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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Aug 11. 2023

내 인생 최악의 1년은 1999년

시간을 헛되이 소모한 죄


1999년이 최악의 1년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무 생각이 없이 살았던 1년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갔고, 1998년 12월에 제대했습니다. 내 친구들에 비하면 1년을 빨리 대학교와 군대를 끝내버린 셈이 되어 완전히 신났죠.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을 셀프 보상하겠다고 무작정 놀았던 1년이었습니다.


마침 영어학원 선생님으로 알바를 하게 되어 용돈도 풍족하게 생기고, 매일 학원에 가는 게 아니라 시간도 충분하니 정말 어린 마음에 신나게 놀았습니다. 그나마 하반기에는 취업준비를 하느라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1999년 11월에 첫 직장에 입사하기 전까지는 참 스스로 생각해도 쓸데없이 시간을 너무 많이 날려버렸습니다. 다행히 사고를 치거나 큰돈을 날리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매일매일을 소모하기만 했던 마음 아픈 일 년이었죠.


저는 돈을 처음 벌어보면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투자라는 건 들어보지도 못했고, 그냥 적금을 들자니 지금까지 학교와 군대를 다니며 고생한 저 스스로에게 보상을 해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해서 큰 지출은 아니더라도 매일 5만 원, 7만 원 이렇게 친구들과 술을 즐기며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매일 새로운 약속이 잡히는 것이 재미있었고, 새로운 식당과 음식, 그리고 술자리가 즐거웠던 거 같습니다.


사람은 하루 만에 망가지지 않습니다. 조금씩.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일주일, 일주일이 쌓이면서 무너집니다. 안 좋은 습관이 매일 반복되면서 내 인생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겁니다. 매일 술을 마시면서 1년을 보내니 당연히 건강도 최악으로 내려앉고, 심리상태도 바닥으로 떨어지죠. 책을 읽던 습관도 내려놓고, 경제신문을 보던 습관도 내려놨습니다.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 것도 아닌, 피상적인 재미만 추구하는 술친구들로 내 주변을 채웠습니다.


군대에서도 놓지 않았던 좋은 습관들을 버리고 이렇게 시간을 보내니 재미는 있었지만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미래에 대한 걱정만 생기고 자존감도 없어진 상황이 되었죠. 간신히 정신 차리고 취업준비를 해서 공채에 합격했지만, 가장 원하던 기업에 취업할 수는 없었습니다. 준비도 부족했고, 시간과 노력도 부족했기 때문이죠.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당시에 어울렸던 친구들과 보낸 시간은 엄청나게 많았지만 지금까지 연락되는 친구들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 1년의 시간은 제게는 암흑기라고 생각될 뿐입니다. 결국 계획이 없고, WHY가 없는 삶은 소모될 뿐이란 걸 실감 나게 느꼈던 한 해였습니다. 책을 손에서 놓아버린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사회에 변혁이 많이 일어나던 시기였는데, 큰 고민 없이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첫 직장을 결정한 것도 지금 와서 생각하면 어이없는 결정이었고요.


이 모든 것은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만 선택한 나 스스로의 실책이자 잘못된 결정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걸 가끔씩 한 것도 아니라 매일매일을 내 삶에 누적시켰다니 어이없는 일이죠. 남는 건 강남역 주변의 지리정보뿐이 없는 건 정말 황당한 일 아닌가요? 시간은 써버리는 것이 아니라 아껴서 투자를 해야 합니다. 누적되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에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매일 자신이 사용한 시간을 뒤돌아보고 낭비된 영역이 있다면 그 부분을 주의하며 새로운 하루를 살아야 합니다.


부디 독자 여러분은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아껴서 잘 사용하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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