
남들과는 다른 밥냄새라서 내자식을 흉보는게 아니라 비록 남들과는 다른 밥냄새가 되었더라도 우리 가족 모두에게 다른 밥냄새를 맡게 해준것에 오히려 감사하고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고마운 마음이란걸말하고 싶은겁니다
중고딩때 그렇게 안먹어 속썩이면서도 학교 다니는 내내 모든 수학경시대회는 일등인데 생물 사회등 암기과목은 진짜 빵점 수두룩인데도 수시 가서는 한방에 딱 붙어버린 전설같은 사고를 친 그날도 아무렇지 않게 어떤 음식도 마다하고 그렇게 먹던 아빠표 간.장.김.밥. 만들어 달라는것도 눈물나게 고마웠고 무엇을 먹어도 소화 흡수를 못하는놈이직장 다니며 상사랍시고 정말 못난 식키들이 소주 두세병을 먹이며 무시해도 화장실 한번이면 말장 도루묵으로 처음처럼 다시 시작하는 독보적인 주량으로 그 식키들 취해서 넥타이 머리에 묵게 만든것도 이젠 고맙습니다
잘 커주고 잘 자라준것만으로도 우리 가족에겐 그냥 세상에서 제일 큰 선물이기 때문에그렇습니다
주구장창 간장김밥 김치쌈밥 밥냄새만 맡으며 자란 막내가 주는 정말 최고의 선물이지요
피곤하겠다고 하는 사람도 분명있겠고 골치아파서 피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진짜 가족으로 생각하고 느끼는 사람은 분명히 있고 애 엄마가 했던것처럼 결혼하고 지 자식이 생기면 자기도 분명 바뀔거고 노력할거라 믿는다는 말을전하고 싶습니다
세살 위지만 티격태격 싸워도 이날까지 불평 하나 없이 말없이 동생하자는대로 먹고 맛있다 해준 지 언니처럼 분명 우리를 닮았을거니까요
'아빠?'
'왜?'
'아빠 김밥 간장은 어떻게 만들어?'
'.....'
우리집 밥냄새인 애간장 간장김밥은 아직 진행중이 아닌 새로운 연장일것 같습니다
2020-5-13 모처럼 휴일 거실
오늘도 덤입니다
사람마다 맛이 다를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우리집에서는 이미 최소 15년은 훨씬 넘은 밥냄새를 부르는 것들임을 밝히고 그립니다
궁금하시면 해보시고 다르게도 만들어 보시길요
■ 먼저 간장 제조법입니다
새콤달달을 생각하면서 제조하시면 거의 맞습니다
* 조금 옴폭한 종지에 조선간장이면 더 좋겠지만
양조간장을 붓습니다
* 식초를 간장양의 1/3 가량만 약간 뿌립니다
* 고춧가루를 아주 조금 진짜 코딱지만큼 넣습니다
* 사이다를(김 빠진건 안됩니다) 간장양만큼 넣되
조금씩 넣으면서 추가 하십시요
(경우에 따라서는 설탕도 조금 넣습니다)
* 옵션 - 들기름 한방울 딱 한방울 넣어도 좋습니다
* 잘 젖고 맛이 좀 싱겁지만 새콤하고 들큰하면 끝
TIP - 김은 마른김을 살짝 구워 8 등분으로 자른다
(돌김은 맛있지만 건강한 서천 파래김 추천)
밥은 맨밥일경우 간장만 넣거나 덴뿌라 볶음
얹져서 먹거나 김치를 얹져 드시면 됩니다
그냥 아주 죽여줍니다
TIP - 계란을 삶아 간장에 한두시간 담궜다가 드셔
보십시요
생계란 노른자만 간장에 비벼도 굿입니다
(흰자를 함께 비비면 밥이 질어져 맛없음)
또 따듯한 밥에 빠다를 넣고 간장에 비벼도
좋고 김치치개랑 드셔도 좋습니다
TIP - 간장에 국수를 비벼 드셔도 짱입니다
단, 설탕하고 김치는 쪼사서 섞어야 합니다
들기름은 옵션입니다
■ 고추장 제조법입니다
역시나 새콤달달입니다
* 시중 고추장을 드실만큼 덜어 넣으세요
* 먼저 간장 만들듯이 간장을 한수푼정도 넣습니다
솔직히 내맘대로 넣지만 대략 고추장의 1/5 정도
* 설탕도 적당량이지만 저는 많이 넣습니다
- 좀 달다 싶을정도 넣고 많이 저어 녹이십시요
* 마늘 간거 반수픈 정도(아주 곱게) 쌈장 반수푼
정도와 매실액기스 한수푼을 넣고 막 저으십시요
* 식초를 한수푼만 넣고 저어서 냉장고 하루 보관
* 먹기전에 사이다 두수푼 참기름 반수푼 참깨 간거
넉넉히 넣고 잘 저어 드시면 끝
TIP - 집에 김치 없는 집은 없습니다
김치를 흐르는 물에 잘 씻어 물기를 꼭 짜서
잎새부분을 한쌈 크기로 자릅니다
생체 김치가 있으면 더 좋겠지만 없다면
줄기와 김치소중 무채를 망에 걸러 햄이나
덴뿌라를 들기름에 볶아 쌈에 얹고 고추장을
원하는만큼 찍어서 드시면 됩니다
■ 김밥이든 쌈밥이든 상관없는 밥제조법입니다
유부없는 유부초밥 생각하시면 됩니다
* 밥 한공기를 미지근한정도로 식힙니다
* 밥을 양푼에 넣고 젓가락으로 잘 풀어 줍니다
* 피클 햄 단무지가 필요합니다
피클을 예닐곱개 잘게 쪼사 주십시요
노란무 역시 예닐곱개 잘게 쪼사 주십시요
햄(쏘세지가 아닌 스팸 같이 부드러운것)도 동일
* 식초 반수푼 올리브기름 반수푼 설탕 반수푼 보다
조금 더 넣고 잘 비벼 주십시요
(초밥같이 꼬들꼬들 새콤한 맛입니다)
* 마지막으로 깨 으깬것을 넣어 드시면 됩니다
TIP - 긴장김밥이나 김치쌈밥 어디다 드셔도 좋고
밥에 고추장이람 김치소 봌은거랑 비벼 드셔도
좋습니다
TIP - 우유 대체인 콜라도 때론 좋습니다
(참고로 우리집은 펩시만 먹습니다 더 달거든요)
진미채 덴뿌라볶음 식빵튀김 간장떡볶이등등 제조법은 위에서 보듯이 요즘 인터넷에 만드는 방법들과는 좀 다릅니다만 다음 기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