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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꿈을 꿨습니다

대학 시절에 대한 꿈

by 김영무
asu-durham-charter.jpg ASU 홈페이지 발췌


대학생 시절이 꿈에서 나왔습니다. 정말 아련한 오래전 기억이군요. 자그마치 30년 전의 이야기니까요. 그렇게 세세하게 상상해 보지는 않았는데, 꿈에서는 상당히 디테일하게 건물들과 수업들이 기억이 나서 신기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는 참 어렸습니다. 엄하신 아버지로부터 벗어나 나 홀로 유학 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마어마하게 행복했지요. 애당초 놀 줄 모르는 아이 었기에 딱히 사고를 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집에 묶여있다가 풀려난 해방감은 정말 엄청났습니다.


대학 시절을 적당히 공부하고 적당히 놀면서 지낸 것이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대학의 낭만을 즐기는 것과 공부에 시간을 쏟는 것은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치열하게 공부하면서도 시간을 쪼개어 놀고 낭만을 찾을 수 있는 것인데 말이죠.


수업 시간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은 기억이 없습니다. 과외 활동 시간이 기억에 가장 많이 남습니다. 국제 학생회, 봉사 활동, 남성 합창단 등의 추억이 가장 많아요. 몇 명 되지 않던 한국인 학생들이 대학원 유학을 오신 형님과 형수님 집에 초대받아 설날 떡국을 먹던 기억도 나는군요.


좁은 기숙사와 도서관의 카펫 냄새도 기억합니다. 카페테리아에서 먹던 정체불명의 중국식 면요리도 기억납니다. 싸게 샌드위치로 때우기 위해 먹던 서브웨이와 일주일에 몇 번은 방문하던 맥도널드도 기억납니다. 맥도널드 99센트 빅맥 이벤트 하면 정말 매 끼니 버거를 먹었었는데 말이죠.


당시에는 스마트폰도 없고 인터넷이 막 태동할 무렵이었습니다. 학교 컴퓨터 센터에서 모자이크와 넷스케이프를 신기해하며 사용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3.5인치 디스켓 수십 장을 졸업하면서 소중하게 들고 왔습니다. 학교 컴퓨터실에서 출력해 온 자료도 A4 한 박스 어치는 됐을 거예요. 집집마다 인터넷은 당연히 없던 시절이라 정보 구하기가 어려웠거든요.


당시로 되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요? 아마도 더 치열하게 공부하고 더 필사적으로 놀아라 쯤 되지 않을까요? 학교에서 제공하는 무수히 많은 레저 활동의 기회와 운동의 기회들을 놓친 것이 참 애석합니다. 친구들과 맥주 마시며 노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좋은 활동의 기회들을 흘려 넘긴 것이 아쉽습니다.


도서관도 더 자주 이용할 것을 그랬어요. 외국 학생이라 두꺼운 원서를 가급적 회피하려던 안타까운(?)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때 대부분의 정보는 활자 정보였는데 도서관은 시험 때만 찾았으니 애석하죠. 상상력을 발휘할 생각도 못하고 그냥 주어진 커리큘럼 대로만 공부한 것도 아쉽습니다.


사회의 변화에 무심했습니다. 나는 대학생이니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고 어서 귀국해야지라는 생각만 했어요. 한국에는 제가 귀국하자마자 IMF 사태가 터졌습니다. 그나마 졸업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 일이 년만 더 다녀야 했다면 아마 돈이 없어서 강제 귀국당했지 않았을까 해요. 국제적으로 어떻게 돈과 사회가 연결되어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은 것도 참 안타깝죠.


한 살 한 살 나이 들어가면서 소소하게 손에서 흘러나가는 시간들이 참 아깝습니다. 결국 시간이 나의 남은 목숨인 것인데. 특히나 스마트폰으로 우리는 하루종일 가만히 앉아서도 지겨워하지 않으며 세월을 보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참 무서운 일이죠. 지금 안 하고 있거나 게으름을 피워서 훗날 후회하지 않으려면 무얼 해야 할까요?


오늘의 질문: 30년 전에 당신은 무엇을 후회하시나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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