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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Aug 10. 2023

20대의 나와 40대의 나의 차이점

Thing에 대한 감정의 차이

Photo by Jason Leung on Unsplash


돌이켜 보면 참 허무한 20대를 보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제대하고, 첫 직장에 입사하고, 7개월 만에 대기업을 나와 벤처기업에 들어가는 것으로 저의 20대는 끝이 났습니다. 원대한 꿈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 그 꿈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냥 해외에 나가 대한민국의 상품들을 멋지게 팔 수 있는 해외영업 전문가? 구체화되지 못한 꿈은 그냥 꿈으로만 남았습니다.


서른이 되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젊음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만 30세가 되는 날까지 나는 아직 20대야 라고 우기며 살았던 거 같습니다. 30대에 대한 준비나 고민을 하지 않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냈죠. 첫 자동차를 구입하고, 결혼을 하고, 첫 자녀가 태어나고, 승진하고, 둘째가 태어나고. 주변에서 인정해 주는 직원인 것으로 충분히 만족하면서 살았습니다. 안주하면서 살 30대가 아니었는데 말이죠.


이제 40대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만 나이로 환산하니 49세인 것이지, 과거의 나이 기준으로는 50이 되었네요. 주변 여건으로 이른 은퇴를 하고 아이들을 돌보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20대의 저는 꿈이 많았지만 불안한 마음도 컸습니다. 30대의 저는 가정을 가지게 되어 조금은 더 안정되었지만 회사에서 승진하는 것이 최우선인 삶을 살았습니다. 40대가 되어서야 가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저씨가 되었네요.


나이가 젊을수록 어떤 ‘것’을 소유하는데 환의를 느끼게 되는 거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물건에 대한 소유욕보다는 가족, 시간, 평안, 기쁨등과 같은 무형의 것에 더 큰 가치를 두게 됩니다. 제가 처음 대학교에 입학한 시점에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은 PC였습니다. 어리기만 했던 저는 아르바이트할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아버지가 사주시길 기다리기만 했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으로 무엇을 할지 계획하지도 않고, 그냥 멍하니 바라기만 한 멍청했던 나에게 화가 납니다. 그리고 감사하죠. 기꺼이 90년대 초반에 컴퓨터를 사주신 아버지께.


지금은 아내가 생일 때마다 뭘 선물 받고 싶어?라고 물어보면 글쎄… 가지고 싶은 게 없는데…라고 답변하게 됩니다. 살 집이 있고, 굴러가는 차가 있고, 돌봐야 할 세명의 아이들이 있기는 한데.. 뭔가 특별히 나를 위한 선물은 생각해 본 지 오래되었네요. 그럼 아내는 알아서 아이들 옷 살 때 가끔 한 개씩 제 것을 사줍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결국 젊은 시절의 저와 지금의 저의 가장 큰 차이 두 가지를 따져보자면 첫째는 물건에 대한 소유욕보다 행복, 기쁨, 자유, 사랑 같은 무형의 가치들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과, 느리고 작더라도 매일 계속하는 힘이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점일 것입니다.


과거를 돌아볼 때 가장 크게 성장했다고 느낀 시점은 예외 없이 무수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힘들게 투입했던 시점입니다. 원천적인 WHY가 가족의 행복이었든, 상사의 인정이었든, 나의 성취감이었든, 오래도록 투입한 노력은 예외 없이 나에게 큰 결과를 돌려주었습니다. 1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이라도 한 가지 일을 매일 반복하면 반드시 그에 대한 결과가 나타날 것임을 믿습니다. 원래 생각했던 것의 10배는 충분히 돌려줄 겁니다. 


제가 1년 넘게 글을 쓰는 동안에 받은 좋아요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지만, 그동안 투입된 노력과 같이 성장한 글쓰기 실력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꾸준히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회복도 엄청 만족스럽습니다. 매일매일의 일감에 휩쓸려 살던 회사생활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만족감입니다. 당연히 새 차를 구입했을 때의 만족감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이젠 물건으로 행복할 나이는 지났으니까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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