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와 일은 상호 배타적인 관계인가?
은퇴한다는 것은 일을 그만둔다는 의미를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두 단어는 상호 배타적이고 반대의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었죠. 일하고 있다면, 당신은 은퇴하지 않은 겁니다. 은퇴했다면 일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그건 더 이상 사실이 아니죠. 은퇴 후 휴식을 즐기며 편안하게 누워있는 건 요즘에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아니, 선호되지도 않죠.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에도 일하기를 희망합니다. 돈을 위해서건, 아니면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건 말이죠.
그래서 그 두 가지의 구분을 좀 더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돈을 위한 일과 만족을 위한 일.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에도 은퇴 자금이 부족해서 돈을 위해 계속 일을 합니다. 2/3의 은퇴를 앞둔 사람들이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직 25%의 사람들만이 완전히 일을 놓아도 될 정도로 자금을 모았다고 하네요.
돈을 위한 일을 그만두고 만족을 위한 일을 시작한 사람들은 축복받은 사람들입니다. 만족을 위한 일은 평생 일했던 분야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전혀 새로운 분야일 수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꿈을 쫓아갈 수도 있고, 새로운 취미일 수도 있고 그냥 내가 새롭게 관심이 생기는 분야 일 수도 있죠.
마크 트웨인이 말했죠. 가장 성공한 사람들은 여름휴가 때에나 할 법한 일을 일 년 내내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The most successful people are those who do all year long what they would otherwise do on their summer vacation.” — Mark Twain. 참 명료한 분석인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도 약간의 일은 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쿠팡에 작은 상점을 열어 판매하고 있는데, 10월 매출은 616만 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익률은 10% 수준이라 실제 제 손에 들어오는 건 약 60만 원 정도예요. 용돈 수준이죠. 이 일은 그다지 나를 충족시키는 느낌은 없습니다. 그냥 용돈을 버는 느낌? 대신 하루에 소요되는 시간이 한 시간도 안되니 그냥 계속하고 있죠.
도리어 돈은 한 푼도 벌지 못하는 글쓰기에는 하루에 몇 시간을 투자합니다. 계속 더 많이 쓰고 다양한 주제와 분야에서 쓰고 싶은 욕구도 크고요. 은퇴한 후에는 이렇게 제가 원하는 분야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내가 재미있어하는 일을 추구하는 성격이어서 그동안 근무했던 모든 직장에서도 어쩔 수 없이 일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항상 도전적이고 재미있는 일을 했으니 즐겁고 성공적인 직장인 시절을 보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런데도 은퇴 이후 전의 직장을 그리워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매일 막내를 유치원에 등하원 시키는데 운전하느라 사용되는 시간이 총 2시간입니다. 한 번도 그 시간을 아까워한 적이 없습니다. 운전하면서 신호등에 걸릴 때마다 백미러로 살펴보는 아이가 너무나 사랑스럽기 때문에 시간이 금방 갑니다. 만약 아직도 일하고 있었다면 우리 사랑스러운 아이를 이렇게 오래도록 바라봐 주지 못했을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지금은 아내가 일하고 있지만, 만약 우리 둘 다 은퇴를 한 시점이 온다면 저는 집을 조금 다운사이즈 하고 빚을 모두 제거한 뒤에 남은 모든 돈을 인덱스펀드에 넣어두고 매월 생활비를 뽑아 쓸 거 같습니다. 나스닥 500 ETF의 30년 평균 수익률이 연간 12% 정도라고 하는데 그럼 3억 원을 넣어두면 년간 3600만 원이 불어나니까 월 300만 원을 계속 뽑아 써도 원금은 계속 그대로인 셈이죠.
돈은 그렇게 두고 매일 내가 호기심과 관심이 생기는 분야에 시간을 투자하면서 살아갈 거 같습니다. 그런 게 은퇴죠. 매일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 정말 즐거울 거 같지 않나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