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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Jul 10. 2023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일하거나

Do the work, or do nothing

Photo by Martin Shreder on Unsplash


닐 게이먼(Neil Gaiman)이라는 영국의 작가가 있습니다. 교보문고에서 찾아보니 정말 많은 작품을 창조했고, 한글판으로 나온 책도 상당히 많네요.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1위도 여러 번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글을 창작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인터뷰에서 한 말이 있죠. 그는 글을 쓸 때, 딱 두 가지 옵션만 자기 자신에게 준다고 합니다.


You can sit here and write, or you can sit here and do nothing. But you can’t sit here and do anything else. - Neil Gaiman
당신은 여기 앉아서 글을 쓸 수도 있고,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앉아서 딴짓은 절대 할 수 없습니다. – 닐 게이먼


닐 게이먼은 자신이 집중력이 없는 편이라고 고백합니다. 늘 딴짓을 하고 싶어 한다고 말이죠.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다들 그러지 않나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핸드폰으로 뭔가를 하거나 읽는 등 꾸물거리는 것에 반해, 닐 게이먼은 자신에게 그런 것을 절대 하지 않고 글을 쓰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라는 제약을 걸어버린 겁니다. 왜냐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금방 지겨워지기 때문에 차라리 글을 쓰는 게 덜 지겹고 덜 어려운 일이 돼버린다는 거죠.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도 유명한 소설가입니다. 그 역시 비슷한 종류의 말을 남겼는데, 매주 단편을 쓰면, 52번 연속으로 허접한 글이 나올 확률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어떤 일을 할 때 52번을 실패해야 그 후 성공을 할 것이라 말한다면 누가 그 일을 시도할까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은 시도조차 안 할 겁니다. 하지만 52번의 시도를 하기 전에 충분히 쓸만한 글이 나올 수도 있어요. 문제는 시도하기 전에는 그 쓸만한 성공이 언제쯤 나올 것인지 모른다는 거죠.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시작하는 것뿐입니다.


한 분야의 마스터가 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시간과 노력을 아주 오랫동안 쏟아부어야 합니다. 아니 그런데 그게 맞는 말인지 경험해 봤나요?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무작정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니라 마스터가 되기 위해서는 얼마큼 집중한 몰입의 시간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한 번 30분씩 기타를 연습한 사람은, 기타를 능숙하게 치게 되기까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하루에 3번 30분씩 기타를 연습한 사람은 몇 주 내로 기타곡을 칠 수 있을 리라는 거죠.


만약 나 자신이 Just Do It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일을 대할 수가 있다면, 의외로 성공을 맛보기 시작하는 시점은 훨씬 빨리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52번 연속으로 쓸모없는 작품을 만들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반복 연습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반복 연습을 지겨워해서 하지 않고, 그래서 마스터가 될 수 없는 것이기도 하죠.


철수가 한 달에 한번 연습하는 것과 영희가 하루에 5번을 연습하는 것을 비교한다면, 영희는 하루 만에 철수가 5달 동안 연습한 연습량을 따라잡은 겁니다. 이런 식이라면 영희는 한 달 만에 보통 사람이 10년을 연습한 만큼의 실력을 쌓을 수도 있습니다. 매일 시간이 흘러갈수록 수천 명이 포기를 선언합니다. 내가 포기하지 않고 매일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수백, 수천 명의 경쟁자를 이기고 있는 겁니다.


매일 블로그를 쓰다가 포기하는 사람이 몇백 명은 될 겁니다. 코딩 프로그래머 중에는 꼭 일해야만 할 때만 일하고 평상시에는 게임만 하는 사람도 있겠죠. 디자이너 중에서도 디자인 프로그램을 매일 다루지 않고 프로젝트 때만 손대는 사람도 있습니다. 만약 내가 매일 5번씩 연습한다면, 5년 경력의 능력자들은 몇 달이면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관심과 흥미가 있다면 좋겠지만, 내가 진짜 그 분야에서 잘하고자 한다면 집착을 가지고 전념을 해야 합니다.


저는 10년이 넘도록 블로그를 시작했다가 포기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1년 전에 매일(주 5회) 쓰기로 스스로에게 약속을 하고서야 제대로 글이 써지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글을 잘 쓰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매일 반복함으로써 조금씩은 나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쓰기 싫은 날이 있어도, 닐 게이먼의 충고를 생각합니다. 내가 무슨 잘난 구석이 있어서 그런 대작가도 반복연습을 하는데 그냥 미적거리고 있는가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듭니다. Do the work, or do nothing. 그런 각오를 다시 새기는 새로운 한 주 되시길 기원합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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