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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Dec 22. 2023

산타가 아니라 딸이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

막내딸의 크리스마스 쇼핑 - 유치원에서

막내딸의 크리스마스 쇼핑 - 유치원에서


12월도 마지막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습니다. 오늘 세명의 자녀들 중에 두 명이 방학식을 합니다. 그중에 유치원 다니는 막내딸은 오늘 크리스마스 파티를 한다고 하네요. 산타 할아버지가 미리 엄마아빠가 준비해 준 선물을 나눠주는 시간이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좋아할 아이의 모습이 바로 엄마아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겠죠.


어렸을 적에는 정말 크리스마스를 기다렸습니다. 예수님이 오신 건 오신 거고, 내가 기다린 건 선물이었죠. 산타할아버지가 허구라는 사실을 깨달은 게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조금 오래 산타 할아버지를 믿어서 초등학교 올라가서야 이 선물이 엄마아빠가 주는 거구나 깨달았던 거 같습니다.


청년기에는 내가 선물을 받기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또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기억될만한 선물을 준비하느라 바빴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혼하고 나서는 초반에만 배우자와 선물 교환을 하다가, 나중에는 그냥 와이프가 자기 선물 사고, 겸사겸사 내 선물도 고르는 식으로 넘어갔습니다.


올해는 교회에서 진행하는 사랑의 쌀 나눔 행사에 기부하는 것으로 선물을 대신하기로 했습니다. 쪽방촌을 비롯해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쌀 10kg 한 포를 나눠준다고 하는 사회운동인데요, 교회에서는 벌써 17년이나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죠. 저는 두세 번 정도 기부했던 거 같습니다. 올해는 빠지지 않고 기부하기! 결국 제 선물은 3만 원짜리 쌀 한 포대가 되는 셈이네요.


회사에 다닐 때는 구세군 냄비에도 기부한 적이 종종 있는데, 이렇게 추운 겨울에 소외된 이웃들은 얼마나 더 추울지 걱정이 됩니다. 월급이 끊기고 나니 확실히 기부 활동이 더 줄어들긴 했어요. 아껴 쓰는 건 아끼는 거고, 기부는 내 나름대로 조금씩이라도 하려고 내년에는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일 선물과 이런 계절마다 주는 선물에 너무 무감각해졌음을 깨닫습니다. 조그만 선물을 주변 사람들에게 챙겨주는 습관은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습관일터인데 남을 챙기는 버릇이 없으니 이런 선물의 습관도 없는 거겠죠. 반성합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최소한 이모티콘으로 안부를 전하고 잘 쉬라고 염려를 보내는 카톡을 보내야겠습니다. 2000원이면 카카오 이모티콘을 구매할 수 있는데 이 정도 정성도 안 들어가면 정말 나쁜 사람인 거죠~ 


아내에겐 미안하지만, 요즘에는 아내가 준비한 선물보다 막내가 준비한 삐뚤빼뚤한 글씨가 적힌 선물이 기대가 됩니다. 빨간 드레스를 입은 모습 그 자체가 기쁜 성탄 선물이 되어버리는 거죠. 오늘 유치원의 난방기가 문제가 생겨서 실내가 춥다고 하는데 어떻게 잘 지내고 있는지 걱정이 되는군요. 평소보다 조금 빨리 하원 픽업을 가야겠습니다.


제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성탄 연휴를 선물로 드리길 원합니다. 평안하시고 온 가족 모두 건강한 겨울 보내셔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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