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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Apr 27. 2023

어떻게 5번 넘게 생각했는데 잊어버릴 수 있지?

유치원 운동회 날

red tee shirt on playground -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오늘은 막내의 운동회가 있는 날입니다. 유치원의 운동회는 진짜 운동회라기보다는 야유회 느낌으로 운동장 좀 돌아다니고 바운스 몇 번 뛰는 수준이에요. 하지만 중요한 점은 유치원 단체 티를 입고 가야 한다는 것. 여아들은 빨간색, 남아들은 초록색 티를 입고 돌아다니는데 무지 귀엽죠. 월요일에 한번 입었는데 목요일인 오늘 또 입어야 한다고 해서 미리미리 빨래도 해 놓았습니다. 


어제저녁에 옷을 미리 챙겨야지 하다가 빨래가 다 안 말랐을 수도 있으니 아침에 챙겨야겠다고 두 번을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옷 챙겨야지 생각했는데 중간고사 본다고 법석을 떠는 아들 배웅하느라 잠깐 잊었고, 샤워하면서 생각했다가 옷 갈아입느라 잠깐 잊었고, 다시 생각했다가 오늘은 약간 일찍 깬 막내를 기특해하며 뽀뽀해 주다 또 잊었습니다. 유치원에 도착하고 나니 생각나더군요. 아~~~ 


인생의 많은 것들은 생각난 즉시 하지 않으면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머릿속에 뭔가를 계속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나의 두뇌 활동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칩니다. 바로 실행하거나, 지금 뭔가 중요한 일을 하는 중이라면 임시 메모장에 바로바로 적어두어야 합니다. 그렇게 두뇌에서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수첩이나 메모 앱에 다운로드시키는 거죠. 그렇게 해야만 마인드가 항상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그… 뭔가 할 게 있었는데… 그게 뭐였지? 하며 생각하는 과정에서 나는 내가 하던 일에 집중을 잃고 맙니다. 


저는 8년 정도 에버노트를 사용했다가 올해 MS 원노트로 메모 프로그램을 바꿨습니다. 다른 여러 가지 앱들을 살펴봤는데 딱히 강렬하게 마음에 와닿는 것이 없어서 그냥 무료인 원노트를 사용하기로 했죠. 디폴트 폴더에는 딱 세 개의 문서만 있습니다. 임시 노트: 생각나는 아이디어나 생각들을 쏟아내는 곳, 구매할 것: 사야 할 것들을 기록해 두었다가 마트나 장보기, 또는 온라인으로 찾아보도록 적어두는 곳, 읽고 싶은 책: 여기저기에서 추천하는 책을 기록했다가 다음번 책 구매 시 다시 선택하기 위해 리스트를 만들어둔 곳.


반복적인 일은 알람 설정을 해두어야 합니다. 저는 기상 알람뿐만 아니라 취침 알람도 있고, 아들 등교 재촉 알람과 막내 유치원 등원 알람도 있습니다. 반복되는 모든 일에 알람을 설정해서 시간에 맞춰 이동하는 데에 굳이 생각이나 기억하려 애쓰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러니 편리하더군요. 다만 오늘처럼 일회성 준비항목들은 여전히 종종 까먹곤 한답니다. 


매일 정기적으로 행하는 글쓰기나 독서 같은 활동에도 알람을 지정했습니다. 소리 나는 알람은 아니고 진동으로만 지정했지만 나에게 스스로 이제 뭐 할 시간이야 라고 알려주는 효과가 있죠. 시간을 잘 사용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인생의 원칙인데 알람을 활용해 조금 더 스스로를 단속하는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훈은 생각난 것이 있다면 바로바로 해버리자. 최소한 노트에 적어두거나 알람을 만들어 버리자입니다. 아니, 얘 아빠는 알림장도 안보나?라고 유치원 선생님이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쿨하게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이고, 소소하다면 소소한 일이니까요. 선생님, 저도 챙기려고 했어요, 알림장 꼭 읽는단 말이에요! 쿨하게…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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