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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Jul 28. 2023

인생은 즐거운 것이다, 아니, 반드시 즐겨야 한다.

결과보다 과정을, 물건보다 경험을

kenny-eliason-unsplash


오늘 아침에 막내를 유치원에 보내고 돌아오면서 갑작스럽게 마트에 들렀습니다. 아들이 바나나 먹고 싶어라고 어제 언급했던 일이 생각 나서였죠. 방문한 김에 라면, 짜장라면, 파, 스파게티 소스, 꼬깔콘, 식용유 같은 평상시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상품들도 같이 샀습니다. 20리터 봉투 두 개가 가득 차더군요.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들이 원하는 바나나도 샀고, 추가로 가족들이 먹을 식료품을 챙겼으니까요.


아마도 집에 있었다면 굳이 마트까지 안 가고 집 앞 슈퍼에서 바나나만 챙기지 않았을까 합니다. 인생에는 많은 목적이 있겠지만, 건강한 가족을 키워나가는 목적만큼 명료하게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하다고 느끼는 삶의 목표가 또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내 삶을 즐기는 것입니다. 가족을 챙기면 나 또한 즐거워지니 한방에 두 개의 목표를 챙기는 것인 셈이죠.


얼마 전에 읽은 글에 꿈을 찾아 움직이는 사람에 대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영국의 시골 해변가에 사는 사람이었는데, 가장 좋아하는 것이 폭풍이 불어올 때 파도가 해안 절벽을 내려치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안전한 장소에서 그걸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거죠. 그래서 평생 모은 돈으로 개인 등대를 절벽 위에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멋지죠? 하지만 어려움이 닥칩니다. 돈이 부족해서 빚을 지고, 어려운 가운데 아내와 자녀들은 떠나가고, 예상보다 예산이 더욱 필요하고, 하는 고난이 계속 이어졌다는 점이죠. 이 사람은 저 먼 미래에 완성될 등대를 바라보며 모든 것을 희생했지만, 결국 그것이 완성되어도 같이 누릴 사람도 없어진 셈입니다. 결국 그는 언젠가 완성될 꿈을 위해 지금은 삶이 없어진 상태가 되어버린 거죠.


인생을 즐겁게 산다는 것이 꼭 하와이로 여행을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멋진 상품을 가져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장대한 목표를 추구하는 것은 전혀 문제없지만, 그 과정에도 반드시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렇게 즐거운 삶을 위해서 꼭 챙겨야 할 마음가짐이 있습니다.


우선 미디어를 멀리해야 합니다. 너무 많은 세상의 정보들은 나에게 감동과 행복을 느낄 여유를 빼앗아 갑니다. 언제나 더 많은 뉴스와 연예인 소식들이 나를 기다리고, 새로운 팟캐스트와 유튜브 방송이 넘쳐납니다. 그걸 보는 동안 반사적으로 웃을 수는 있겠지만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이 드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죠. 내 인생의 순간들을 즐거움과 행복으로 채우려면 그럴 여유가 필요합니다.


물건에 집착하지 않아야 합니다. 등대가 물건이라고 볼 수 있는지 몰라도, 위의 방송에서 그 영국 사람은 등대를 세우는 것에 미쳐있었습니다. 물건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얻은 순간에만 그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조금만 지나도 그건 착오라는 걸 알게 됩니다. 누구와 인생을 같이 하는가, 내가 인생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 내가 즐겁기 위해 어떤 시간을 쓰고 있는가가 도리어 물건보다는 훨씬 내 행복에 깊게 관여하죠.


우리가 나의 몸에 세 들어 살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내 몸은 언젠가 자연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나는 1회만 사용 가능한 라이프 코인을 가지고 내 몸에 올라탄 정신체라고 가정한다면? 그럼 이 몸에 올라와 있는 동안 조금은 더 즐겁게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유일한 몸인데 더 건강하게 살아야 하고, 유지보수도 잘해주고, 너무 심각하게 세상을 살아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이 몸으로 경험하는 순간들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하지 않을까요?


가장 즐거운 경험들은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을 할 때입니다. 내가 글을 쓰는 일이 즐겁다면, 글을 쓰는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돈을 더 적게 벌더라도 말이죠. 40평 아파트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내 인생의 순간들을 더 즐겁게, 행복하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합니다. 서핑을 하는 게 즐겁다면 최대한 그 활동의 시간을 많이 확보해야 합니다. 유튜브 방송하는 것이 즐겁다면 그 시간을 늘리면 됩니다. 가족과의 시간이 가장 즐겁다면 가족에게 말하는 어투를 더욱 다정하고 배려심 있게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행복한 가족이 더 즐거워지죠.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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