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무 Jul 21. 2023

완벽한 하루가 아름다운 것일까?

병원 스케줄로 신경 쓰인 한 주

Photo by Louis Galvez on Unsplash


이번 주는 평상시와 다르게 신경이 많이 쓰인 한 주였습니다. 월요일 아침에도 병원을 방문했고, 화요일에는 오전과 오후 진료와 검사가 있어서 하루종일 병원에 있었으며, 금요일인 오늘 오후에도 병원 방문이 예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불편한 부분에 대한 검사와 진단 등으로 일주일 내내 바쁘게 돌아다녀야 했으니 기분이 조금은 다운이었습니다. 아이가 아픈 건 아니고 장애가 있는 영역에 대한 검사라 당혹스러움은 없었고요. 장애는 고칠 수 없는 것을 장애라고 합니다. 그러니 장애가 있다면 그걸 감수하고 같이 살아가는 것이죠. 치료의 대상은 아니라는 거죠.


완벽한 하루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이번주는 완벽한 하루가 하나도 없었는데, 그럼 완벽한 하루란 어떤 것일까? 늦지 않게 일어나서, 출근을 하고, 특별히 안 좋은 일이 없고, 교통체증도 적은 편이고, 회사에서 문제도 딱히 발생하지 않고, 퇴근해서 잠에 드는 하루. 음? AI가 보면 완벽한 하루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런 게 완벽한 하루일까? 이런 날은 기억에 남지 않는 지루하고 평범한 하루일 텐데. 사실 완벽한 하루는 실수가 없는 하루가 아니라 특별한 하루여야 되지 않을까?


인생은 좀 딱 떨어지지 않는 구석이 있어야 아름다운 거 같습니다. 실수가 있어야 진짜고, 독특하고, 멋진 삶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인생은 한 줄의 코드가 아니라 인간의 삶이잖아요? 내 하루에 대해 좌절할 때도 있고, 과거에 대해 슬플 때도 있고, 우리의 약점과 오류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인생의 아름다운 점이 아닐까요?


나쁜 일이 발생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요점은 인생은 완벽할 수 없고, 앞으로도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반 고흐의 그림이 아름다운 이유는 사진적 실사이기 때문이 아니고, 로마의 콜로세움이 거의 무너진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완벽히 새롭게 새로 건축되었다면 지금만큼의 감동을 줄 수 있을까요? 불완전한 것이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인생에 오류가 없고, 어려움이 없고, 갈등이 없고, 슬픔이 없고, 뜻밖의 사건들이 없고, 도전할 거리가 없다면 어떨 거 같나요? 이런 삶이 흥미가 있을까요? 그런 삶을 살아보고 싶나요? 저는 아닐 거 같습니다. 그럼 복잡하고, 어지럽혀진 인생도 충분히 살아볼 만한 거 아닌가 싶습니다. 완벽한 하루를 상상하고, 그러길 기대하는 건 생각보다 좋은 일은 아닐지 모릅니다. AI나 기계는 어떤 것을 완벽하게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보고 우리가 아름답다고 칭찬하진 않죠. 계산기가 계산 잘한다고 아름답다고 하지 않잖아요?


아름다운 것은 발버둥 치며 노력할 때, 불완전함이 남아있을 때, 실수가 있어도 극복해 나갈 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완벽하다면 아무 감동이 없을 것 같아요. 기계가 똑같은 상품을 계속 찍어내는 것처럼 지겹고, 평범하고, 당연한 완벽함이죠.


완벽한 가정은 아들 하나, 딸 하나 있고, 아이들이 스스로 다 잘해서 유명대학에 진학하는 가정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사춘기라 생떼를 조금 부리고, 스마트폰과 노트북 사용시간으로 밀당도 하고, 아픈 곳이 생기기도 하고, 밤늦게 병원을 달려갈 일도 간혹 있어도,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해 주는 가족이 더 아름다운 가족이라 생각합니다. 완벽이라는 말은 에러 프리가 아니라 특별한 하루, 특별한 가족, 특별한 아이에게 붙어야 하지 않을까요?


실수할 일도 있고,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은 날이라 해도, 그런 날들을 잘 적응해 살아가면 그날도 아름다운 날이 될 줄 믿습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떻게 불만족스러운 나의 상황을 타파하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