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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Mar 21. 2024

빨간 불인데 길을 태연하게 건너는 아주머니를 볼 때

심리 치료 없이 화내지 않기를 연습하기

Photo by Dongsh on Unsplash


막내딸을 학교에 등교시키고 하교시키는데 매일 운전을 2시간씩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갈 때 30분, 돌아오며 30분, 오후에 데리러 갈 때 30분, 집으로 다시 돌아오면 30분. 그러다 보니 여러 보행자들의 패턴을 보게 되는데요, 사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보행자 신호등이 빨간색일 때 횡단보도에 들어오는 사람입니다.


오늘도 그런 사람을 보았는데요, 나이가 아주 많아서 걸음이 느리기에 어쩔 수 없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빨간 불이지만 지금 차량이 오고 있지 않으니 그냥 건너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니, 시골의 아무 차도 없는 길이면 몰라도, 8차선 도로에서 저쪽에 차들이 신호를 기다리는데 그러면 어쩌나요.


화가 갑자기 치솟아 혼잣말로 욕을 하고 말았네요. 


저는 화를 잘 내는 사람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부모님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보통 한국인은 다들 욱하는 성격이 조금은 있잖아요? 특히 시간에 민감해서 늦게 출발하거나 늦게 도착하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빨리 준비하라고 아이들에게 소리친 적도 있습니다.


이제는 그러지 않아요. 평범한 목소리로 재촉은 몇 번 하지만 화를 내거나 소리치지 않습니다. 이렇게 변화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수많은 책을 읽고, 성경을 읽고, 조금씩 변화된 것을 느낍니다. 어쩌면 심리치료사와 면담을 했더라면 더 빨리 변했을 수도 있죠.


미국의 경우 therapist(심리치료사, 정신의학전문의)를 통해 상담을 하는 것이 일반화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는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는 것은 뭔가 꺼려지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한 번도 정신과 진료를 받아본 적은 없지만 이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더 인식이 나아지겠지요.


시간에 민감한 습관은 이렇게 고쳤습니다. 나 홀로 있을 때는 시간에 민감한 것이 아무 상관없지만, 다 같이 어디에 가야 할 때, 또는 다른 누군가에게 시간을 재촉한다고 딱히 변하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각을 해도 그 사람이 하는 것이고, 10분 늦는다고 세상이 폭발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죠.


시간 약속은 무척 중요한 것이지만, 그걸 지키기 위해 아이들과 싸우고, 혼내고, 나무라는 것은 전혀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죠. 나중에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해서 손해를 보면? 어쩔 수 없습니다. 그건 자기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 깨달아야 할 문제니 까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화내지 않습니다. 이유가 있겠지. 집안에 정말 급한 일이 생겼나 보지. 가족이 아픈가? 그 사람에게 어떤 이유와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맘을 편하게 먹습니다. 그렇게 변하고 나니 화낼 이유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끼어들기를 심하게 하는 차를 봐도 딱히 화내지 않습니다. 면접에 늦었나? 회사에 급한 일이 있나? 병원 약속에 늦었나? 너그럽게 끼어드려는 모든 차를 보내주는 성격은 아니지만, 억지로 끼어드는 차 한 대는 화내지 않고 보내줍니다. 저를 끼워준 상대 차를 위해 비상등 감사 표시도 항상 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오늘 그 아주머니는 너무 했어요. 이런 황당한 습관을 가진 사람은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대로변에서 길을 그렇게 위험하게 건너면 어떡하나요. 무작위 운전자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만들 수 있고 자신도 언제 크게 다칠지 모르는 아주 나쁜 습관입니다. 빨간 불일 때는 제발 길을 건너지 맙시다.


오늘의 결론: 화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대에게 급한 일이 생겼다고 생각합시다. 그래도 빨간불에는 길을 건너지 맙시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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