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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Mar 12. 2024

가장 못하는 게 요리. 가정주부 맡은 아빠의 식단은?

요리 잘하는 사람들 너무 부러워요~

부대찌개 먹고 싶다~


제가 40대 후반에 은퇴한 이유는 막내의 특수학교 등교를 담당하기 위해서가 첫째 이유였습니다. 30분 운전거리에 있는 학교라서 아침에, 오후에 등교와 하교를 하는 것으로만 매일 2시간씩 운전해야 하는데, 맞벌이하는 아내는 장롱 면허라서 제가 퇴사하고 운짱을 맡기로 했거든요. 


우리 부부는 가사 분담을 제가 설거지, 청소, 분리수거, 쓰레기 정리, 세탁을 맡고, 아내가 요리, 애들 밥 먹이기, 청소를 하는 형태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집에서 가정주부 역할을 맡고 나니 요리가 문제였어요. 아내의 일이 바빠지면서 퇴근하고 요리하는 것이 힘들어진 거죠. 


그렇다고 제가 요리를 하는가? 저는 30살쯤에 처음 계란프라이 하는 방법을 배운 사람입니다. 요리 비스름한 것은 라면 외에는 한 개도 못하는 사람이죠. 저는 차라리 설거지하는 게 훨씬 즐거운 사람입니다. 자연스럽게 우리 집의 식단은 그냥 구워도 되는 고기, 아니면 배민을 쓰거나 포장해 온 음식이 주류가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밀키트도 종종 사용합니다. 외대 근처에서 살아서 명랑부대찌개 외대점이나 채선당 밀키트 24 외대점을 방문하기도 하고,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양념닭주물럭(닭갈비)이나 불고기를 사면 그냥 냄비에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니까 편리하고 가성비도 좋죠.


그런데 요리에 1도 신경 쓰지 않고 살다가 이렇게 냉장고의 관리책임자가 되니 아~주 번거로운 작업이 생겼습니다. 바로 모든 음식재료와 먹을거리들의 유통기한을 관리하는 겁니다. 먹어치워야 할 재료들과 음식이 있는데 문제는 애들이 먹고 싶은 식단이 아닐 때 발생합니다.


어제 구매한 부대찌개 밀키트는 원래 어제 먹으려 했는데 아이들이 제육볶음 포장해 온 거 먹고 싶다고 해서 일정이 밀렸습니다. 그럼 주말에 아내가 열심히 끓여둔 미역국이 언제까지 괜찮을지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닭갈비에 같이 넣어 먹으려고 샀던 양배추에 거뭇거뭇한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네요.


아침 식사로 큰아들은 계란 프라이 두 개 얹은 계란밥 까지는 제가 해줄 수 있어요. 요즘 근육 키운다고 헬스장을 다니는데 트레이더스에서 구매한 페퍼 그릴 닭가슴살은 정말 최고의 간식입니다. 이것도 이미 조리된 것이라 레인지에 1분만 덥혀서 밥과 같이 주면 끝이니 훌륭하죠.


그런데 트레이더스는 차로 30분 가야만 하기에 자주 들를 곳은 아니다 보니 한번 방문해 2개씩 구매하면 또 냉장으로는 처리가 어렵고 냉동으로 보관했다가 먹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맛이 아무래도 더 떨어지지요. 냉동으로 두어도 너무 오래(1달 이상) 두면 그것도 고민거리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냉장고뿐만 아니라 냉동고의 유통기한도 같이 생각해야 하니 이거 참 주는 대로 먹지 않고 오늘은 뭐가 먹고 싶다고 해맑게 말하는 아이들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맘 속으로는 그냥 처묵처묵 해랏 외치고 싶지만 그건 또 아니니까요.


둘째는 아침에 한참을 시리얼을 먹더니 이제 질렸는지 매일 홍루이젠 샌드위치를 울부짖고 있습니다. 결국 쿠팡으로 아내가 구매했지요. 홍루이젠은 사실 싼 식품은 아니에요. 4개 삼각 샌드위치 조각이 들어있는 것이 8430원이니 개당 2100원 정도 하는 셈이죠. 성장기 아이들이 이거 하나만 먹지는 않고 보통 2개씩 먹으니까 아침으로 4200원.


오늘 저는 점심에 솔직히 라면을 먹고 싶었습니다. 김치도 좀 넣고, 계란도 넣고, 파도 썰어서 냉동에 둔 것 좀 넣고, 내가 좋아하는 숙주나물도 넣어서 끓이면 아주~ 좋거든요. 그런데 오늘 점심 메뉴는 다시 끓여둔 미역국이 되어야만 하는 상황이네요.


오늘의 결론: 요리 잘하는 사람들 너무 부러워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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