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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Jun 26. 2023

가장 충격을 받은 엄마의 말

우리가 항상 기억해야 할 것들

Photo by LOGAN WEAVER | @LGNWVR on Unsplash


고등학교 때의 일로 기억합니다. 엄마는 항상 맏아들인 저를 헌신적으로 돌보셨습니다. 늦잠 자는 걸 깨울 때 제가 짜증을 내니 거실 오디오 음악을 크게 켜서 조금 더 자연스럽게 깨우고, 언제나 밥을 제대로 먹고 다니라고 챙겨주시고, 제가 화를 내도 군소리 하나 없이 저를 아껴 주셨죠. 청소년기의 저는 지금 돌이켜봐도 이불킥을 할 만큼 부모님을 존중하지 않았던 추한 모습이었습니다. 


어느 날 짜증을 내던 제게 엄마가 갑자기 선언합니다. 이제껏 너무 아들을 믿고 의지하며 살았지만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까지 너를 사랑할 수는 없노라고. 그리고 휙 뒤돌아 방문을 닫아버리셨죠. 한 번도 이런 일이 생길 거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저는 얼떨떨했습니다. 그 뒤로는 아무리 부모님처럼 친밀한 사람이라도 함부로 말하는 경우가 확실하게 줄어든 것 같습니다.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 사춘기 아들들을 바라보며 인내심을 기르고 있는 저도 다시 한번 공감하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습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응, 그래, 그래서 뭐. 하는 수준의 생각이었죠. 그런데 어른이 되어 교회 주보에 매주 실리는 상례 공지를 보고, 심지어 누구누구의 조모가 아니라 누구의 아들이라는 공지를 읽으며 아, 누구나 언제 어떻게 가게 될지 모르는 것이 세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늙은 사람만 죽는 것은 아닌 거죠.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었든,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든 좌절 속에서 살고 있든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옵니다. 전 xx, 노 xx 같은 권력자들도 죽고, 이 xx 와 같은 한국 최고 기업의 총수도 죽습니다.


결국 지금 70대 후반인 저희 부모님도 언젠가 가셔야 할 길이고, 저와 아내도 언젠가 길을 떠나겠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내 주변의 사람들과의 관계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작은 것에 더 감사하고, 조그만 친절에 미소로 대응하고. 내가 이 세상에 살아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모릅니다. 그러니 시간을 더 소중하게 사용해야죠. 쉬는 것도, 일하는 것도, 취미를 즐기는 것도 모두 내 시간이니 잘, 의미 있게 사용하길 더욱 원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장마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우중충한 날씨가 즐겁지는 않습니다. 아침에 막내를 유치원에 보내는 길에, 우회전하려고 차를 잠시 멈춘 상태에서 왼쪽의 차량들이 안 오는 시점을 찾으려고 왼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무의식 중에 브레이크를 살짝 놓았죠. 그 바람에 차 앞에서 길을 건너던 50대 후반의 아저씨가 화들짝 놀라셨습니다. 그러면서 저를 노려보는 거죠. 저는 손을 유리창 너머 뻗으면서 죄송해요~ 미안합니다~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그 아저씨가 갑자기 표정이 풀리시면서 씩 웃어주시는 겁니다. 다행이기도 했고, 미안하기도 했고,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거기서 싸움이 벌어졌다면 모두에게 아주 짜증 나는 하루가 되었을 터인데 당연히 감사하죠.


우리의 인생의 모든 날이 좋은 날이 될 수는 없습니다. 내가 얼마나 긍정적이고 활달한 사람인지를 떠나서 이상하게 아무것도 제대로 풀리지 않는 날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내가 제어할 수 없는 곳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내 하루를 완전히 비틀어버릴 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인생에는 그 어떤 일도 생길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위의 사건이 발생한 것은 정말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벌어진 일입니다. 느슨해진 브레이크에 잠깐 움찔하는 차량, 거기에 놀란 보행자. 그에 대응하는 저의 자세와 그 아저씨의 자세에 따라서 하루의 기분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거죠.


우리가 벌어진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우리가 얼마나 오래, 멀리 갈 수 있는지가 결정되는 거 같습니다. 매사에 불퉁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모든 상황에 그런 모습으로 자기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모를 겁니다. 행동하고 움직이며, 흙을 털어내고 눈물을 훔치며 일어나는 사람은 더 멀리 가는 사람일 것입니다.


우리는 부모님과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배려하는 언행을 사용해야 합니다.

우리는 언젠가 죽을 것이니 주어진 시간을 더욱 소중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오늘이 좋은 날이 아닐지라도 일어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발을 내디뎌야 합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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