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의 소원은 과연 통일인가?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13

by 김영무
random-institute-RoWkHLQJ8xg-unsplash.jpg Photo by Random Institute on Unsplash


북한과 통일에 대한 메시지가 이 책에 들어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저자가 독일 유학 시절 동독이 무너지는 순간을 직접 경험하셨다고 하니 어쩌면 당연한 내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통일에 대해 하면 좋겠지만 과연 그런 날이 올까? 수준으로만 생각해 왔습니다.


저의 양가 부모님은 모두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으로 내려오신 분입니다. 그래서 더욱 전쟁 소식에 민감하고, 극 보수를 지향하시죠. 아무래도 전쟁을 겪고, 형제자매들 중에 몇몇은 그 와중에 죽어간 경험이 그런 월드뷰를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책에서 독일 공영방송의 북한 다큐멘터리 소개가 나와서 혹시나 싶어 저도 유튜브에 north korea를 검색해 봤습니다. 그래서 발견한 영상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막연하게 독재국가겠거니 생각하던 저에겐 아. 북한은 이미 완전히 다른 나라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과 북 모두 같은 민족이라며 통일을 노래하는데, 영상을 보면 저토록 다른데 도대체 무슨 근거로 같은 민족이라는 주장을 하는 거냐는 설명에 공감이 갔습니다. 언어가 같을 뿐. 이미 사고방식과 신념은 완전히 다릅니다. 중국의 조선족 소수민족이 한국어를 구사하지만 사고방식은 중국인인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죠.


정말 우리는 분단을 이산가족의 슬픔처럼 느끼고 있는지. 통일이 되면 북한 사람들을 내 가족처럼 느낄 수 있는지. 김정은이 나타나면 감격해서 발을 동동 구르며 손뼉 치고 눈물 흘리는 저 북한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엄청난 통일세를 수십 년 동안 기꺼이 낼 수 있을지.


통일 후 북한 사람들이 조선 노동당을 창당해 북한 지역에서 몰표를 얻어 대한민국 국회 한자리를 차지할 때 가족처럼 편안하게 지켜볼 수 있을지. 법에서 규정하는 이동의 자유로 인해 인구가 무지막지하게 서울로 몰리게 될 텐데 그런 복잡한 상황을 기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


통일이 되면 최저임금제 법규 아래에서 시급을 받는 거의 모든 일자리가 북한 출신 국민들에게 넘어갈 텐데 그걸 가족처럼 편안하게 바라볼 자신이 있는지. 그들을 2등 국민 취급하지 않고 형제처럼 바라볼 수 있을지. 내 일자리와 내 월급과 내 재산과 내 세금에 영향을 줄 상황을 가족이라 생각하고 넘길 수 있을지.


가장 모범적인 사회주의 국가였던 동독의 인민이 자본주의에 물드는데 한 달이 안 걸렸다고 합니다. 남한에 대한 모든 정보가 개방되었을 때 김정은 체제가 과연 버틸 수 있을 것인지. 북한의 인민이 과연 자본주의를 접하고 자신이 못살고 있다는 팩트 앞에서 얼마나 기다려 줄 것인지.


막연하게 인구가 많아지고 영토가 넓어진다는 상상으로 통일을 옹호할 것이 아니라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하나씩 짚어보기 시작하면 정말 무서운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디 정부가 아주 오랜 계획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준비를 하길 희망합니다. 전쟁은 절대 안 되지만, 갑작스러운 통일 또한 두려운 일입니다.


오늘의 질문: 정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인가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keyword
이전 13화리스펙트가 사라진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