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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Nov 14. 2023

아내가 갑자기 더 사랑스러워졌습니다

왜 그렇지?

Photo by Brooke Cagle on Unsplash


지난주에 느꼈던 부분인데, 아내가 갑자기 더 사랑스러워졌습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은 뭔가 그걸 촉발시킨 원인이 있다는 것인데, 도통 알 수가 없었죠. 외모적으로 40대 중반에서 갑자기 뭔가 변했을 리도 없는데.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생각해 보니 요즘 아내가 더 자주 크게 웃습니다. 아니, 어쩌면 과거에도 그렇게 웃었지만 내가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수도 있죠. 웃긴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오락 채널을 보면서 크게 아하하핫 이렇게 웃습니다. 까르르 웃는 형태는 아닙니다. 화통하게? 시원하게? 그늘진 느낌이 전혀 없게? 깔끔하게?


이렇게 웃는 아내를 보면 소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깨끗한 웃음입니다. 이제는 웃음소리가 들리면 반드시 뒤돌아보고 그녀를 바라봅니다. 아마도 관심이겠죠. 전에는 웃든 말든 내가 보고 있는 책이나 영상, 또는 하고 있는 일에 계속 집중했다면, 이제는 웃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녀가 무엇을 보고 웃는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그렇게 돌아볼 때마다 사랑스러움을 느낍니다. 더 관심이 갑니다. 애 셋을 낳아 기르면서 이게 갑자기 웬일인가 싶지만, 어쨌든 그녀가 행복하게 웃는 것을 보면 그래도 내가 잘 살았구나, 싶은 마음이 들어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오늘 읽은 책에서 문득 눈에 들어오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Hug your partner daily. One day they won’t be there.
매일 당신의 배우자를 안아주어라. 그가 없는 날이 언젠가 올 테니.


이제는 시선으로만 애정을 표현하지 말고 행동으로, 말로 감사와 사랑을 표현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느낌을 아내에게만 받는다면 안 되겠죠. 아들들과 딸에게도 똑같은 관심을 기울이면 분명히 내가 지금까지 모르던 사랑스러운 부분이 떠오르리라 생각합니다. 


얼핏 보면 그냥 학교와 학원에 왔다 갔다 하는 거 같지만 분명히 지금 그 녀석의 머릿속에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과, 말하는 것을 통해서 더 자세히 녀석들을 알 수 있을 테니 말이죠. 내가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 관심을 내 취미나 일에만 쏟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내 가족 한 명 한 명에게 더 부어줘야 합니다. 내가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갈 대상은 관심 분야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해당한다는 말이죠. 이미 익숙한 가족들도 여기에서 예외는 아닙니다. 


둘째 녀석이 어제 샤워하고 그냥 누웠나 봅니다. 아침에 머리카락이 온사방으로 뻗어있네요. 빗질로 안되어 물칠 좀 하라고 등교하기 직전에 화장실로 밀어 넣습니다. 그래. 이렇게 하니 훨씬 더 멋지잖아! 한마디 합니다. 잔소리가 되지 않기 위해 목소리의 톤을 세심하게 조정합니다.


오늘 유치원 졸업사진을 찍을 막내는 아침에는 비몽사몽입니다. 엄마가 예쁜 드레스를 사놓았는데 그걸 입혀서 등원 준비를 합니다. 오늘은 다행히도 머리 묶기가 잘된 거 같습니다. 유치원에서 다시 묶어준다고 해도 아무래도 아빠가 묶는 것은 엄마보다 허술하게 묶어서 좀 민망합니다. 오늘은 콧물도 없고 깨끗한 얼굴이라 사진이 왠지 잘 받을 거 같습니다. 조금씩 더 관심을 기울이니 더 귀엽고 예쁜 우리 아이들입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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