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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Apr 18. 2023

요리를 잘 못하더라도 사랑하라고?

잘못 들었습니다?

Photo by Karsten Winegeart on Unsplash


며칠 전에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주례 선생님께서 주례를 마치고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행복하게 오래 사세요~’라고 마무리했습니다. 그날 저녁 신혼부부는 잠들기 전에 주례 선생님의 말씀이 정말 감동이 되었다고 말하면서 각자 자신이 감동받은 부분을 말하는데 빵 터졌죠. 남편은 ‘돈을 잘 벌어오지 못하더라도 사랑하라’에 감동을 받았고, 아내는 ‘요리를 잘 못하더라도 사랑하라’에 감동을 받았다는 이야깁니다. 서로 응? 그런 말씀을 언제 했지? 못 들었는데.. 자기가 듣고 싶은 부분만 잘 들었다는 말이죠.


요즘에는 맞벌이도 당연하고 집안일도 같이 해야 하니 새로운 버전이 곧 나오겠네요. 하지만 내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것, 내 귀에 들리는 것만 듣는 것에 대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의 좋은 사례이지 않을까 하네요. 우리의 두뇌는 중요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것을 필터해 버리는 성향이 있습니다. 진실은 그것이 아니지만, 내 두뇌가 필터 해버렸기 때문에 내 기억에는 남지 않는 거죠. 


내가 암에 걸렸다고 걱정을 심하게 하는 사람은 암에 걸렸다는 것을 확인시켜 줄 증거를 더 잘 찾게 되는 겁니다. 여기가 평소보다 더 아프다고 느끼고, 식은땀이 더 나는 것 같고, 이 부분은 오랫동안 뭔가 거슬리는 느낌이고… 등등 말이죠. 자신이 믿고 있는 정보에 대해 확증 편향적 정보만을 수집하고 확인하고자 하는 경향이 생겨나는 거죠.


확증 편향이라는 성향을 기억하면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스스로의 두뇌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마치 뇌의 사고방향을 미리 설계한다고나 할까요.


먼저, 내가 믿는 것이 내 눈에 더 잘 띕니다. 그렇다는 것은 내가 믿는 것을 달리하면 완전히 새로운 세상과 정보들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내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 중에 하나를 떼어서 완전히 무효화하거나 반대로 깊게 생각해 보세요. 


예를 들어 건너편에 앉은 김대리. 평상시에 자주 지각을 하고 회의 시간에 발표도 별로 안 하고 대화도 별로 없어서 나의 기준으로는 좀 별로다…라고 생각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어쩌면 아침에 자녀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일 때문에 늦은 것 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자녀 또는 부모님을 돌보느라 평상시에 만성피로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을까요? 아니면 우리 팀장이 회의를 운영하는 방식이 제대로 피드백을 받기 어려운 형태여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아들이 자꾸 방문을 잠그려 하고 내 방이라 주장하며 다른 사람이 못 들어오게 합니다. 단순히 사춘기라 그러는 것일까요? 아니면 혹시 형이 받는 관심을 자신도 받고 싶어서 그러는 것일까요? 아니면 깔끔 떠는 성격이 형성되어 가는 것일까요? 혹시 방에 먼지가 많이 들어올까 봐 그러는데 먼지 알레르기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처음 한 생각을 뒤집어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방을 더 이해하고자 노력해 볼 여지는 언제나 있습니다.


둘째로, 내가 보고 들은 것을 확정적인 사실이라고 믿지 않는 것입니다. 실제로 모든 것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분석하는 훈련을 완료한 요원이 아니고서야 보고 들은 모든 것을 한치도 빼지 않고 설명할 수 없다고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합니다. 내가 잘못 들었을 수도 있고, 내가 잘못 봤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걸 가지고 다툼이 발생하면 과연 이 팩트를 확인하는 것이 다툼의 가치가 있는지 먼저 생각해 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음, 잘못 봤나 보네. 잘못 들었나 보네. 하고 넘기고 오늘의 진짜 중요한 일에 관심을 집중하는 편이 더 행복한 하루를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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