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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Apr 25. 2023

유치원의 학부모 참관 수업

No-Zero-Day

no zero day -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아침부터 비가 오네요. 이렇게 날씨가 흐린 날은 왠지 힘이 좀 빠지는 느낌입니다. 오늘 하기로 결심한 많은 것들을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하고요. 오늘은 막내의 유치원 학부모 참관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자녀와 같이 있는 시간은 기쁘면서도 힘든 일이죠. 거기에 평상시의 루틴과 다르게 끼어있는 오전의 참관 수업으로 오전 계획 2시간이 날아가면 오늘 하루는 그냥 쉬고 싶어질 때도 있습니다. 거기에다 나 빼곤 다 엄마들이 온다는 뻘쭘함도 약간…


여기에 No-Zero-Day라는 개념을 적용하면 더 쉽게 기운 차릴 수 있습니다. 두 가지 방식으로 적용 가능한데요, 하나는 진짜 달성해야 할 중요한 과제 하나 또는 두 개를 정하고 그걸 달성하면 오늘 하루는 성취한 날이라고 생각하는 방식과, 여러 가지 소소한 목표들이 있을 때 각 목표 분야를 왕창 해내는 것이 아니라 아주 조금이라도 했다면 최소한 퇴보하지는 않았고 발전했다고 여기는 방법입니다.


오늘 저의 목표 중에서 학부모 참관 수업이 오전에 가장 중요하고, 온라인 비즈니스의 관리가 오후에 가장 중요하므로 이 두 가지만 성공하면 되었다 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여러 가지 목표를 모두 조금씩 진행하는 방식으로, 글쓰기를 빼먹을 수는 없으니 에세이 한 개를 쓰는 것에서 후퇴해 한 개의 문단만 쓰고, 운동도 빼먹을 수는 없으니 1시간은 아니라도 10분간 스쿼트를 할 수도 있습니다.


자기 계발이라는 분야에서 루틴을 만들어 매일 동일하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죠. 저 역시 이렇게 습관화시킨 루틴이 나를 더 지혜롭게 만들어 주는 것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아니죠. 가끔은 쉬고 싶고, 몇 개는 넘기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매일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액션을 취한다는 건 생각보다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거든요. 오늘처럼 날씨가 우중충해서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말이죠.


이럴 때는 아주 조금씩만이라도 내 목표를 향해 다가가기만 해도 됩니다. 포기하는 날은 제로 데이가 되는 것이고, 포기하지 않고 한 줄이라도 글을 쓰는 날은 no-zero-day가 되는 것이죠. 내가 지금 행동하는 것이 행동의 크기보다 더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당연히 월등한 결과를 내고, 내 마음속의 포기라는 단어를 멀리할 수 있는 방법이죠.


매월 10만 원씩 투자한 사람은 30년 뒤에 1억 5천만 원을 가지게 될 겁니다. 한 달에 10만 원은 저축하기 어렵지 않은 돈이지만 한 푼도 하지 않은 사람은 30년 뒤에 아무것도 없는 것에 비하면 결과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한 번도 운동하지 않은 사람과 매일 20분이라도 맨손체조와 스트레칭을 한 사람의 건강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몇 시간씩 헬스장을 다니지는 못해도 차이는 분명합니다. 하루에 한 페이지라도 책을 읽는 사람은 일 년에 두 권은 끝낼 수 있습니다. 안 읽는 사람은 계속 zero일 뿐이죠.


가장 큰 보상은 나의 마음의 만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포기하지 않았어. 정말 하기 싫었지만 최소치는 해내고 말았어. 기분 좋은 날에는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이 할 수 있을 거야. 성취의 기쁨을 매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건 심리적으로 대단한 안정감과 만족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달력에 X자 표시하는 오래된 방법이 아직도 존재하는 거겠죠. 이렇게 제로 데이를 없애면 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자신을 바라볼 수 있을 겁니다. 쓰다 보니 에세이 한 개나 나와서 더 기쁜 날입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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