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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Oct 11. 2023

중2 아들의 중간고사와 인정 욕구

자기 유능감(효능감)

Photo by kilarov zaneit on Unsplash


오늘부터 자랑스럽고 멋진 우리 아들의 중간고사가 시작합니다. 중2에 불과하기에 많은 과목도 아니고, 단지 이틀에 걸친 시험이긴 하지만, 제가 보기에도 이 녀석은 열심히, 과도하게 준비를 했습니다. 특별히 공부에 재능이 있는 거 같지는 않지만, 상위 10% 수준은 유지하는 걸 보면 노력을 할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하는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저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능력이 있다는 자기 유능감,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소속감, 그리고 내가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율감. 그중에서 자기가 유능하다는 생각은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꾸어 나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회사 생활을 할 때 가장 슬픈 건 회사에서 쫓겨나는 사람을 볼 때가 아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멈춘 채로 침체기간이 오랜 사람들이었습니다. 전시회를 가면 죽은 눈빛을 하고 억지로 만들어낸 엷은 미소를 띠고 사람을 상대하는 사람들. 같은 직책에 10년 동안 머물러있으면서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지, 못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성장이 없고, 변화가 없으며, 발전을 위한 욕구도 없습니다. 언제든지 지금의 일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물어봐 달라는 눈초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나 같으면 차라리 그 자리에서 나올 텐데. 퇴사가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는데.


우리의 무의식은 나 자신이 먼 미래에도 지금 현재의 모습을 유지할 거라는 가정을 합니다. 오늘이 나의 성장한 최종판이며 더 이상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 바로 The End-of-history Illusion(역사가 끝났다는 착각)입니다.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적 인식이죠.


이런 일반적인 생각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우선 자기 유능감을 회복하기 위해서 사소한 것이라도 내가 잘하는 것을 찾아서 반복해야 자기 유능감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특정한 운동에 능할 수도 있고, 빨리 읽거나 말할 수도 있습니다. 요리나 청소를 잘할 수도 있고, 빨리 뛰거나 오래 뛸 능력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든 좋습니다. 숨을 오래 참는 것이나, 팔 굽혀 펴기를 남보다 더 많이 하거나, 노래나 악기를 잘 다룰 수도 있겠죠. 길눈이 밝거나, 사진을 잘 찍는다거나, 그게 무엇이든 내가 잘하는 것을 찾아서 그걸 반복함으로써 나 자신이 능력 있는 사람이란 것을 새삼 나 자신에게 알려주는 겁니다.


그러고 나서 내가 잘 못하는 부분의 한 가지를 찾아서 반복 연습을 해보는 두 번째 순서가 있습니다. 당연히 처참한 실력이겠지만 딱 한 달만, 30일만 계속해도 반드시 더 나아진 자신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나 못하던 것을 이제 단 30일 만으로 이만큼 실력이 늘어난 모습을 보면서 새삼 나는 유능하구나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새로운 취미나 도전을 해보는 것은 언제나 자기 유능감을 확장하는데 좋은 도구가 됩니다. 전혀 알지 못하던, 또는 해보지 못했던 일에 대해서 도전하고, 30일 뒤에 그 결과를 확인하는 일은 내가 얼마나 새로운 일에도 유능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줄 수 있습니다.


자기 유능감을 제대로 느끼려면, 칭찬을 받아야 합니다.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자기 유능감은 폭발합니다. 얼마큼 발전했는지 점수로, 또는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영어 점수가 54점에서 85점으로 오르고, 이제 90점을 넘어 보겠다고 다짐하면서 자랑하는 모습은 멋진 거 같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이나 말을 멀리하고, 비난과 비판도 일단 멀리하는 게 좋습니다. 연습을 할 때 갑자기 너무 어려운 단계로 건너뛰면 자신감과 자기 유능감도 줄어드니 주의해야 합니다. 비슷한 난이도에서 80~90점을 받고 오답노트를 분석한 것이 누적되면 더 높은 단계로 올라도 좋습니다.


솔직히, 중2의 시험점수가 몇 점이 나와도 크게 중요하다 느끼지는 않습니다. 30점쯤 받으면 충격을 먹을지도 모르지만... 포기하지 않고 매일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가족과의 사이에서 갈등을 줄이고 소통을 늘리는 것이 훨씬 중요하죠. 하지만 기왕이면 노력한 만큼 아는 문제는 실수 없이 잘 풀고 나오면 좋겠습니다. 사랑해 울 아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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