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무 Oct 12. 2023

유치원의 참관수업을 통해 느낀 점

훈이 어머님 미안해요~

Photo by Benson Low on Unsplash


오늘은 일 년에 두 번 있는 유치원의 참관수업 날입니다. 여느 유치원과는 다른 특수(장애) 전문 유치원이라서 원아들의 수는 아주 적습니다. 5명뿐이죠. 선생님은 방과후 학교 선생님까지 포함하면 7명이 계시니 1대 1 보다도 많은 비율로 아이들을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항상 선생님 눈이 아이들을 따라다니는 훌륭한 유치원입니다.


딱히 단점을 꼽자면 집에서 운전해서 30분 거리에 있다는 점? 매일 왕복 2시간을 운전해야 한다는 사소한 단점 말고는 아주 만족하며 감사하게 다니고 있습니다. 


모든 아이들의 참여수업을 가보면 은근히 자기 자녀가 선생님의 이쁨을 받는 것을 보고 싶어 할 겁니다. 질문도 받고, 당당하게 대답도 하고. 시끄럽게 떠들지 않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말이죠. 그리고 슬그머니 주변의 아이들이 어떤지 살피며 우리 아들이 더 낫네~ 우리 딸이 더 이쁘네~ 이런 속마음이 약간은 있지 않을까 싶네요.


우리 유치원의 참여수업은 약간 다릅니다. 아이들이 의자에 앉아 선생님의 활동을 따라 해보려 애쓰지만 잘 안되죠. 5명 중에 유일하게 말을 어눌하게나마 할 수 있는 아이 한 명을 제외하면 다른 아이들은 말 한마디 열지 못합니다. 각 아이의 뒤에 학부모 한 명이 아이를 부축하며 선생님의 활동을 같이 따라 하려 노력합니다.


딱히 짠하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이미 장애를 가진 것을 모두 인정하고 같이 그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장애가 있던지 없던지, 심하던지 약하던지 모두 사랑스러운 우리의 자녀들입니다. 다만 또래 아이가 말을 몇 마디 하는 걸 보면서 우리 애도 아빠라고 한번 불러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게 합니다.


참관수업에 오신 저 외의 네 분은 모두 어머님이셨습니다. 울 애기만 아빠가 온 셈이죠. 이게 생각보다 어색합니다. 엄마들은 모두 이미 서로 연락하시고 지내시는 거 같은데 제가 그 대화에 끼기는 참… 뭐라 해야 할지… 어색한 일이거든요. 게다가 저는 내성적인 성격이란 말입니다!


오늘 세 번째로 뵙는 훈이 어머님이 다행히 말을 걸어주셨네요. 작년 가을, 올봄, 그리고 오늘 이렇게 3개 학기를 보내면서 학기마다 참여수업에는 빠지지 않았는데 그때마다 눈인사와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 수준의 대화(?)를 한 분입니다.


엄마들 단톡방에 들어오실 수 있겠어요?라고 먼저 도발을 걸어오십니다. 아, 말투는 완전 달랐지만 말이죠. 아주 감사하게도 기회를 주셔서 연락처를 알려드렸고 이제 단톡방에 초대되었습니다. 혹시 모를 유치원의 기타 정보들이 생기면 키즈노트와 선생님 외에도 다른 정보통이 될 거 같아서 감사한 일입니다.


제가 먼저 다가갈 용기를 내지 못해 훈이 어머님께 약간 미안하네요. 발달이 늦지만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키우는데 같이 노력하는 학부모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 유치원의 원아들 모두 아프거나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디가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거든요.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아낌을 받는 아이들이 되면 더 행복할 거 같습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중2 아들의 중간고사와 인정 욕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