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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소리 Feb 16. 2023

수리  (1-5)

범생이의 이중생활


연필이 주는 마음을 받은지 벌써 육십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하얀 종이 한장에 그려지는 삶의 흔적이 고맙습니다

5.



방과후의 교정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축구하는 애들부터 야구하는 애들까지 옆의 경기산고 야구부원들이 야구연습이 끝나면 신난 애들 놀이터가 투수판과 홈 플레이트가 있는 곳이 최고의 명당이었지만 수리의 명당은 따로 있었다

음악실과 테니스장이 있는 작은 운동장이 최고였다

그곳중에서도 관중스탠드 옆계단은 움푹 들어가 잘 보이지 않는데다 누구도 잘알지 못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어리고 장난기 많은 친구들이고 수리와는 동갑내기 또래들이라 말도 잘통하고 뭘해도 신나고 재미난 일이겠지만 수리는 친구들과 같이 놀고 싶어도 그럴수 없었다

친구들과 조금 달랐기 때문이었다


'소리야! 나 갈래 저기 삼학년 형들이 숨어서 담배 피려고 몰려온다'

떼거지로 몰려오는 덩치들을 본 순간 문제는 서둘러 도망치려 했다

'무서운 형들이야 돈도 뺏고 옷이나 신발도 뺏어 신는 형들 이래 ... 얼릉 가자'

소리는 그소리를 듣고 고개를 빼고 가만히 바라 보며 놀라는 시늉을 했다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몰라 나도 들었는데 돈 뺏긴 애들이 그러는데 이학년 형들도 저형들한테 꼼짝도 못한데 그리고 저형들 깡패래 ...  얼른 가자'

그리고는 뭐라 할새도 없이 큰 운동장 쪽으로  달아났다

하! 그새끼 빠르기는


이문제

청웅중학교 1학년 10반

나이는 같은 학년이지만 11살로 실제로는 두살이 어렸

IQ 146인 두학년이나 월반한 수재형 학생이었

입학후 수리의 유일한 학교 친구였

나이가 어리고 부모님이 정부 고위직에 계시는  관계로 선생님들과 전부 친하고 학교 소식을 제일 먼저 알고 있는 소식통이었다


수리 자신도 예전엔 몰랐지만 자기가 IQ 117의 평균 이상의 머리와 그림과 글짓기에 소질이 있으며 특히 뛰어난 순발력과 순간 반응 속도가 빨라 운동신경이 탁월하다는 사실을 주변 미술 국어 체육 선생님에게 들어 알게 되었다

특히 체육선생님과 미술선생님은 아예 자기네가 데려간다고 담임선생님에게 부탁까지 하는 상황을 이 문제아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수리는 용이 형에게 많은것을 배우고 있지만 모든 싸움에서는 운동보다는 싸우는 방법을 알고 있는게 실질적으로 남보다 훨신 강하고 필요하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수리는 싸울때 필요한 힘과 공격을 예견할 수 있는 빠른 눈 그리고 분출되는 기가 뛰어난 아이였다

실상 요 몇달 동안 동네에서 좀 논다는 양아치들이 또래 아이들을 괴롭히는것을 막아주 수도 없이 피떡을 만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사정이 다르다는 사실이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아무리 방과후라지만 학교라 용용이 형과의 약속을 깰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우선 피하고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뒤로 달아나려 하는데 멀리서 손짓하는게 보였다

빌어먹을 심상치않네

저 정도 덩어리면 한명도 힘들것 같은데 떼거지로 덤비면 어디 한군데 곱게 부러지는건 일도 아닐것 같았다


수리는 도망가지 않았다

어짜피 도망 가봐야 학교를 때려칠게 아니면 부처님 손바닥이다

가까이 오는 무리중에 한놈이 낮이 익었다

어디서 봤지?

'찾느라고 많이 힘들었다!

저 멀대새끼 기억나지? 니가 코뼈 다시 맟춰 준  형아 말야 ...'

'형들 왜 그러세요 난 기억이 없는데요'

'저 새끼가 너같은 젖 비린내나는 애한테 깨졌을줄 누가 알았겠냐? 그래서 찾느라고 늦었어'

'... 전 모르는 형인데요 정말 잘못 찾으셨어요'

'그만 됐고! 그냥 한판 하자!

빛은 갚아야지 형들이 위신이 설것 같아서 말이지'

'아! 너 양아치는 아닌것 같은데 뭘 쓴거야?

칼이나 빠이프는 아닌것 같고 뭘 썼는데 저새끼 양팔을 못쓰게 한거야?'

'....'


'형이 대빵 같은데 부탁 하나만 할께요

학교말고 밖에서 만나서 죽이든 살리든 하세요

부탁입니다'

'으잉 이건 또 무슨 개 풀 뜯는 소리냐?

왜 여기서는 집중이 안돼서?

괜찮아 꼰데들 다 퇴근하러 교무실로가서 여기 아무도 없어 걱정말고 ...

잔챙이 한마리 잡을려고 다구리를 놓을수도 없고

야! 이 병신아 니가 다시 붙어봐

다시 깨지면 다신 보지않을거니까 알아서하고 ...'

얼굴이 군데군데 보라색으로 변했지만 많이 본래 얼굴로 돌아간 양아치는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커서 머리 하나는 더 있었다

'니가 잘못했잖아! 왜 힘없는 애들 괴롭히고 돈까지 빼았었는데? 내가 알기로 저기 형들은 적어도 애들 돈 빼앗지 않아 ... 오히려 다른 학교 애들이 우리 친구를 괴롭히면 도와주지! 넌 양아치야!'

'잠깐! 잠깐만! 멀대 이새끼 너 애들 삥 뜯고 다니다가 이 좆마리에게 터진거야?

말해 이 씨발 놈아!

내가 우리학교 애들을 절대 건들지 말라고 했어 안했어! OB형들 귀에 들어가면 넌  ... '

'야! 참새 넌 빠지고 집에가! 다시 부르면 오고!'

일이 묘하게 흘러가고 있었지만 이리저리 눈치보고 기다릴 처지가 아니었다

뒤에서 들리는 샌드백 치는 소리가 참 맵다는 생각을하며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소리야! 너 과외하지?'

내가 무슨 과외를 해? 배부른 소리하고 자빠졌네

내가 너처럼 엄마가 학교에 오길하니 학교까지 차타고 오길하니 넌 부자지만 난 ... 과외 못해!

그리고 문제아 너 형이라 부르라 했지!'

'같은반이 친구지 형은 개뿔! 키도 나보다 작은게'

'... 너 먼저번에 선생님이 수학 잘한다고 좀 더 열심히하면 고등학교 좋은데 갈거라고 과외하라고 했다는거 내가 들었는데 뭘'

'누가 그래? 아니야 새끼야'

'공갈치지마 과외도 안하는데 어떻게 수학 문제를 이렇게 잘풀수 있는건데? 이런 문제는 반장하고 과외하는 애들만 푸는건데 뭘'

'그럼 넌 과외하냐? 넌 어떻게 푼건데?'

'헤헤헤 ... 비밀이지롱'


점심시간을 알리는 넷째 시간은 유난히 길었다

둘째 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도시락을 비워 버리는 놈들이 거반 이지만 그래도 점심시간 학교 매점은 언제나 앉을 곳이 없을 정도로 붐비는 곳이었다

수업중에는 음악실 옆 계단에는 오가는 사람이 있고 가끔 훈육 선생이 들르기도해서 가질 않았다

대신 학교 이발소 옆으로 경기산고 쪽으로 난 뒷산 배수로 옆에는 김신조가 넘어 왔을때 난리가 난 이후에 청와대로 통하는 모든 배수로와 구멍이란 구멍은 다 막았지만 학교라 그런지 철조망으로 막아져 있어 땡땡이 치는 개구멍으로 사용되었고 그 앞 야구부실 옆에는 수도꼭지가 여러개 달린 수도가가 수리의 단골 식당이기도 했지만 외져서 점심 시간에 혼자 있기에는 최고의 명당이었다


'헤헤헤 소리야! 너 여기 있는줄 알았지 헤헤헤

너 이거 먹을래? 우리 엄마가 싸준 빵인데 난 먹기 싫어서 .... 난 빵보다 밥이 좋은데 엄마가 병원일 하느라 바빠서 맨날 빵이거든 헤헤헤

그래서 난 식당서 라면밥 먹고 왔지롱! 자 먹어'

'내가 거지냐? 니거 얻어먹게'

'싫음 관둬라 버리면 되지 뭘! 배고프면서'

'이게 정말! 저리 안가! 정말 맞는다 너'

'담임이 이따 청소 끝나고 너하고 나하고 둘이 교실에 남아서 기다리래 ...

빵 안먹으면 니가 버리던가 ... 버리면 벌받지롱'

'....'

'시험 채점하고 가라고 하셨거든!

내가 너하고 둘이서 한다고 했더니 그러래

나 잘했지 헤헤헤'

'너 정말'

학교에서 문제아인 문제는 언제나 즐거워보였고 선생님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했고 학기 초 같은반 애들이 괴롭히는걸 몇번 도와준 이후로 완전히 이 문제아 경호원이 것도 모자라 학교 선생님들 심부름이란 심부름은 완전 둘이서 도맡아 하는 말 잘 듣는 범생이 아닌 범생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


'소리야 너 뭔일 있냐?

삼학년 형들이 이따 방과네시반쯤에 경기산고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라던데 ...

근데 문제는 그 형이 우리학교 대빵이라는거야'

어짜피 한번은 겪어야할 일이었다


'다시한번 묻자? 날름이를 쓴거냐? 아니냐?'

'아닙니다!

난 깡패도 아니지만 양아치도 아닙니다'

'좋아 니가 의리의 사나이 돌쇠든 쪼다든 상관없다

중요한건 양아치처럼 무기를 썼다는거다! 뭐냐?'

'... 볼펜입니다! 무기가 아닙니다!'

'볼펜? 너 무슨 운동했냐?'

'아닙니다'

'그런데 볼펜가지고 어떻게 한거야?'

'주먹이나 몸으로는 급소를 때리면 되지만 상대가 나와 급이 다르면 손과 발을 먼저 제압해야 한다고 배워서 배운대로 한겁니다'

'....'

'볼펜으로는 급소 주변을 찍어 잠시 손발을 못쓰게 만드는거 뿐이지 절대 급소는 찔러 다치게 하지는 않습니다!

재수 없으면 다르지만요 ....'

'뭐 ... 그게 가능해?어디서 배웠어?'

'가능하고 형한테 배우고 있습니다'


'너 형들 밑에 있어라!'

'습니다! 전 형에게 약속한게 있어서 안됩니다!'

'어이 참새! 너 안그러면 지금 다칠수도 있어'

'그래도 저는 지금이 좋습니다! ...  어쩔수 없다면 저도 가만히 죽지는 않겠습니다!'

'가온지 곤존지 모르지만 품이 좋네'

대빵은 대빵 같아 보였다

수리는 할까말까 망설이다 용기를 내 말했다

'형에게 제가 부탁 드릴게 있습니다!

제발 힘 없는 애들 괴롭히지 못하게 해 주십시요

제가 알기로 형은 우리학교 애들이 어디가서 맞고 다니지 못하게 해주는 고마운 형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주십시요!'

'하 고새끼 말한번 이쁘게 하네! 너 탐난다 야

너 공부도 잘한다며?너 내 밑에 있어라!'

'싫습니다'

'하 고새끼 ... 이름이 수리라고 했던가?'

'욕하지 마세요! ... 소리입니다'

'.... 그래라! .... 소리든 수리든 알았다!'

넌 니 식대로 해라! 넌 이번 일로 동네 논다니들 한테는 이미 소문날대로 났는데 괜찮겠어!'

'일학년한테 깨진 양아치들이라 쪽 팔려서 크게 소문내지 못할겁니다'

'그것까지 계산하고 친거냐?

그래도 양아치면 몰라도 선배들은 함부러 건들지는 말아라 ... 내가 못 참는다'

그리고 내 위 OB 선배들이 알아서 좋을것도 없다'

'전 그런 깜냥도 못됩니다! 걱정마십시요'

'한가지 더 있다'

'그럴일은 없겠지만 학교 밖에서 우리 애들이 힘이 달릴때는 도와 주도록해라!'

'....'

'그럼 학교에서는 넌 남이다!

건달 되라는게 아니니까 그건 되겠지'

'.... 명분만 분명하면 형도 허락할겁니다'



                                   다섯번째 그림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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