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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Apr 26. 2023

이번주 중간고사를 치르는 중2 아들에게

힘내! 기회는 많단다!

By Nguyen Dang Hoang Nhu- from unsplash


중2 아들이 이번주에 인생 첫 성적에 들어가는 중간고사를 치릅니다. 요즘에는 학교에서 몇 등인지 공개되는 시험이 중2부터 존재합니다. 제 국민학교 시절에는 초1 때부터 등수가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죠. 그러니 이번 시험은 아들 인생에 첫 성적순 결과지입니다. 어제는 학원이 끝나고 스터디 카페에서 새벽 1시 반까지 공부하고 왔다고, 아내가 새벽에 카카오 택시 불러줬다고 하더군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참 오버하네…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절대 아들에게 말할 수는 없죠. 아들은 오늘 아침에 비장한 표정으로 등교했습니다. 스트레스가 온다고 하더군요. 오늘과 내일에 걸쳐 중간고사를 치른다고 합니다. 애써 노력한 결과가 만족스러우면 좋겠습니다. 수고했다고 토닥토닥해줄 겁니다. 점수와 상관없이 말이죠.


저 역시 돌아보면 이게 인생의 끝이야 라고 생각할만한 여러 사건들을 경험해 왔습니다. 학교에서 발표를 망쳤을 때 그랬고, 대학 입학을 원하는 학교에 합격하지 못했을 때 그랬고, 여자 친구가 헤어지자 말했을 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회사 해외출장 전날 퍽치기를 당했을 때도 그랬고, 세미나 발표 직전에 자료가 날아가버렸을 때도, 승진을 기대했지만 실패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아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놓친 기회들은 결국 복구 가능하다고. 


세상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다음 시험에 이번에 실수한 것들과 잘못한 것들을 유념해 두고 보완하면 됩니다. 지금의 한문 시험 성적은 어른이 되어 돌아보면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말이죠. 많은 것을 잘못하고 실수할 수 있지만 게임오버는 아닙니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언젠가는 나에게 훌륭한 기회들과 사람들이 다가올 거라고 말이죠. 지금 받은 결과에 너무 매몰되어 슬퍼하거나 힘들어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잠을 잘 자야 건강할 수 있다고.


잠자는 패턴을 늦출수록, 그리고 잠을 억지로 줄일수록 건강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저도 시험 때 밤을 새 가며 공부해 봤지만 다음날 머리가 더 흐릿하고 명료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두뇌는 잠을 자면서 그전에 학습한 것들을 머릿속에서 복습을 한다고 합니다. 잠을 자야 이해력도 더 올라갑니다. 당일치기가 유효한 것은 학생 때의 일시적인 것이지 진짜 지혜와 지식은 꾸준하게 쌓아가야만 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등수가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고.


저도 학생 때 내가 몇 점이고 내 주변의 녀석들은 몇 점인지는 무척 중요했더랬습니다. 아마도 내 존재 가치를 상대적인 등수의 비교에서 찾았었나 봅니다. 시험이 끝나면 바로 너 몇 점이냐? 너는 몇 점인 거 같아? 물어보고 다녔습니다. 내가 가장 잘 봤다면 조금은 어깨를 으쓱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학시험에서 내가 누구를 점수로 눌렀는가는 지금의 나의 인생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합니다. 나에 대한 증명은 내 등수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전과 비교해 더 나아졌는가로 증명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그래서 뭐? 하고 넘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불완전한 인간일 뿐입니다. 잘못 알고 있는 것도 많고, 실수할 때도 많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조금이라도 더 옳은 결정을 내리려 노력하고 새로운 생각에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변하기 너무 늦은 시점은 없습니다. 시작하기 너무 늦은 시점도 없죠. 아들과의 소통을 더 늘려가려 합니다. 응원해 주세요. 그리고 독자님의 가정에도 늘 웃음과 대화가 넘치길 기원합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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