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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을 하면서 무슨 생각해요?

오늘도 역시 운동싫어 인간이 나를 끌어내리지만

by 김영무
getty-images-1dBvXdkHpfw-unsplash.jpg Unsplash+In collaboration with Getty Images


매일 운동하면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과거에는 저녁에 스모그를 마음껏 마시면서 도시에서 뛰는 사람이 어리석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모그보다 더 나쁜 건 하루에 한 번 땀 흘리며 운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신문 건강 코너에서 읽은 다음에는 그런 생각도 없어졌죠.


그러니 운동은 나에게 오직 플러스만 된다는 생각은 분명히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역시나 운동싫어 인간인 저는 움직이길 거부했습니다. 헬스장을 끊어놓고 포기한 지 몇 번이 지나자 다시 헬스장을 가기도 거북하더군요. 다행히 올해에는 러닝머신에 적응해서 잘 달리고 있습니다.


몇 번 글에 운동 관련 내용을 쓴 적이 있는데, 작게 매일 운동하는 것이 제게는 정답이었습니다. 어플도 있다고 하던데요? 하루 1km에서 시작해 하루 5km를 뛰게 만들어주는 달리기 어플이 있다고 하는 소릴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미 달리기 시작했으니 안 찾아봤지만 말이죠.


지난 주말은 자녀들과 게임을 너무 많이 하네 마네 이러며 또 갈등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급 피곤해져서 월요일에 달리기를 안 했습니다. 그랬더니 화요일인 오늘 운동싫어 인간이 내 안에서 다시 속삭입니다.


어차피 어제도 안 뛰었으면서 오늘도 그냥 쉬지?


우와… 정말 무시무시한 설득력에 바로 넘어가버릴 뻔.


러닝머신에서 달리면 앞의 모니터를 통해 TV를 보는 사람이 대다수 같아요. 그런데 저는 얼마 전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글을 읽고 뉴스를 끄고 검은 화면을 바라보면서 뜁니다. 자연스럽게 마음과 생각이 이리저리 자유롭게 떠다닙니다.


오늘 해야 할 일. 주말에 자녀와의 갈등.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지금 냉장고 속의 음식 재료들. 어떤 것을 사용해야 낭비가 없을지. 혹시 상한 음식이 있지는 않을지. 빨래는 다 말랐는지. 어서 걷어야 하는데. 어제 읽은 소설 주인공의 모험도 생각해 보고.


약간 의식적으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생각도 해봅니다. 요즘 내가 쓰는 글의 주제가 뭔지. 어떤 소재가 더 있을지. 더 배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위해 과연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는지. 끊어 놓은 인터넷 강좌는 언제 볼 것인지. 어? 이것도 저장해 두고 계속 안 보고 있었네요.


최근에 본 글에서 글을 잘 쓰기 위한 팁으로 아무 때나 쓰지 말고 가장 좋은 글이 뽑히는 시간대에 쓰라는 팁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은 결코 아니었고, 매일 글을 쓰되, 가장 효율이 좋은 시간대를 찾으라는 말이었죠.


글은 억지로 뽑아낸다고 잘 써지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완전 공감했어요. 어떤 날은 술술 대화하듯 잘 써지는 날이 있고, 어떤 날은 딱딱하게 한 문단을 쓰기도 버거운 날이 있죠. 그런데 주로 소재가 내 안의 생각, 내가 직접 경험한 것. 그런 것들로 채워질 때 더욱 술술 풀려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달리면서 다시 생각합니다. 내가 어제 경험한 게 뭐지? 내가 9월에 들어와 어떤 새로운 경험을 했지? 아니, 새로 경험한 게 없을 정도로 지루한 날을 보냈다고? 벌써 9월 10일인데? 감각을 더 확장하고, 시선을 더 넓히고, 몸을 더 움직여야겠습니다.


내가 눈으로, 귀로, 입으로, 오감으로 경험하는 모든 것이 진짜 내 삶인데 너무 스마트폰에만 시선을 집중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다시금 듭니다. 음. 이렇게 널뛰는 생각들을 스마트폰 없이 할 수 있는 러닝머신 위가 새삼 즐거워지는데요?


오늘의 질문: 상상과 공상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셨나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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