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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Nov 15. 2023

살 것인가? 배울 것인가?

스킬을 배우기 전에 배울지 말지 결정하는 방법

Photo by Dushawn Jovic on Unsplash


직장에서 근무하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케이스가 바로 살 것인지 아니면 만들 것인지에 대한 결정입니다. 회사 자체적으로 제작할 것인지 아니면 외주 제작 또는 구매를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죠.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였던 전 직장에서도 늘 개발자의 부족으로 내부 개발을 할 것인지 외주 개발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비용이었습니다. 내부적으로 만드는 것이 더 쌀 것인지, 아니면 외부로 돌리는 것이 더 싸게 먹힐 것인지? 그다음 중요한 팩터는 신뢰성이었죠. 내부 제작이 더 신뢰성이 높을지, 외주 제작이 더 신뢰성이 높을지? 결국 리소스의 배분에 대한 고민이죠.


스킬을 배울지 말지 결정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결국에는 1. 내가 배운다, 2. 외부의 능력자를 고용한다, 3. 그 스킬 쓸 일을 만들지 않는다. 이렇게 세 가지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합니다. 프로그래밍에서도 마찬가지죠. 직접 코드를 짜거나, 외주 개발을 하거나, 코딩과 연관된 프로젝트를 회피하거나.


언어를 배우는 것도 비슷합니다. 중국어를 직접 배우거나, 번역/통역사를 고용하거나, 중국어만 할 줄 아는 사람과는 소통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방법뿐이죠. 세금 문제를 고민할 때, 가드닝을 할 때, 의학적 소견이 필요할 때, 작은 창고를 지을 때. 어떤 문제를 마주할 때에도 그 스킬을 배워서 직접 하는가 아니면 외부의 도움을 받는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 봤을 때 스킬을 직접 배우는 것은 거의 언제나 손해입니다. 즉각적인 이득 면에서 그렇다는 거죠.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기 위해서 일본어를 배운다는 것은 어떻게든 한글판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단기적으로는 손해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 차에 문제를 찾아내고 수리하기 위해 자동차 메카닉 공부를 하는 것은 수리점에 맡기는 것보다 월등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겠죠.


그런데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어떨까요? 

그럼 새로운 스킬을 배우는데 필요한 심리적인 장벽이 조금은 낮아지지 않을까요?


내가 연습하면 할수록 실력이 좋아지겠지만 과연 어느 정도까지 좋아질 수 있을까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이 스킬을 장착한 다른 사람을 보면 어느 정도 감이 옵니다. 어떤 스킬은 학습곡선이 무척 가팔라서 조금만 노력해도 일정 수준에 금방 다다를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대신 어떤 스킬은 학습곡선이 초반에 아주 플랫 해서 오랜 시간 노력해야 기초를 뗄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 공부한다면 10년을 해도 전문의 공부 중인 초보 의사입니다.


내가 실력이 좋아진 다음에 이 스킬을 얼마나 사용할까라는 질문이 그다음입니다. 만약에 내가 미국 이민을 간 상태라면, 영어라는 스킬은 장기적으로 무조건 이득이 되는 스킬이 될 겁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일하는 환경이 영어를 그렇게 요구하지 않는 환경이라면 영어 학습에 그만한 투자를 할지는 고민스럽겠죠.


똑같은 언어지만, 더 작은 인구가 사용하는 몽골어를 예로 들어보면, 내가 그걸 배워 써먹을 확률부터 배우기 전에 계산해 보는 것이 당연합니다. 내 직장에서 중심적으로 사용될 스킬이라면 배우는 비용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어렵더라도 말이죠. 내 기존의 스킬세트와 어울리지 않는 스킬은 내가 아무리 잘해도 그다지 유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스킬을 배우는 가장 멋진 방식은 호기심을 따라가는 겁니다. 금전적인 유불리를 떠나서, 배움 자체에 즐거움을 찾을 수 있고, 향상되는 실력에 스스로 기뻐할 수 있는 스킬을 배우는 거죠. 무언가를 잘하게 되면, 사람은 더 즐기게 되고 개인적인 만족을 이끌어내기 더 쉬워집니다.


다만 스킬에 따라 약간의 차이점은 있겠네요. 그림을 잘 그리게 되는데 정말 만족스러울 수 있지만 국세청 홈택스에 기장을 훌륭하게 잘해서 그걸로 만족을 느끼는 사람은 아무래도 그림 스킬 보다 적지 않을까요? 내가 가진 기존의 재능과도 어울리면서 잘할수록 스스로 만족스러운 취미와 스킬들을 잘 가꿔나가시면 좋겠습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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