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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Oct 05. 2023

월급쟁이 시절은 어마어마한 기회

내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은 월급쟁이 시절을 최대한 활용해야

Photo by Álvaro Serrano on Unsplash


제가 39살에 시작했던 컨설팅 비즈니스는 고백하자면 그냥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가장 컸었습니다. 완전히 잘못된 이유로 사업을 시작한 거죠. 당시 다니던 회사의 일에서 재미와 의미를 찾지 못해서 그냥 무작정 새로운 일을 벌여봤던 겁니다. 그 일이 실패하고 다시 충실한 월급쟁이의 삶으로 돌아갔는데, 그제야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게 되더군요. 


생각보다 100배는 어렵다고 보면 됩니다. 회사에 사직서를 날리고 나오는 것은 한 푼도 어렵지 않습니다. 용기가 필요하고, 감정적인 동요가 있을 것이지만, 그다음에 펼쳐질 일들에 비하면 아주 쉽습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내가 받던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부분입니다.


내가 만약 책을 써서 작가가 되기 위해 퇴사를 감행했다고 가정해 볼까요? 수백 시간을 글을 쓰는데 투입할 겁니다. 그런데 그 책이 만약에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한다면? 처참한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한다면? 망하는 거죠. 하지만 회사에 다니면서 저녁에 2시간씩 200일을 쓴다면? 400시간을 투입하면서도 생활의 근간이 될 월급은 쭈욱 받고 있는 셈입니다.


내가 사는 방의 월세가 내 사업을 통해 벌은 돈으로 나가야 할 때, 모든 것은 바뀝니다. 월급을 꼬박꼬박 받을 때는 전혀 문제없던 문제들이 사방에서 터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내 사업을 벌이기 전에 월급을 받으면서 저녁에, 새벽에 어떻게 시간을 내서 나만의 일을 할 수 있을지부터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전혀 알 수 없는 한 가지 무시무시한 팩트가 있는데, 바로 내가 사업가의 자질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실제로 시작해 보면 내 사업을 너무나 절절히 미워할 수도 있습니다. 매일매일이 롤러코스터 같은 변화를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출근과 퇴근이 고정적인 안정적인 삶을 동경할 수도 있습니다.


사업을 시작하려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고민과 구체적인 그림이 필요합니다. 상상으로 이걸 더 세세하게 짤 수 있는 사람이 더 가능성이 높습니다. 퇴사를 하고, 내 사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6개월의 무제한의 시간이 주어졌다고 가정해 봅시다.


어디에서 무엇부터 시작할 건가요?


첫 주에는 어떤 것을 달성할 건가요? 그다음 주는? 다음 달은?


어떤 서비스/상품을 얼마의 가격에 판매할 건가요?


어떤 채널을 통해 판매하고, 수금을 할 건가요? 그 채널에 얼마큼 익숙한가요?


어떤 채널을 통해 홍보하고, 그 홍보 자료는 누가 어떻게 언제 만들 건가요?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월급쟁이 시절과는 다르게 시간적인 제약이 사라집니다. 오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만 남죠. 그런데 어떤 문제를, 누구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지 몰라도 사실 이건 월급쟁이 생활을 하면서 저녁에 매일 2시간씩 미리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퇴근 후의 또는 새벽시간에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만큼 내 사업이 바빠질 때가 바로 진짜 퇴직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회사가 싫다면 이직을 하세요. 그렇게 해서라도 내가 정말 원하는 내 일이 생겼을 때, 그리고 그 일이 월급보다 많은 보상을 줄 때까지 월급쟁이 생활은 유지하면 좋겠습니다. 너무 허겁지겁 서둘러 퇴직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많습니다. 그조차 못하겠다면 어쩌면 사업가의 자질이 부족한 것이 아닌지 도리어 고민해 봐야겠죠. 내 시간을 내가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른다는 말이 되니까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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