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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Apr 24. 2023

전주 한옥마을이라는 선택은?

몰라, 아무 데나. 이런 말은 금지어로!

20230421_전주 한옥마을 전경. 직찍


태어나 처음으로 전주와 군산을 방문했습니다. 50 평생 처음이었죠. 네, 알아요, 서울 촌놈이란 걸. 지금 제가 글을 쓰고 있는 책상 귀퉁이에는 군산 이성당 단팥빵 봉지가 놓여있습니다. 조금은 긴 운전이었지만 (가는데 4시간, 오는데 4시간) 서울 토박이의 전주 첫나들이 치고는 재미있었다고 자평합니다. 아내와 아들이 한복과 교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사진이 아주 많이 남았죠. 저는 아쉽지만 막내를 케어하느라 옷 갈아입을 여유가 없었습니다.


전주 한옥마을을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은 갑작스러운 결정이었습니다. 동생이 가족들과 같이 갔었는데 또 가보고 싶은 장소 top3로 꼽더군요. 그래서 그리 좋나? 생각만 하다가 갑자기 그럼 고고! 해버렸죠. 여행은 이것저것 재고 따지고 계획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일단 거기 가자! 외치고 출발하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심사숙고해야 할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 대충 넘기는 면이 있으며, 간단하게 결정해야 할 것들도 쓸데없이 오래 고민하는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존재입니다. 나의 미래나 커리어에 관해서 깊이 생각해야 하지만 다음에 하자고 넘기고, 여행지를 고르거나 점심을 선택할 때도 결정을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죠.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의 블링크(Blink)라는 책에서는 우리가 모든 선택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결심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것을 우리는 인지하지 못하고, 그 선택에 대한 합리적 이유를 스스로 붙여나가기 때문에 왠지 합리적으로 결정했다고 생각한다는 거죠. 내가 육감으로 결정한 것에 걸맞은 이유나 주장을 억지로 찾아내서 나는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심리적으로 강화하는 거죠.


하지만 인생은 굳이 이렇게 많이 생각 (또는 이유를 궁리) 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냥 흐름에 맡기고 가다가 실수하는 것을 용납하고 그에 따라 여정을 수정해 나가면 되는 거든요. 마치 전주를 이틀을 보려다가 갑자기 군산 어때? 하고 목적지를 변경한 것처럼 말이죠. 이걸 한 시간, 두 시간 고민한다고 그만한 고민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의 상황에서 과도한 생각과 걱정을 합니다. 그러면 결과가 없이 시간만 보내는 경우가 매일 생깁니다. 작은 변화라도 바로 도입해서 시도하는 게 멋질 것 같습니다. 다음 점심식사 메뉴는 10초 내로 결정하는 것은 어떨까요? 친구들끼리 어디 가서 뭐 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때 가장 먼저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몰라, 아무 데나. 이런 말은 금지어로 스스로 지정하는 것도 훌륭한 변화입니다. 


다만, 빠른 선택을 자제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1순위 상황은 쇼핑할 때입니다. 굳이 필요도 없는 물건을 순간적인 느낌으로, 가지고 싶다는 소유욕으로 질러버리면 결국 내 옆에는 이쁜 쓰레기들이 넘쳐나고 내 은행 잔고는 바닥을 칠 겁니다. 할부! 무시무시한 말이죠. 매달 저축을 하는 것도 아닌 매달 내가 사버린 물건의 대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은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돈에 대해서 배울수록 할부로 사야 하는 것이 있다면 사지 말아야 하는 것이라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에게 이건 꼭 사야 한다고 얼마나 유혹을 하는지… 매일 갈수록 지혜로운 선택을 하시는 독자님들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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