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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Mar 02. 2024

파친코를 읽고(이민진 저)

잔인하고 처절한 시대였지만 관통하는 감정은 사랑입니다


파친코라는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서적 광고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아마도 일본 야쿠자에 대한 소설이겠지 싶어서 더 알아보지 않고 넘겼었지요. 그러나 우연히 미국의 책 관련 팟캐스트에서 이민진 님이 인터뷰하는 것을 듣고 나서야 이 책이 1910년부터의 비극적인 시대상을 그려낸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파친코는 단지 주인공의 배경중 하나입니다.


1부는 부산에서 선자라는 소녀가 어려운 일제강점기를 몸으로 겪으며 성장하는 과정이 나오고, 2부에서는 부산을 떠나 오사카에 신랑인 목사와 함께 도착하면서 전쟁 중인 일본에서 어렵게 사는 조선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3부는 선자의 아들과 손자들이 시대상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정말 딱 100년 전의 같은 나라에 대한 이야기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환경을 적나라하게 기록합니다. 더럽고, 가난하고, 비참하고, 억울한 조선인의 삶. 지금 우리가 얼마나 분에 겨울 정도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확연하게 대비가 되는 시절이었습니다. 


또한 전쟁이 시작된 나라에서는 모든 것이 최악의 환경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는 증거들이 수두룩 했습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모든 것이 비싸지고, 언제 어디서 군인으로 끌려갈지 모르는 상황. 지금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가 얼마나 참혹할지 아마 아무도 감히 상상하지 못할 지경이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너무나 화가 나면서도, 전쟁이 시작되면 모든 사람이 이렇게 죽고 다치고  스러져간다는 것에 두려움이 몰려듭니다.  


특이하게도 글 속에는 장애인이 아주 많이 등장합니다. 주인공 선자의 아버지도 발이 뒤틀린 장애인이었고, 그의 아들 모자수의 친구의 동생도 장애인으로 등장합니다. 아마도 실제 역사 속에서는 전쟁으로 발생한 사지절단형 신체 장애인도 어마어마하게 많았을 것 같습니다. 


신사참배를 거부한 선자의 남편이 고문으로 죽고, 남은 두 아들을 건사하며 선자는 필사적으로 살아갑니다. 일본이 전쟁에서 패하고 핵폭탄을 맞으며 주변의 다친 사람들도 커다란 화상의 고통을 평생 안고 살아가거나 죽어버립니다.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모자수를 동경하는 동성애자 친구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또한 노아의 여자친구로 조선인을 친구로 인종차별하지 않는 좋은 사람, 배운 사람, 진보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려는 아키코는 자신의 사랑이 아니라 남에게 보이는 자신의 대범한 이미지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노아는 평생 일본인들에게 조선인 핏줄이라 더럽다는 소릴 들었는데, 거기에 친부의 핏줄이 야쿠자 핏줄이라는 사실을 알고 격분을 합니다. 그러며 자기의 삶을 망쳤다고, 자신은 저주받았다고 엄마에게 울분을 토하지요. 정말 부들부들 떨리는 장면입니다 엄마가 지를 어떻게 키웠는데.. 


수시로 죽는 등장인물들에 정말 참혹한 기분입니다. 이건 뭐 한 챕터가 넘어갈 때마다 누군가가 죽어나갑니다. 그만큼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라 그럴지도. 조센징이라 놀림을 받고 학교 폭력으로 자살하는 아이. 자동차에 치어 죽는 엄마. 권총으로 자살하는 사람. 노환으로 죽는 사람. 


노할머니가 되어 과거를 회상하면서 죽은 아들이 아기였을 시절을 되돌아보는 선자. 사랑했던 사람들이 곁에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다웠다고 말하는 선자. 선자가 태어나 노할머니가 되고 손자가 장성하기까지의 몇 대의 세대를 거치는 이야기는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남기는 거 같습니다. 


오늘의 결론: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더욱 사랑하겠습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첨언) 아주 길~게 리뷰를 작성했는데 실수로 첫번째 작성한 글이 모두 날아갔습니다. ㅠㅜ 모두 저장, 저장, 필수로 더욱 기쁜일만 가득하시길... 파친코는 1,2권이 있습니다. 이걸로 두권을 채우면 2월의 세권 읽기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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