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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Mar 17. 2023

진짜 친구와 인맥에 대하여

학창 시절과 지금의 차이

Photo by Aman Shrivastava on Unsplash


지금 제 카카오톡 친구 목록은 263명입니다. 1년 전에 은퇴를 하면서 몇백 명의 연락처를 삭제했습니다. 일적으로 외에는 만나지 않는 사람들이죠. 그런데 그 이후로도 자녀의 선생님들처럼 조금씩 연락처의 이름들이 늘어나더군요. 하지만 진짜 친구는 한 손에 꼽습니다. 진짜 친구의 정의는 참 애매모호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진짜 친구란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 열일 제쳐두고 나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부모의 초상이 생길 때 3일 내내 와서 도와줄 수 있는 친구. 몇 명쯤 되시나요?


주고받음이 존재하는 인맥의 사회에서 이런 상황은 흔치 않죠.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이 많은 것. 즉 네트워킹이 힘이라 생각하고 30대 시절에 인맥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그렇지, 인맥이 힘이지. 하고 결론짓곤 했죠. 사업을 하고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인맥은 공짜가 절대 아닙니다.


인맥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은 어마어마합니다. 그 이상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그 인맥들을 나에게 가치가 되는가의 기준으로 분류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그 인맥의 사람들은 과연 나의 친구일까요? 


사람들은 내 인생에 등장했다가 퇴장합니다. 퇴장하는 사람도 영원히 퇴장하는 건 아니죠. 만약 둘의 사이가 진짜 친구라면 1년에 한 번 연락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친밀할 수 있습니다. 마치 오래된 앨범 표지의 먼지를 닦아내면 여전히 그 앨범 속의 사진들은 선명한 것과 같습니다. 가치가 사라지지는 않는 거죠. 반대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노력을 태워 넣어야 한다면 어쩌면 처음부터 친구란 불씨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학창 시절에는 정말 친구가 소중했습니다. 가족보다 더 소중히 여겼던 것 같습니다. 잘못된 생각이죠. 가족이야말로 가장 오래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내 친구가 몇 명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곤 했습니다. 아는 사람이 저 멀리서 인사하면 참 즐거웠던 거 같습니다. 같이 술 마실 친구들이 많은 것에도 뿌듯했습니다.


그래서 학창 시절에 별다른 아웃풋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우리는 우리가 홀로 있을 때 가장 오리지널 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협업하면 커다란 성과를 낼 수 있겠지만, 나만이 낼 수 있는 가장 독창적인 성과는 오롯이 나 홀로 있을 때 나옵니다. 책을 쓰는 것도 그렇고,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이 곁에 있어서 동기를 제공할 수는 있겠지만 진짜 성장은 항상 무대 뒤에서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친구가 별로 없다고 우울해하거나 슬퍼하지 마세요. 가장 친밀한 친구는 배우자가 될 겁니다. 그 외에 한 손에 꼽는 친구들은 초등 시절의 친구이거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하나둘씩 내 인생에 나타날 겁니다. 너무 많은 친구는 도리어 내 삶을 피곤하게 만들 겁니다. 내 시간과 에너지를 뽑아갈 뿐입니다. 그러니 친구를 사귈 때 이 사람과 같이 있으면 내 에너지가 올라가는지 기운을 빼앗기는지 조심히 살펴보고 동행을 결정하세요.


친구와 보내는 시간보다 내가 홀로 있는 시간을 아껴서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무언가를 고민하고, 상상하고, 만들어내고, 배우고.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시간을 들여 뭔가를 창조해 낼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면 미래의 자신에게 충분한 감사를 받을 것이라 믿습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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