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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Apr 20. 2023

Problem이 될 것인가, Project가 될 것인가

스마트폰 패턴을 까먹으면?

스마트폰 패턴


커피가 떨어졌습니다. 집에서 매일 커피 5잔 이상을 마시는 제게는 큰 문제죠. 후다닥 온라인 쇼핑을 통해 구매하거나 마트를 방문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회에 이걸 프로젝트로 만들면 어떨까요? 내가 지금껏 마시던 커피보다 더 맛있는 건 없을까? 이번에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비하는 건 어떨까? 가성비 좋은 중고 머신은 어디서 팔지? 요즘 뜨는 커피 브랜드는 뭐가 있을까? 나만의 프로젝트로 즐거운 상상을 더해갈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자꾸 책장을 기어올라갑니다. 책이 무거워 당장 넘어가지는 않겠지만 계속 걱정이 됩니다. 혹시 내가 잠깐 화장실이라도 갈 때 높이 올라가면 어떡하지? 그냥 책장을 버려야겠다. 문제 해결! 그런데 프로젝트화 하면 어떻게 될까요? 책장을 가로로 눕히면 어떨까? 책장을 고정형 걸쇠와 연결해 벽에 붙여보는 건 또 어떨까? 오르내리기 좋은 실내 장난감 사다리나 그물이 있으면 그걸 더 좋아하려나? 아이의 대근육 발달을 위한 또 다른 방법은 뭐가 있을까?


Project와 Problem이라는 단어는 비슷한 발음이지만 내가 반응하는 방식은 확연하게 달라집니다. 고정된 사고방식이 바라보는 방향과, 성장형 사고방식이 바라보는 방향은 완전히 다르죠.


프로젝트는 챌린지입니다. 내가 챌린지를 받아들일지 말지 선택할 수 있는 도전입니다. 프라블럼은 문제거리죠. 빨리 치워버려야 할 당면과제가 됩니다.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다양한 관점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프라블럼은 손에 박힌 가시와 같습니다. 깊게 고민하기 전에 일단 빼고 봐야 하죠.


프로젝트는 게임입니다. 레벨이 존재합니다. 쉬운 방향, 중간 난이도, 어려운 방법까지 나눌 수 있으며 중도 목표와 최종 결과물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프라블럼은 이미 지고 들어갑니다. 해결하지 못하면 마이너스 상태가 지속되는 느낌입니다.


프로젝트는 나뿐만 아니라 여러 관련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 같이 커피를 못 마시네요? 해결하면 모든 사람이 윈윈입니다. 프라블럼은 나 혼자의 사건입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프로젝트를 완료하면 나는 발전합니다. 프라블럼을 해결하면 이제야 제로 상태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분입니다.


아들이 스마트폰 패턴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복잡하게 설정했다가 그 패턴을 잊어먹었습니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삼성 서비스센터에 갔더니 통신사 대리점에 가서 자녀의 가입확인서를 받아 다시 오라고 합니다. 서비스 센터에서도 기다렸는데 통신사 대리점에서도 기다리라 합니다. 결국 2시간이 걸려 모든 과정을 끝내고 저녁에 아이에게 다시는 패턴 잊어먹으면 혼난다고 야단치게 되었네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걸 문제라고 생각한 나부터 잘못한 거였죠.


패턴을 잊어버리면 스마트폰이 초기화되어 네가 소중히 여기던 모든 사진이 지워질 거라 미리 경고를 했어야 합니다. 복구하기 쉽도록 자녀의 구글 계정에 부모의 핸드폰을 미리 등록했어야 합니다. 핸드폰 초기화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미리 검색해 봤어야 합니다. 그리고 핸드폰 패턴 따위 잊어버릴 수도 있지 그런 걸로 자녀에게 화내면 안 됩니다. 아들, 미안해. 사랑해.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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