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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Sep 05. 2023

나는 읽기에 능한가 아니면 듣기에 능한가

미국 대통령도 바꿀 수 없었다

Photo by Alireza Attari on Unsplash


너 자신을 알라 라는 명언은 어떨 때는 끄덕이게 하고 가끔은 짜증 나게 하기도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모든 발전과 성공은 자신의 강점에서 나오는 바,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죠. 저는 갤럽의 Strength Finder 설문을 해보고 상당히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읽기에 능숙한 사람과 듣기에 능숙한 사람이 다르다는 거 아시나요? 둘 다 잘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의 첫 단계가 바로 이걸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어디에 능한지 잘 모르고, 아예 생각도 안 해본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미 34대 대통령, Dwight Eisenhower)이 군사령관 시절, 그의 뉴스룸 발표는 항상 극찬을 받았습니다. 어떤 질문이든지 완전히 이해하고 답할 수 있었으며, 상황과 방침에 대한 명료한 설명은 대단한 칭송을 받았죠. 10년 뒤에 대통령이 된 그는 반대로 기자들의 불평거리가 되었고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찍혔습니다.


아이젠하워는 그 자신이 읽기에 능숙한 사람인 걸 몰랐습니다. 군사령관 시절 그의 보좌관은 모든 질문이 질의응답 시간 30분 전에 문서로 제출되어야 함을 규칙으로 삼았습니다. 당시 그는 완전한 소통 능력을 보여줬죠. 


그가 대통령이 되었을 시점에 두 명의 듣기에 능숙한 선임 대통령(Franklin D. Roosevelt와 Harry Truman)의 대통령 보좌관을 유임시켰습니다. 아이젠하워에게 문서를 미리 준비해 주는 보좌관은 없었고, 현장에서 구두로 질문하는 기자들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겁니다. 


몇 년 뒤 린든 존슨 대통령(미 36대 대통령, Lyndon Johnson)은 반대로 자신이 듣기에 능숙한 사람이란 것을 몰라서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습니다. 그의 전임자는 그 유명한 케네디 대통령이었는데, 그는 확연히 읽기에 능숙한 사람이었습니다.


케네디는 참모들을 모두 글쓰기에 능숙한 사람들로 채웠고, 그 어떤 정책을 토론하기 전에 반드시 보고서를 제출해서 읽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존슨 대통령은 그 유명한 케네디의 참모들을 유임시켰지만, 정작 그 참모들이 제출하는 보고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듣기에 능숙한 사람을 읽기에 능숙하도록 변화시키는 것은 미국 대통령들도 실패할 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쪽에 속하는지는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들어오는 정보를 자기의 성향에 맞게 제어해야만 합니다.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죠. 어떤 사람은 들어서 실력이 빨리 늘어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읽어서 실력이 빨리 늘어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회사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고서를 읽는 게 이해가 빠른 사람이 있고, 회의나 발표를 듣는 것이 이해가 빠른 사람이 있습니다.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이 있고, 오디오북을 더 선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명백하게 읽기에 더 능숙한 사람입니다. 직장인 시절에도 전화로 업무를 진행하기보다 이메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훨씬 더 편했습니다. 회의 시간보다 보고서를 쓰는 시간이 훨씬 즐거웠습니다. 반대로 당시 상무님 한분은 보고서를 들고 가면 말로 설명해 달라고 꼬박꼬박 요청하시는 분이 계셨죠.


이건 어느 쪽이 더 좋다 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개인의 성향 차이일 뿐이죠. 중요한 거는 자신이 어느 쪽인지 반드시 알아야 하며, 그 성향에 따라 정보의 습득 경로를 수정해야 할 뿐입니다. 그래야 제대로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여기는 글 쓰는 플랫폼이니 아무래도 읽기에 능한 분들이 더 많겠지만 말이죠.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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