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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Jun 10. 2024

계획보다 실행에. 실행보다 시작에.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아

Photo by Eilis Garvey on Unsplash


저는 계획맨이었습니다. 여행을 갈 때는 모든 여정을 완벽하게 짜놓고 출발하는 습관이 30대 시절부터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회사일로 해외출장을 갈 때 방문할 회사의 주소, 담당자, 주요 미팅 포인트를 준비하고, 그다음 고객을 만나기 위해 언제 출발해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한참을 지도를 보면서 씨름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에는 구글 맵도 없었고, 내비게이션도 없었기에 오직 지도를 다운로드하여서 항공 일정, 렌터카 일정, 호텔 일정, 고객 방문일정 등을 혼자서 짜야했기에 한번 출장 가려면 정말 바쁘게 준비해야 헸고, 모든 일정이 문제없는지 계속 체크를 했어야만 했지요.


그래서 신혼여행을 갈 때에도 자유여행으로 계획해서 여기저기 방문할 곳과 식당을 모두 예약해 놓곤 했습니다. 시간이 부족하면 여기는 패스. 시간이 남으면 여기는 더 오래 머물고. 이 정도는 해야 오래간만에 여행 온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40대가 넘어서는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습니다. 아내가 세웁니다. 저는 드라이버의 역할과 가방 도우미의 역할만 합니다. 이렇게나 편한 것을! 아내는 저만큼 빡빡하게 시간 계획을 세우지는 않지만, 그녀만의 여행계획을 세우는 것이 그녀에게는 기쁨이라고 하니 그녀 마음대로 하라고 합니다.


회사를 다니는 중에는 항상 실행이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살았습니다. 아무리 많은 것을 계획해도 실행되지 않으면 실패니까요. 하지만 회사에서 실행은 쉽지 않았습니다. 내가 홀로 준비를 완벽히 하고 실행을 해도, 내 다음 프로세스의 담당자가 놔 버리면 실행은 중간에 멈추게 되거든요.


당시에는 상당한 스트레스가 되는 일이었습니다. 차라리 혼자 일하고 말지,라는 생각도 여러 번 한 것 같아요. 문제는 큰 프로젝트일수록 절대 혼자서 할 수 있는 영역은 없거나 작다는 점이죠. 그래서 협업을 잘하는 사람이 그렇게나 사랑받는 겁니다.


실행을 하는 영역에서, 여러 사람이 체인처럼 이어져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빨리 공을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일입니다. 내가 빨리 시작해서 넘겨야 합니다. 다음 사람이 빨리 또 넘긴다면 너무 좋고 감사하겠지만, 거기서부터는 내 영역이 아닙니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내가 해야 할 일까지는 확실하게 빨리 넘기고 다른 일을 시작하는 편이 좋습니다. 


일을 할 때 항상 긴급성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긴급한 일보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해야 한다고 하죠. 맞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 긴급성의 느낌을 가지고 한다면 남들보다 훨씬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고 저 사람과 일하면 일이 느려지지 않는다는, 어쩌면 조직에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을 겁니다. 


늘 준비하는 사람보다 늘 시작하는 사람이 옳습니다. 우리가 준비하고 대기하는 순간에도 시간을 계속 흘러가고 있으니까요. 전체의 업무 플로우를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나에게 공이 있는 순간 최대한 빠르게 내가 처리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니까요. 공을 전달했는데 답변이 없는 사람처럼 같이 일하기 싫은 사람이 없습니다.


오늘의 결론: 시작하는 사람이 이깁니다. 먼저 시작하세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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