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구에는 오폐수만 흐르는게 아닌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눈물이 녹아 내려 오폐수를 정화시켜 빗물을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1.
공사장은 농아학교 대로변에 위치했지만 오가는 사람은 없고 애꿎은 개새끼 짖는 소리에 여기 저기 개짖는 소리만 어둠을 짙게 만들어 그렇찮아도 으스스한 밤하늘을 을씨년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한두번 해본 짓도 아닌데도 힘에 부쳐 콘크리트 바닥에 엉덩방아를 몇차례나 찧는 어려움을 격는 이유는 이 빌어먹을 새끼 때문이었다
축 늘어진 녀석을 벽에 기대어 놓고 어둠이 익숙해 질때까지 몇번이나 머리를 부딛치고 나서야 이 빌어먹을 새끼를 벽에 고정 시킬수 있었다
빌어먹을 새끼
눈앞이 아찔해 왔다
몸은 생각보다 많이 정신에 지배를 받는다는 말을 되 씹으며 아직 후들거리는 두 다리를 세우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딱딱하게 굳어버린 쓰다만 세멘트 몇개를 주어와 쌓고 이 빌어먹을 새끼 두 손을 올려놓고 아시바 고정용 철사로로 손발을 묵었다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은 없는것이 확실하고 또 설사 지켜본다고해도 겁날것도 없었다
죽자 살자 짖어대던 개새끼들도 제풀에 지쳤는지 조용해졌고 노가다하며 알아 두었던 공사장에서 야방서는 할배는 매번 똑같은 모양 그대로 초저녘 부터 술에 꼴아 이미 산송장이라 이곳으로 순찰 돌 염려도 없었다
그래도 아시바 사이 그늘로 숨어 들어 몸을 숨겼다
어느새 맺힌 땀을 식히려 피워든 담배 불빛이 참 이쁘다는 생각과 함께 뜬금없이 마치 반디불이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지금이지만 왜 이렇게 기다려야 하는지 알 필요는 없다
그냥 기다리다 반드시 한가지는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 뿐이지 아무런 느낌이 없기 때문이다
쭉 뻗어버린 큰곰 같은 쓰레기 덩어리는 곧 죽어도 대빵이라고 곤조는 있는지 한방 오되게 쳐 맞았는데도 뒤지지는 않았다
깨어나면 대가리가 깨질것 같겠지만 알바도 아니고 평생 더 뒤지게 아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양아치 새끼가 찾아와 고소하거나 애들을 보내 피로 떡칠을 해버릴수도 있겠지만 더 이상은 생각 않기로 했다
그러고나니 이젠 깰때까지 그냥 기다리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
'으으으'
녀석이 깨어나것은 족히 한시간 이상은 지난 시간 이었고 어둠 속 바닥에 쌓인 담배 꽁초가 대신 답해주고 있었다
어둠에 익은 눈에 조심해서 내리 쳤는데도 옆통수에 흐른 피가 굳었는지 떡칠을 하고 있는게 보였다
묘한 전율이 스쳐지나갔다
'으으으'
'빨리 깼네!'
순간 멈짓하다 몸부림 치기 시작했지만 몸을 비틀수록 철사는 손목과 발목을 파고들 뿐이고 생각보다 질긴 나일론은 힘으로는 끊을수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것 같았다
'정신드니? 그럼 다시 맞아야지'
얼굴을 두어대 패 버렸다
'으으윽'
소리를 지르고 싶었겠지만 그럴수 없고 몸을 움직일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제야 상황 판단이 섰는지 두다리를 벌벌 떨기 시작했다
'잘들어! 왜 니가 맞아야 하는지
음 짧게 말할께 ... 길어지면 널 죽일지도 모르니까
넌 하지말아야 할 짓을 하고도 책임지지 않았어
그러니까 책임져야 해 ... 내가 책임지게 해줄께'
항상 함께하는 가죽장갑을 끼는 눈이 눈물인지 안광 때문인지 순간 반짝 빛나 스쳐 지나갔다
'걸레는 애경이가 아니고 니가 걸레고 양아치야 넌 두사람을 죽인거야 그리고 두번 죽인거고 ... '
어둠속에 눈은 흰자위가 유난히 희고 큰가보다 부릅 뜬 눈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나? 누구냐고?'
'잘들어 나 니가 같고 놀면서 걸레라고 씨부리던 소리 듣고 목매단 애경이 중삘이 친구고 니들 보임상고 애들이 죽치고 삥뜯는 419도서관에 가끔 들렸던 수리라고 밝힐께 ....
니가 보임상고 대빵이니까 나중에 혹시 복수라도 한답시고 니 떨거지들 데리고 와도 좋고 아님 니 혼자 독고다이로 와도 좋아'
흰자위가 심하게 움직이며 기회를 보는것 같았다
'... 음 중삘이한테 깻박 났다고 소문나 쪽 팔리면 죽은듯이 반성하면서 살아도 좋고 ...
내 족보는 밝혔으니 첫번째 선택은 니가 해'
'으으으'
어둠속에 눈이 익었는지 아니면 앞에 선 주먹만한 것이 지껄이는게 가소로웠는지 몸을 치세우기 시작했다
말없이 가방을 뒤져 수건을 꺼내 각구목을 둘둘 말아 철사로 고정하고 한동안 사정없이 허벅지를 두들겼다
'움직이지마 잘못 맞으면 평생 병신된다'
움직임이 뜸해지는듯 하더니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벌벌기기 시작해서야 손을 멈췄다
'계속할께! 알았니?알았으면 에 아니오로 대답해'
눈물이 답해왔다
'다 말해가니까 나 힘들게 하지마'
'니 똘마니들 아니 너랑 붙으면 내가 피떡이 되겠지 아! 어디 하나 병신이 되려나 ....
근데 말이야 올려면 나 죽일 생각하고 와야 할거야 아니면 내가 다음번 널 볼때는 죽여버릴거니까'
'자 그럼 두번째 선택이야'
'이번엔 지금 해야 해 ...
너 왼손 잡이야? 오른손 잡이야?
각구목으로 왼 쪽 오른 쪽을 바꾸며 툭툭 치며 물어도 고개만 도리질 칠뿐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신음소리조차 내질 못하고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더 맞고 끝낼래?
어짜피 난 너 병신 안 만들거야 그러니까 대답해
'왼 쪽? 오른 쪽?'
오른 쪽 손에 고개를 고장난 시계처럼 끄떡이기 시작했다
'그럼 왼손이네 ...'
주머니 속에서 꺼내든 파커 볼펜은 묘하게 빛을 발하며 반짝이기 시작했다
'딸깍 딸깍 딸깍'
꿈인듯 생시인듯 순식간에 내리 꽂은 볼펜은 신기하게 손등에 박히지 않았다
'으으읔 으으'
'자 첫번째는 용서해주라는 내 친구 부탁으로 이정도로 .... 어딘가 조금 아프고 재수없으면 부러졌겠지만 병신은 안될거야!
.... 이건 애경이가 주는 용서니까 잘 받아두고'
'자 마지막 두번째'
몸부림이 심해지기 시작하자 조용히 각구목을 집어 들자 몸부림이 멈추었지만 수건을 감싼 몽둥이는 가차 없었다
'대빵이면 대빵답게 굴어 '
'자 다시 두번째 ... 이건 내가 주는 용서가 아니고 날 정신차리게 해준 선물이니까 기억해두고'
은빛 날개가 번쩍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손등에 박히지 않았다
'으응읔읔 흐흐흑'
한참을 피떡칠에 눈물콧물 범벅된 곰새끼같은 덩치를 처다보다 나일론 줄을 끊어냈다
'철사줄은 니가 풀어 ...'
'다시 한번 밝힐께 나 수리야
아마 419도서관에서 삥 뜯으며 본적도 있을거야
언제든 찾아와라 기다리고 있을께 ... '
'흐흐흑'
'음 .... 그래도 니가 아무리 양아치라도 널 좋아한 사람의 용서를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이미 세워논 계획대로 마무리는 천천히 했다
이미 날이 어슴프레 밝기도 하는것 같기도 하고 멀리서 종소리도 들리는것 같기도 했다
'제기랄'
맞은건 저 새낀데 왜 내가 쓸데없이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시멘트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첫번째 그림 마침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