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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Mar 20. 2023

중2 아들에게 바라는 세 가지

공부 보다 더 중요한

Photo by Blaire Harmon on Unsplash


중2라는 나이는 참 이해하기 어려운 나이인 듯합니다. 저희 아들이 올해 중2가 되었는데 아이폰으로 바꾸고 나서는 어디서 뭘 하는지 파악하기도 어렵고요. 다행히도 학교와 학원은 성실하게 다니고 있습니다만, 매일 한 번은 버럭 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이것이 시간이 흐르면 변화되는 것인지 청소년에 대한 책을 읽어보면 그렇다고 하긴 하는데. 어린이 시절의 그 아름다웠던 아이가 화내는 모습을 볼 때는 참 안타깝습니다. 다만 거기에 제가 맞대응해서 싸움을 키우지 않을 만큼의 자제력이 생겼다는 것은 다행이라 해야 할까요.


공손하게 협상하는 방법을 우리 아들이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힘이나 언성을 높이거나 화를 내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은 정답이 아닙니다. 사회는 그렇게 굴러가지 않죠. 용돈에 대해 협상을 하거나, 약속에 대해 협상을 하거나, 가족여행에 대해 협상을 하는 등 모든 협상은 감정적이 아니라 지혜롭게 진행해야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집안일을 하거나, 성적에 대한 약속을 하거나, 주말 약속을 잡는 것 등의 모든 협상에 친절하고 상대방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해를 하면서 협의를 하면 궁극적으로 더 좋은 결과를 얻으면서도 상대와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이해하기까지 아주 오래 걸렸습니다. 특히 자녀가 어릴 때는 더 이해하기 어려웠죠. 내 아이이니 당연히 아빠의 말을 들어야지 라는 고정관념이 있다면 더 실행하기 어려운 부분이니까요.


건강을 더욱 챙기는 아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50살이 되니, 거울을 보면 배 나온 아저씨가 서있습니다. 비만 일보직전이라는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본지도 몇 년째입니다. 우리 아들은 지금 권투체육관에 이번달부터 다니기 시작했는데, 어깨가 넓어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하니 열심히 응원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잠깐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청소년기 시절에 운동을 지속하길 간절히 원합니다.


우리는 평생 단 하나의 몸을 사용합니다. 나의 나이가 15살이던, 20살이던, 50살이던, 운동을 시작하고 건강을 챙기는 일은 절대 늦지 않았습니다. 지구상에 살아가는 동안 머물러야 할 내 몸을 소중히 여기고 잘 챙겨주는 일은 아주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공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죠. 나의 몸과 마음, 나의 영혼까지 챙겨주는 일을 등한시하면 절대로 안됩니다. 10대나 20대에는 나에게 주어진 육체가 당연한 것이고 자연적인 것이라 착각할 수 있지만, 나의 인생은 내가 선택한 것들 것 채워지기 마련입니다. 내 소중한 몸을 위한 선택을 조금 더 의식적으로 결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성적을 비관한 적이 있습니다. 이 따위 점수가 내 점수라니. 믿을 수가 없었죠. 분명히 할 만큼 공부한 것 같은데. 아버지가 또 얼마나 혼내실까. 그러다 어머니가 그런 얘길 듣고 너무나 우셔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뒤로는 성적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웬만큼만 성적이 나와주니 좀 더 필사적으로 노력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성적 따위가 내 인생을 좌우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아들은 빨리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학력사회에 살고 있지만, 서울대를 가지 못한다고 실패한 인생은 절대 아닙니다. 4년제를 가지 못한다고 실패한 인생도 아닙니다. 학교에서의 답과 사회에서의 답을 구하는 방식은 너무나 다릅니다. 학교 시험에서 60점을 맞으면 낙제로 쓸모없는 사람이 되지만, 사회에서 하는 일의 60%를 성공한다면 천재적인 사업가로 인정받게 됩니다. 우리 아들은 높은 점수보다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멋진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들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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