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크게 손해 보는 사람은 학생들
대학교 등록금은 꾸준히 올랐습니다. 옛날에는 소를 팔아서 자녀의 대학교 학비를 마련했다는 전설과 같은 말들이 있는데, 요즘 소 한 마리 가격은 평균 700만 원이라고 하니 한 마리 팔아봤자 어떤 대학교의 어떤 학과인지에 따라서 한 학기(6개월) 또는 두 학기(1년) 학비밖에 되지 않습니다.
연세대의 등록금이 자세하게 나온 블로그를 살펴봤습니다. 상경 계열은 4년 학비가 2870만 원 쯤하고, 의예과는 6년 학비가 7220만 원쯤 합니다. IT융합공학은 4년간 5614만 원쯤 되는군요. 국립대는 그나마 학비가 조금 저렴합니다. 서울대 공학 계열이 연간 600만 원이라 4년에 총 2400만 원쯤 합니다.
일반 회사가 돈을 은행에서 빌리는 경우, 투자를 위해 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비와 설비에 투자해서 더 큰돈을 벌기 위해 빚을 내어 투자를 하는 거죠. 결국은 돈을 빌려 자산을 늘리는 형태입니다. 그런데 학자금 대출은 어떤가요? 이건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긴 하지만, 사실 어떻게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아주 큰 투자입니다.
대학교 졸업장이 반드시 필요한 특정한 학과(예를 들어 의예과)나 취업보장형 학과를 제외하면 사실 졸업 후에 어느 회사에 어떤 위치로 취업하게 될지 불확실합니다. 심지어 졸업 후 내가 4년간 공부한 것과 전혀 관계없는 분야에 취업할 수도 있습니다.
장학금을 받는 것은 아주 훌륭한 생각입니다. 전체 장학금이 아니라 일부 장학금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최대한 받아야 합니다. 혹시 직장을 다니며 자기 계발을 위해 내 월급으로 학비를 대가며 대학교를 다니시나요? 훌륭합니다. 아니면 부모님이 대학 등록금을 내주시나요? 아주 존경스러운 부모님을 두셨네요. 멋집니다.
자동차는 소비재입니다. 당연히 사용할수록 가치가 떨어지죠. 자산을 사는 게 아니라 소모품을 사는 것이기에 사실 빚으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짓이지만, 빚으로 차를 구입할 시기에는 이미 월급 소득이 있는 사람이기에 이미 내 소득의 수준과 사회가 어떤 것인지 대충 아는 시점입니다. 게다가 담보물이 될 차가 있죠.
하지만 빚으로 대학교를 다녀야 한다면 그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일입니다. 자동차를 신용으로 대출받아 사는 것보다 훨씬 나쁜 선택입니다. 지금 이 대학교의 교육에 4년의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얻는 졸업장이란 결과물이 과연 나에게 얼마큼의 연봉을 주는 회사에 입사하게 할 것인 것 알 수가 없습니다.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는 시점에 이미 빚이 있다는 것은 졸업과 동시에 바로 직장을 잡아야 한다는 강제력을 발휘합니다. 새롭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데 프리하게 원하는 시도와 도전을 할 수 없게 만들죠. 사실 대기업 합격에 유리한 상위 몇 개의 학교를 제외하면 2023년 4년제 대학교 244개의 등록금(1년) 순위를 보면 과연 학비를 투자할 가치가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빚이란 것에는 이자가 붙습니다. 복리 이자가 발생하죠. 학생이 아니라 누군가 이득을 보고 있습니다. 비록 시중 금리보다 낮다고 해도 말이죠. 모든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은 사실 강한 경제와 견고한 일자리 성장에 달려있습니다. IMF 시기에 얼마나 많은 취업이 취소되었는지 아시나요? 학자금으로 잔뜩 당겨왔는데 막상 취업할 시즌에 경기가 형편없으면 정말 별수 없습니다. 신용불량자 각이죠.
의외로 학생들은 세상의 돈에 대해 충분히 교육을 받지 못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합니다. 어떻게 돈을 모으고, 관리하고, 투자할지 충분한 교육이 없는 상태에서 덩그러니 빚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면 얼마나 아찔한 일인가요?
대학교를 부정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데요! 다만, 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기준에 비교하면 학자금 대출은 몇몇의 상위 학교를 제외하면 형편없는 투자 결정이란 것을 알릴 뿐입니다. 학자금을 대출받을 바에는, 차라리 국립대로 진학하거나, 장학금을 줄 수 있는 학교로 진학하는 것이 좋습니다. 더 나아가 2년제 전문대를 다니고 취업 후에 학점은행제나 방통대, 야간대로 4년제 학위를 취득해도 큰 문제없습니다.
현재 대학교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에게는 너무 많은 불확실성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가 선택한 전공을 내가 정말 좋아할 수 있을까? 이 전공을 사용할 수 있는 회사에 취업할 수 있을까? 학자금 대출을 금방 갚을 만큼 좋은 연봉의 직장에 취업할 수 있을까? 충분한 고민과 경험 없이 선택한 대학교의 전공이 내 인생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죠. 이런 상황에 4년 학비와 생활비를 합치면 5천만 원~1억 원에 달할지도 모릅니다. 그만큼의 빚을 사회 초년생부터 지고 살겠다고요? 다시 고민해 보시길 부탁드립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