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유능감(효능감)
오늘부터 자랑스럽고 멋진 우리 아들의 중간고사가 시작합니다. 중2에 불과하기에 많은 과목도 아니고, 단지 이틀에 걸친 시험이긴 하지만, 제가 보기에도 이 녀석은 열심히, 과도하게 준비를 했습니다. 특별히 공부에 재능이 있는 거 같지는 않지만, 상위 10% 수준은 유지하는 걸 보면 노력을 할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하는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저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능력이 있다는 자기 유능감,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소속감, 그리고 내가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율감. 그중에서 자기가 유능하다는 생각은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꾸어 나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회사 생활을 할 때 가장 슬픈 건 회사에서 쫓겨나는 사람을 볼 때가 아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멈춘 채로 침체기간이 오랜 사람들이었습니다. 전시회를 가면 죽은 눈빛을 하고 억지로 만들어낸 엷은 미소를 띠고 사람을 상대하는 사람들. 같은 직책에 10년 동안 머물러있으면서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지, 못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성장이 없고, 변화가 없으며, 발전을 위한 욕구도 없습니다. 언제든지 지금의 일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물어봐 달라는 눈초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나 같으면 차라리 그 자리에서 나올 텐데. 퇴사가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는데.
우리의 무의식은 나 자신이 먼 미래에도 지금 현재의 모습을 유지할 거라는 가정을 합니다. 오늘이 나의 성장한 최종판이며 더 이상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 바로 The End-of-history Illusion(역사가 끝났다는 착각)입니다.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적 인식이죠.
이런 일반적인 생각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우선 자기 유능감을 회복하기 위해서 사소한 것이라도 내가 잘하는 것을 찾아서 반복해야 자기 유능감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특정한 운동에 능할 수도 있고, 빨리 읽거나 말할 수도 있습니다. 요리나 청소를 잘할 수도 있고, 빨리 뛰거나 오래 뛸 능력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든 좋습니다. 숨을 오래 참는 것이나, 팔 굽혀 펴기를 남보다 더 많이 하거나, 노래나 악기를 잘 다룰 수도 있겠죠. 길눈이 밝거나, 사진을 잘 찍는다거나, 그게 무엇이든 내가 잘하는 것을 찾아서 그걸 반복함으로써 나 자신이 능력 있는 사람이란 것을 새삼 나 자신에게 알려주는 겁니다.
그러고 나서 내가 잘 못하는 부분의 한 가지를 찾아서 반복 연습을 해보는 두 번째 순서가 있습니다. 당연히 처참한 실력이겠지만 딱 한 달만, 30일만 계속해도 반드시 더 나아진 자신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나 못하던 것을 이제 단 30일 만으로 이만큼 실력이 늘어난 모습을 보면서 새삼 나는 유능하구나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새로운 취미나 도전을 해보는 것은 언제나 자기 유능감을 확장하는데 좋은 도구가 됩니다. 전혀 알지 못하던, 또는 해보지 못했던 일에 대해서 도전하고, 30일 뒤에 그 결과를 확인하는 일은 내가 얼마나 새로운 일에도 유능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줄 수 있습니다.
자기 유능감을 제대로 느끼려면, 칭찬을 받아야 합니다.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자기 유능감은 폭발합니다. 얼마큼 발전했는지 점수로, 또는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영어 점수가 54점에서 85점으로 오르고, 이제 90점을 넘어 보겠다고 다짐하면서 자랑하는 모습은 멋진 거 같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이나 말을 멀리하고, 비난과 비판도 일단 멀리하는 게 좋습니다. 연습을 할 때 갑자기 너무 어려운 단계로 건너뛰면 자신감과 자기 유능감도 줄어드니 주의해야 합니다. 비슷한 난이도에서 80~90점을 받고 오답노트를 분석한 것이 누적되면 더 높은 단계로 올라도 좋습니다.
솔직히, 중2의 시험점수가 몇 점이 나와도 크게 중요하다 느끼지는 않습니다. 30점쯤 받으면 충격을 먹을지도 모르지만... 포기하지 않고 매일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가족과의 사이에서 갈등을 줄이고 소통을 늘리는 것이 훨씬 중요하죠. 하지만 기왕이면 노력한 만큼 아는 문제는 실수 없이 잘 풀고 나오면 좋겠습니다. 사랑해 울 아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