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무 Jul 22. 2024

침을 바르는 행위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11

제주도 목장 직찍 2024년 7월 19일


저는 책은 전자책으로 대부분 읽습니다. 실제로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라는 책도 전자책으로 샀습니다. 오늘은 제 교보문고 계정에 들어가서 과거에 찜해둔 책을 모두 점검했는데, 아주 오래전 책들 말고는 전자책 버전들이 거의 다 나왔더군요. 찜설정을 전자책 버전으로 변경했지요.


하지만 저자는 실물 종이책을 아주 사랑하는가 봅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종이책은 침을 바를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겁니다. 침 바르기는 존재 확인의 숭고한 행위라나? 과거에 돈을 셀 때 침 발라가며 한 장 한 장 세었고, 사랑하는 사람에겐 어떻게든 침을 바르려 했던걸 기억해 보라고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이젠 돈도 현금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카드나 계좌 이체를 사용하며, 나이 들수록 사랑하는 사람에게 침 바르는 행위도 줄어듭니다. 그러면 남는 침 바를 대상은 책밖에 없다는 주장이죠.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해석입니다.


저는 종이책을 추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독서 자체가 주는 매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저 역시 공감하고 강조하고 싶네요. 또한 종이책에 자신만의 생각을 적어 넣듯이, 전자책을 읽을 때는 항상 노트 필기 앱을 열어두고 책을 읽습니다. 그래야 마음에 드는 구절을 옮겨적고, 내 의견을 추가할 수가 있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화면이 작은 모바일로는 전자책을 별로 읽지 않아요. 노트북에 확장 모니터까지 있어야 책도 읽고 옆에서 노트도 하기 편리하거든요. 생소한 개념이나 단어가 나오면 옆의 검색창을 사용하기도 하고, 새로운 인물에 대한 내용이 있으면 그것도 옆에서 검색해 보고. 책의 내용을 나에게 내재화하는 과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책 옆에 노트를 하는 것이 내가 왜 이 구절을 중요하다고 생각했는가에 대한 생각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전자노트 앱에 그걸 기록하는 것 역시 그와 유사한 행위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 역시 메타인지, 즉 내 생각에 대한 생각을 기록하는 것 아닐까요?


저도 이제는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는 않습니다. 중간쯤 가서 내가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을 펴는 저자의 책은 덮어버립니다. 중간에 저자가 영향을 받은 다른 저작을 소개할 때가 있는데 그걸 검색해 봤더니 더 좋아 보여서 그 책으로 갈아탄 적도 있습니다. 골라 읽는 발췌독이야말로 자신만의 의미 구성이 가능해지는 주체적 독서법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합니다.


지난주 가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책을 한 권 들고 갔지만, 애들 챙기랴, 운전하랴, 수영장에서 지킴이 역할을 하랴, 책을 열어보진 못했습니다. 가족여행은 오롯이 가족에게 집중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글도 쓰지 못했습니다. 핑계 아닌 핑계지만 제주도 가족여행은 즐거웠습니다. 여전히 사춘기 아들과의 소통은 어렵지만, 아이들이 즐겁게 수영하는 것을 보는 마음은 뿌듯합니다.


오늘의 결론: 독서는 노트하면서 해야 진짜 나의 것. 다만 가족과의 시간은 별도로 꼭 마련하기!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이전 11화 좋은 것에 대한 욕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