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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소리 Feb 21. 2023

수리  (1-6)


때론 저녁 해넘이가 새벽 해뜸이 같이 느낄때도 있답니다


6.



이른 새벽이었다

탕탕탕탕

'수리야! 수리야!'

조용하기 그지없는 효자동 골목 한옥 대문이 요란했다

동네 개새끼들은 한마리가 짖기 시작하자 청와대 대통령을 깨우려는듯 맹렬하게 짖어대기 시작했다

왠지 심상치않은 소리였다

이른 새벽 대문을 두드리면 누구보다도 용용이 형이 싫어하고 주인집 할머니가 염라대왕이 되기 때문이었다

용용이 형이 깨우는 느낌도 느낌이지만 대문 열러 신발을 끌고가는 마음에 막연한 불안감이 스며 들었다

'누구세요?'

'수리야! 나 웅순데 지금 형철이네 집 난리났어

빨리 가봐야 할것 같아'

'왜? 무슨 일인데 새벽부터 이 지랄인데? 왠만하면 집으로 오지 말랬잖아?'

'그게 아니고 ... 빨리가자 형철이 맞아 죽어'

손부터 잡아끄는 웅수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목소리에서 사태의 긴박함을 느꼈기에 그길로 방으로 들어가자 용용이 형은 말없이 옷을 내밀었다

'형 ...

얼른 가봐라 또 크게 다치기 전에'

수리는 그길로 집을 나서 징명여고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형철이네 집은 동네에서도 알아주는 부잣집이었다

형철이네 부모님은 이북서 내려와 고물상을 하면서 전쟁통에 부자가 되었지만 군사정권이 들어서며 잘 나가던 사업을 갑자기 발표된 정부 경제개발 정책 때문에 졸지에 자금이 말라 부동산에 묶이면서 부도가 났고 그 여파로 고등학교도 못가 전수학교를전전하며 생 양아치가 된 형으로 인해 집안이 조용할 날이 없었는데 또 술 처먹고 행패를 부리는 모양이었다


수리가 도착했을때  짚앞에는 이미 많은 물건들이 뒹굴고 있었고 이른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이웃들이 구경을 나와 처다보고 있었다

구경중에 제일은 쌈구경 불구경이라고 했지만 다들 너무들 한다고 생각하고 형철이부터 찾았다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구경나와 그래도 말려보고자하는 사람들 틈에서 대책없이 맞고있는 형철이를 찾아내고 사람들을 밀치고 곧장 다가갔다

'무슨일입니까 형! 동생한테 무슨 짓을 하는거예요? 왜 때리냐고 요!'

'넌 뭐야? 아 ~ 니가 수리란 새끼구나 ...

? 니가 대신 맞아볼?'

'왜 그러는데요 형! 형철이가 뭔 잘못을 했는데요!

제발 이젠 그만 하세요!'

수리 목소리는 끓어 오르는 분노로 바르르 떨려 나왔다

'그래 너 이새끼!  만났다! 니가 이새끼 꼬드겨 돈 짱 밖아 놓으라 시켰지? 그렇지 이 좆만은 새키야 ...

그래! 니가 내놓으면 되겠네~!

너도 고아새끼라며! 좆도 없는것들이 ~~'

 취해 지껄이는 말을 들으며 갑자기 맥이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저걸 죽여 살려하는 마음이 처음으로 살기를 더했지만 친구 형이었다

'! 이 씨방새야! 일루 일루와 봐!

니가 이 새끼 대가리에 쓸데없는 생각하게 만들고 있지?

학교는 무슨 씨발 ... 돈이나 버는게 장땡이지!

좌우간 너도 일루와 봐!이 좆만한 씨방새야 ...'

'예 예 형 좆 큰 줄아니까 그만하시고 ....

이쯤에서 끝내시죠! 더 이상 못 참습니다 ...요'

'어쭈구리! 왜 나랑 맞장이라도 뜨게?'

말 하면서도 중간 중간 형철이를 골라서 때리는걸 보니 술 취한게 아니라 행패를 부리는게 분명했다


'아! 정말 ....

학교 다닌다고 밥 굶어가며 번돈이예 ... 요

한두번도 아니고 매번 그걸 형이 왜 뺏는건데? '

'.... 이새끼 봐라! 이젠 대놓고 반말하네!

겁 대가리를 상실한거지! 너 지금...'

빌어먹을 이젠 더 해볼수 있는게 없었다는 생각이 입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어쩔건데?

형철이가 너만 못해서 맞아 팔이 부러진줄 아니? 너 같은 것도 형이라고 맞아준거나 알고 까불어 ... 너보다 큰 떡대가 병신처럼 맞아 준거라고 ...

형이라고! 이 병신 새끼야!'

'.... 아주소설을 쓰네 이것들이'

수리가 앞장서며 뒤돌아보지않고 말했다

'따라와 ... ! 동네 시끄러우니까'


이형철

청웅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부터 유도를 배워와서 특기생으로 백제 중학교 입학 예정이었으나 청웅중학교로 전학옴

나이 13살

수리와 항상 같이하는 학교밖 친구중 하나로 씨름선수같은 몸집을 가진 장사 타입이지만 빠르고 인정이 많아 따르는 친구들이 많다

학교에서 학생들 잔 심부름으로 학비를 벌고있으며 돈되는 일이면 앞뒤 안가리고 하고있다


'부탁입니다  제발 형철이 그냥 두세요 제발...'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간신히 주머니에 꽂아놓고 미친듯이 부탁하며 매달려 보았다

'부탁이야 형! 우리 거지가 아니잖아?

제발 부탁이야 ... 같잖은것들 똥구멍을 닦아주며 살아도 뒷골목 양아치로 살수는 없잖아 형!'

' 앂탱구리들이 이젠 훈계까지하네! 

깝치지말고 자리잡자

그렇찮아도 벼르고 왔으니까'


수리는 꼼짝도않고 그 팽팽한 긴장감을 견뎌내며 버텼다

날이 점점 밝아오기 시작하자 수리는 사정이나 애원만으로는 도저히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미 부딛치기로 한 이상 깨져 피떡이되는한이 있어도 형철이 한테 다시는 손을 못대게 만들어야 한다는 결심을 굳혔다

더구나 지금까지와서 멈추면 모든것이 끝장이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물었다

'형 도대체 뭘 원하는거야? 돈이야?'

'? 니가 줄라고? 일이백원이 아닌데 ... 너도 집도 없는 고아 새끼라며?' 

'아! 상관없나 ... 어짜피 전세금 빼면 똑같이 고아새끼들 되나 ... 크크크'

'전세금이요? 이 또라이 새끼 진짜 ...

형철이는 어떡하고? 엄마가 죽으면서도 안뺀 전세돈 뭐하려고 .... 이 호로새끼야'

'이새끼가 쥐약을 처먹었나?

정말 골때리는 새끼네! 야! 야! 야! 정신차려!'

'아 씨발 진짜 욕 나오네

야! 이 양아치 새끼야 니가 형이니? 이 씨발놈아! 니 엄마가 동생 잘 챙기라고 하면서 죽었잖아!

아버지가 쌩까없으면 니가 아버지 역활을 하는게 형이지  ...

 팔린거 참아가며 애들 심부름하고 번 돈을 ...

그 돈을 뺐는게 형이냐 양아치지!

이 씨발 새끼야!

욕 안할려고 했는데 어휴' 

'저 씹탱이가 매를 버네 벌어.....'

너무 많은 말을 뱉어내 버린만큼 깨물은 입술에서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말이 필요없는 시간이 된것이다


'넌 욕먹어도 싼새끼라 지금부턴 넌 형 아니다!

덤벼 이 양아치 새끼야!'

수리는 떨리는 두손을 부여잡고 숨을 죽이며 손마디 하나 하나에 집중했다

막상 맞서서 두눈을 부릅뜨고 얼굴을 처다보니 역시 장사 집안답게 딱 벌어진 어깨에 다부진 몸집이 강골 같았다

아까보다는 차가워진 눈길과 분위기가 안그래도 위압적인 덩치를 더욱 크게 만들었고 차가워진 말소리가 수리를 압도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고등학생은 고등학생인가 급이 다르다고 생각하는것과 동시에 섬뜩할 정도로 빠른 주먹을 보았다

순간 수리는 몸이 뱅그르르 돌면서 옆으로 굴렀다

더이상 지체할수도 없었다

선제 공격도 빼았겼기 때문에 나중에는 감당하지 못할 만큼 기가 살아 덤빌것이다

수리는 소리로 기선을 제압하며 엉켜 붙으며 머리로 턱을 노렸지만 언제 무슨일이 있었냐는듯 간단히 응수하며 멱살을 낚아채며 주먹이 날아들었다

퍽퍽 퍼억

수리 입가에 새빨간 피가 쏟아져 나왔다

빠져 나가고 싶었지만 그것은 마음뿐이었다

사실 중학교 일학년 짜리가 고등학생한테 잡혀 밑어 깔려 있으면 쩔쩔맬수 밖에 없었다


수리는 순간적인 판단 착오를 후회하면서 움직일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도 날아오는 주먹속에 보이는귓구멍이 커다랗게 보였다

주먹이 내려오는 순간마다 귓구멍이 보였다

떡방아 같은 주먹 소리를 들으며 주먹과 멱살 잡은 손이 움직이는 순간 수리의 얼굴이 날아오는 주먹을 향해 마중물처럼 턱으로 받아 들이며 동시에 불끈 쥔 주먹이 커다란 귓구멍을 향해 파고 들었다

퍼억

'크으윽!'

제대로 맞았는지 고통을 참지 못하고 괴로운 듯 옆으로 떨어져 바닥을 뒹글었다

순간 주머니 볼펜 생각이 났지만 쓸수 없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대신 재빨리 양팔 겨드랑이를 겨냥해 있는 힘껏 발끝을 연속해 날렸다

와는 다른 고통과 마비가 온듯했다

우당탕당

한번 무너진 곰은 다신 덤비지 못하게 어설프게 다뤄서는 안된다

무너진 기를 제대로 뭉개놔야 했다

퍽 퍼억

'말해 ... 다신 안한다고 말해! 말하라고'


'그만 때려!

우리형이야! 그만 때리라고 ... 수리야! 형이라고

내가 번돈 다 주면 그냥 갈거라고 어엉엉

새끼야! 그만 때리라고 ... 엉엉엉'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가 악을 쓰며 울고있었다



                                여섯번째 그림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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