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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Jul 27. 2023

자살 시도했던 남성의 고백

불확실한 시간에 대한 두려움

Photo by Adam Jícha on Unsplash


오늘 아침에 읽은 글은 자살을 시도했던 남성의 고백이었습니다. 대학생으로서 자신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회복하고 다시 살아갈 수 있었는지 글을 통해서 밝히고 있는데, OECD 국가 중에 자살 사망률 1위인 우리는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큰 문제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의 이야기를 요약해서 번역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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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의 어느 날, 나는 자살을 할 계획을 미리 세운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대학교로 편입한 지 한주밖에 되지 않았고, 오리엔테이션이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새로운 친구를 만들고, 어쩌면 눈에 띄는 이성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는 이미 일주일 사이에 포기하게 되었다. 작년에 첫 대학교에서 친구를 만들기에 실패한 이후, 조금 더 소극적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내가 문제가 아니라 대학교가, 아니면 그때의 상황이 문제였을 거라 믿어왔지만 이제 새로운 대학교에서도 동일한 상황이니 결국 내가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앞으로 외로운 4년을 더 버텨야 졸업할 수 있다니 좌절감이 느껴졌다. 주변의 모든 사람은 그저 아는 사람에 불과할 것이고, 섹스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결국 자살을 위해 진통제 과다복용을 하게 되었다.


자살은 남성에게 더 어려운 문제다. 여성보다 높은 자살률도 문제지만, 여성보다 이 문제를 공개하지 않고 속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기에 더 어려운 문제다. 아마도 우울이나 자살하고 싶은 감정을 내비치는 것은 건강한 남성성을 해치는 모습이라 여겨지는 사회적인 인식 때문인 것 같다. 핵심은 나의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다. 배가 고프면 먹으면 되고, 졸리면 자면 되지만, 내 소셜 라이프는 내가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건 나에 대해 반응하는 타인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기에 내가 전혀 통제하거나 조절할 수 없는 영역인 것이다.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주기를 원했지만 실패했다. 나와 또 한 명의 남성이 한 명의 여자와 대화를 할 때면 그 여성은 나를 보지 않고 다른 남자를 바라보며 3자의 대화가 이어지는데, 패배감이 매일 더 커졌다.


자살은 사실 무척 확실한 대안을 제시한다. 모든 고통과 좌절을 내 통제하에 끝내버릴 기회. 불투명한 외로운 미래를 종료시킬 기회.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마침표를 찍을 기회. 타인의 반응에 수치심을 느끼고 박살 난 자부심을 구해낼 기회. 부끄러움과 치욕, 그리고 비웃음을 당할 시간을 멈출 기회. 이렇게 낮아진 자존감이지만 자살 후 받게 될 공감, 동정, 인정의 한마디를 기대할 수 있는 기회.


자살을 시도했지만 간신히 위세척으로 살아남은 나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첫 죄책감은 살아났지만 경과가 좋지 못하면 장기이식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듣고, 불필요한 내 목숨을 위해 누군가의 생사를 갈라놓을 장기 이식을 내가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절대 싫어 그런 건. 두 번째 죄책감은 부모님 때문이었다. 멀리 밀어놓은 생각이기는 했지만 사실 내가 자살한다면 남아있는 가족들은 지옥을 겪게 될 것이라는 걸 알기는 했었다. 그래도 멀리 볼 수 없었던 자살 결심의 순간엔 안중에도 없던 생각이지만, 실패하고 나니 정신이 돌아왔다고나 할까? 몇 년이 흐르고 나서 이제야 차츰 내가 사회에 적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자기 고백적인 이 글을 쓸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자살충동을 느낄 때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지만, 공개적으로 해서는 안된다. 부모님, 진짜 최고 절친, 또는 전문적인 상담사와 대화라는 것을 권장한다. (대한민국의 경우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or “청소년전화 1388”) 나의 경우 시도 전까지 아무에게도 내 생각을 말한 적이 없었는데 그게 도리어 내 머릿속에 갇힌 생각만 하게 된 것 같다. 아무도 나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내 상황을 모르니 그랬던 것을. 아무 말도 누구에게도 안 했으니 그런 거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클 경우에, 그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 안전망을 가진 상황에서만 시험해 보는 방법인데, 비웃음을 받아도 영향이 최소화되고 자존심에 타격이 작은 상황을 찾아야 한다. 가족과 있을 때, 또는 이해심이 큰 아주 친한 친구들과 있을 때. 종교모임이나 학교 취미 클럽 활동 등 내가 어느 정도 친밀감이 있는 사람들이 많을 때 시도해 보면 더 좋다. 농담이든, 친한 척이든, 칭찬을 하든 여러 가지 대화법으로 사람사이의 소통의 연습을 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천천히 내 사회적인 리스크를 줄이고 한 번의 실패에 정신이 황폐해져 버리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람에 대한 상처가 너무 클 때는 애완견과 같은 동물친구들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가장 최악의 순간을 기억한다면, 앞으로의 미래는 그보다는 항상 더 좋을 것이니 새로운 동물친구와 열심히 살아가면 새로운 기회들을 만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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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돈도 많고 성공하고 이쁘고 잘생겼어도 자살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우울증이라는 것은 참 무서운 침묵의 공격인 것 같습니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천천히 극복해 나가고, 도움의 손길을 옆에 뻗어서 같이 잘 살아가는 미래가 오길 희망합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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