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14
친구 다섯 명이 여수에 놀러 왔는데 한때 기사님이 모는 법인 차량을 타던 친구들이 이번엔 다들 잘려서 한 차에 다섯이 타고 내려왔다는 말에 그렇지. 남자는 퇴직하면 그냥 백수지. 하고 공감을 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회사와는 별개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손으로 무엇인가를 직접 만들어내는 사람의 인격이 가장 성숙하다는 말에 오~ 내가 목수 같은 일에 관심이 가는 게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었어~! 하며 혼자 좋아합니다.
노동의 결과가 확인되지 않는 삶. 즉 결과물을 집에 가지고 가는 게 아닌 노동의 대가로 월급을 받아 가지고 가는 삶은 소외된 삶이라는 마르크스의 주장도 처음 들어봅니다. 심리학적으로 내가 노력을 투입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소외감이라는 거죠.
그렇게 따지면 사무직에서 일했던 사람일수록 손으로 직접 하는 일을 배우는 것이 좋다는 말이 이해가 됩니다. 농사를 지어서 직접 재배한 작물을 눈으로 보면서, 먹으면서 만족감을 느낀다면 어떨지 상상해 봅니다. 목공을 배워서 스스로 만든 의자와 탁자를 보면, 사용하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사무직에서 은퇴 후에는 직접 손으로 하는 일을 배워서 심리적인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만드는 거죠. 저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전기를 배워서 홀로 태양광 시스템을 구축해보고 싶습니다. 전력 그리드와 동떨어진 깊은 산속에서 나 홀로 전기를 풍족하게 쓰며 지내면 멋질 거 같아요. 기왕 만드는 거 풍력도 사용해 보면 더 기쁠 거 같군요.
목공을 배워서 작은 집도 짓고, 테이블과 책장도 만들고 싶습니다. 나무 위의 집을 지어 보는 건 어떨까요? 아이들이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설계부터 배워야겠죠? 애들이 좋아할 걸 생각하면 흥분됩니다.
용접을 배워서 데크를 만들고 싶어요. 텐트도 설치하고, 놀이기구도 만들고. 창고 정도는 뚝딱 만들 거 같고 나중엔 경량 철골 구조의 집도 만들 수 있겠지요. 시골집 주변의 펜스도 직접 만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굴삭기 자격증도 꼭 따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의 흙 놀이를 하듯이 내 땅 위에 언덕을 허물고 땅을 다지며 내 입맛에 맞게 땅을 고르고 싶습니다. 거기에 토굴을 파서 저온 저장고도 만들면 엄청 재미있을 거 같아요. 나만의 비밀 공간?
지금은 모두 상상만 하는 중입니다. 아직 아내가 회사 다니는 중이고 아이들도 어려서 홀로 시골에 들어갈 수는 없거든요. 하지만 언젠가는 모두 배워서 2도 5촌에 성공하길 소망합니다. 나이 50이면 아직도 살날이 30년이나 남았잖아요?
정신적으로 안정적이고 성숙한 아저씨, 할아버지로 늙어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시골에 가면 꼭 유기견을 입양할 겁니다. 아파트에서 강아지를 평생 키워보지 못한 후회를 남길 수야 없지요. 아파트에서 키우기 어려운 중형, 대형견을 꼭 사랑스럽게 키워보고 싶습니다.
오늘의 질문: 손으로 직접 뭔가를 만들고 싶은 것이 있나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