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도 언다는 사실을 너무 일찍 알아버려서 창피하던 그때도 웃을수 있었던건 친구들의 장난기 어린 웃음과 진심 때문이었습니다
2.
조그만 한옥 자취방은 천장은 참 넓고 커 보인다면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고 하겠지만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정말 모르는 사실이다
천정은 낮고 그나마 전등불이 늘어져 천장이 아니 방 전체가 어두워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때면 혼자 물어보고 대답하며 무서움을 달랬다
삶이 내게 준 첫번째 의혹인 왜 난 여기에 있는거지 라는 생각 때문이라면 너무 조숙한 빙충이 같을지모르겠지만 일곱살수리는 밤마다 그랬다
회초리를 맞은 것도 아닌데 아니 차라리 엄마한테 맞았으면 속이라도 편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회초리의 의미를 빨리 깨달았더라면 수리는 그렇게 절망하고 외롭게 지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 혼자 업신 여겨지고 무시 당해야 하는지 몰라서 외롭고두려워하며삶을 낭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더 악다구니를 쓰며 기를 써야만 했다
일곱살 수리는 그렇게 혼자였고 기를 쓰고 버텼다
교무실 앞에서 눈치보며 급식을 받아 먹는게 싫어 늦게가고 일찍 다녀도 봤지만 보이지 않는 업신 여김과 따돌림은 질긴 나이론줄 같았다
끊임없이 괴롭히는건 친구들만이 아니었다
선생님이란 탈을 쓴 돈먹는 괴물들이 있어서 더욱 더 힘들었는지도 모르고 죽을 생각을하고 면도칼을 샀는지도 모를일이고 일곱살 수리는 피만 나면 죽는줄 알고 죽겠다고 면도칼로 손목을 너무 살짝 그어 피도 내보고 상처도 생겼지만 사람 그렇게 쉽게 죽지 못한다는것도 그때 일곱살때 알았다
일곱살 바기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기로 맘먹은 이유는 바로 수리를 괴롭힌 선생년 때문이라면 너무 잔인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런 돈먹는 괴물들 때문에 어떤일이든 버티며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법을 배웠다
배가 고파 먹는 수돗가 수도 꼭지는 언제가 사람이 없으며 언제 먹어야 밤중에 변소도 안가고 배도 아프지 않을지를 배우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어쩌면 그동안 겪은 말 못한 고통들에 억눌려 살면서 착각이라 생각할여유조차 없었을지 모른다
그냥 오로지 희롱 당하고 휘둘림만 당하다가 내 팽겨치지 않겠다는 생각만했을뿐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런 멸시는 사라지고 없었다
이전수리는 죽어 없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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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방 같은 천장이지만 아직도그리 좁아 보이지 않는다
이사만 열번인가 열세번인가 옮겨 다녔지만 아직 벗어나고 싶은 단칸 자취방조차 없기때문이다
청웅중학교 1학년 10반 이소리
아직 학교를 다닐수 있는 이유는 덩어리는 작아도 순발력있고 조그만만큼 그만큼 빠르고 눈치있게 움직인 탓에 노가다판 노가다는 아니고 그렇다고 시다도 아닌 심부름꾼이지만 그래도 공부할 돈을 만질수는 있는 수리는 그런새끼 노가다였다
열세살 새끼 노가다는 언제나 바뻤다
'수리야 함바집 가서 돼지고기 넉넉한 김치찌개랑 생선 대가리 몇개 꾸라고 해라'
'수리야 밤중에 철근 쌔비가는 좀도둑들 많으니까 졸지말고 잘지키라'
'수리야 공구리 친거 마르지않게 물 뿌리라'
'수리야 니 갈데없지? 좀 멀어도 오야지한테 말해 놨으니 여기 끝나면 다음 현장으로 따라 오니라 ..
핵교로 연락할때까지 어디든 쳐박혀 잘지내고'
유혹도 장난이 아니었지만 만화방은 비바람 피할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그곳은집 아닌 집이었다
만화방 한쪽 벽 모퉁이를 돌아서면 작은 통로로 만든 문이 있어 그곳에는 두개의 당구대와 판넬로 막아서 방으로 만든 밀실이 두개가 있었다
들어서서는 안되는 금지된 구역인 것이고 건달들이 오갈때에는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하지만 선택지가 없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눈치보지 않고 잘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무도 막는 사람이 없는건지 경계가 허술했던건지 모르지만 일단 작심한대로 대놓고들어가고 보니 생각보다 더 대단한 곳처럼 보였다
그 두개의 방중 한곳에서는 24시간 화투 트럼프 도박을 하는 건달들이 죽치고 있었으며 나머지 방에는 군용 담요가 깔린 야전 침대와 먹고 잘수 있는 잡동산이들이 있었다
쾨쾨한 냄새나는 만화 무협지들을 빽빽하게 꽉 채운 선반보다 오가는 건달들이나 새끼 건달들 양아치들의 싸구라 옷에서 나는 향수 냄새가 더 욕지기가 났지만 오히려 만화방보다 건달들 놀고 먹는 방이 수리는 더 편하게 견딜수 있었다
아니 모르겠지만 주어입은 단 한벌 교복으로 일년 열두달 입고 견디는 수리에게서 나는 냄새도 만만치 않아 몰랐단 말이 더옳을지모른다
벽에는 거의 빨가벗은 여자들 사진들이 부분적으로 확대되어 붙어 있었고 웃기게도 영화 포스터 중에는 흑백으로 만든 멋진 것도 붙어있었다
방안에서 나는 온갖 냄새에 적응하기에는 적지않은 시간이 걸렸지만 오랜만에 맡아보는 익숙한 냄새는 땀이 밴 담배 냄새를 맡고 지낸 덕에 빠르게 눈치것 행동하고 있어야 할 자리를 찾게만들어 줬다
쫒겨나다시피 온 이곳에서도 노가다판 냄새와 분위기를 느낄수 있었던 만큼 일단 몸이 먼저 움직이고 있는것이었다
먼저 자세가 흩트러지지 않고 옆에서 기도보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말부터 걸었다
'저 ... 뭐 시키실거 없으세요'
찢어진 눈이 매섭고 날카로워 순간 움찔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다시 카드판에 집중하자 아무소리 안하고 그 뒤에서 무작정 기다렸다
'앞에 나가서 창용이가 담배 달란다고 전하고 주면 받아와 그리고 뒤지기 싫으면 이걸로 나가서 밥이나 처먹고와'
지폐 한장을 거지 동냥하듯 주고는 돌아서는 모습이 마치 진짜 형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은 이미 밖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형님 여기 담배'
돈과 담배를 다시 내밀자 잠시였지만 반짝 반짝 빛나는 눈은 왠지 슬퍼 보였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버려 수리는 다시 멀직이 떨어져 뒤에 서 있을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수리든 참새든 진짜 날개 꺽인 참새구이가 되던지 아님 쥐도 새도 모르게 털 뽑힌 전기구이 통닭이 될뻔했던 것이다
노름판 기도는 아무나 하는것도 아니고 또 아무나 들어올수 있는곳도 아닌데 겁도없이 들어선 빨가벗은 여자들이 잔득 붙어있는 노름방에서 죽지도않고운좋게 평생 사부 형을 만난것이다
죽었을지도 모르는만화방에서살고싶어 한 첫번째 선택이 인연을 선물해 준 것이었다
'우선 .... 좀 맞자'
순식간에 날아드는 주먹은 별로 힘들이지 않고 치는데도 매웠다
하도 맞고 다니다보니 들어오는 주먹이 보이고 어떻게 맞아야 덜 아프고 상처가 남지 않는지 몸이 알고 있는데도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도저히 참을수가 없을것 같은 느낌이 드는 동시에 이러다 정말 죽을수도 있겠구나 싶을찰나 때리는 손은 보이지 않아도 아무 표정없는 얼굴이 살짝 눈에 들어왔다
본능적으로 머리를 쳐들고 얼굴을 받아 버렸지만 어느틈에 한발 뒤로 물러난 뒤였고 혼자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는데 머리 위에서 웃는 소리가 들렸다
'요놈 봐라 ... 이름이 뭐냐?'
매운 손보다웃는 소리가 더 무서워 오금을 필 수가 없었지만 죽어라 몸을 움추리며 일어나면서 얼굴을 가리고 상대를 쳐다보는 수밖에 없었다
'이름이 뭐냐고 묻잖아'
'소리요 .... 이소리라고요'
'담배 피우냐?' 물으며 내민 담배를 엉겁결에 받아드니 지포 라이터 불이 눈앞에 있었다
아니라란 말보다 입이 먼저 담배를 빨고 있었고 그 거짓말 덕분에 적어도 오분간은 터져나오는 기침때문에 죽음을 맛보아야했다
다시 터진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소린지 수린지 뭔지모르지만 다신 여기 오지마라... 겁이 없는건지 무모한건지 모르겠지만 여긴 너같은 애들이 있을곳이 아니야 ... 그냥 집에가라
눈이 빠른것 보니까 공부해도 잘하겠는데 뭐하러 이런 꽁지밥 먹으려 들어 ....
왠지 남같지않아... 하는 말이니 좋은 말로 할때 그냥가라'
'.....'
'이자식 개기네 ... 진짜 제대로 절단 나봐야 알라나 ...'
훤칠한 키 사각턱에 날카로운 눈은 아까처럼 슬픈 눈속에 장난기 섞인 눈웃음이 섞여보인것도 잠간순간 이었다
'이루와 이루와~봐'
어느새 일어났는지 눈앞에 찢어진 눈이 보인것도 잠깐이고 엄한 창세기에 불이나기 시작했다
요즘 이유없이 맞는게 유행하는 것도 아닌데 한참을 그렇게 인정사정 없이 맞다보니 정말 눈에 보이는게 없어지기 시작했지만 속으로는 저새끼가 날 죽이지는 않겠구나하는 막연한 생각도 스치듯 들기도 했다
순간 개구리 튀어 도망가듯 뛰어올라 얼굴을 받아버렸는데 이번에는 운좋게 코에 명중해버렸다
하지만 그 경황에 뒤로 빠지는것도 예술 같았다
홍수완이는 댈것 아니게 빠른것 같았다
'아이고 붕어새끼한데 좆 물렸네 ... 아쭈구리 피까지나네 ... 넌 이제 죽은 목숨이다 ... 기다려'
무서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서워 도망가고 싶었다
그리고 울었다 실컷 울며 욕했다
'왜 때려 씨발 .... 갈데가 있어야 가지 씨발 ....다시오라메 ... 너 같으면 잘데가 있으면 만화방에 밍기적거리며 꼽사리 껴 자겠니 ... 씨발 ... 갈데가 없다구 씨발 어엉엉~'
'어 고새끼 깜찍허네 피나는건 난데 니가 왜 우냐 이새끼 골대리는 새낄새 허허 참'
또 다시 왠지 통쾌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제기랄
쓸데없이 나는 눈물이 혹 난 대가리보다 아팠다
무서움은 어디로 갔는지 괜한 서러움이 흘리는 무지하게 아프고 시린 눈물이 차가운 도끼다시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