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게 있어서 행복해

아주 간단한 행복의 조건

by 김영무
annie-spratt-VI1Je4Rc8bg-unsplash.jpg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오늘 문득 막내를 학교에 등교시키면서 내가 뭘 할 때 행복한가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뭔가 장대한 계획에 따라서 지금 나의 하루하루가 만들어지고 있지는 않기에 이렇게 슬렁슬렁 살아도 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전혀 느슨하지 않고, 하루에 해야 할 일이 상당한 은퇴 생활이긴 하지만 말이죠.


일단 잡다한 집안일은 매일 해도 매일 또 생겨납니다. 마치 설거지 거리는 매일 쌓이는 것처럼 말이죠. 세탁물도 매일 쌓입니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도 분명 어제 청소기를 돌렸는데 언제 이렇게나 모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쓰레기 통을 비우고 외부에 내다 버리는 사람은 가족 중에 저만 합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신문을 읽고, 성경을 읽고, 블로그를 읽습니다. 신간 코너를 둘러보고 이번주 인기 서적은 뭐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스마트스토어와 쿠팡 판매자 사이트에 들어가 고객과 소통하고, 상품을 주문하고, 입금하고, 배송할 목록을 정리해 창고 업체에 넘기고, 재고 확인을 합니다.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고, 집에 떨어진 생수, 휴지, 비누, 방향제, 세탁세제, 탄산수, 커피 등을 살펴보고 주문하거나 마트에 들러 구매합니다. 오리훈제 고기와 불고기 반제품은 떨어지면 큰일 나죠. 빨래를 했으면 널어야 하고, 널었으면 개어야 합니다. 개어서 각자의 방에 넣어주기까지 해야 완료입니다.


그런데, 행복합니다. 뭔가 할 일이 있다는 점에서 행복합니다. 내가 일을 해줘야 우리 가족들이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습니다. 그리고 내가 우리 가족을 사랑하기에 이렇게 집안일도 하는 것이라 나는 지금 사랑을 행하고 있는 겁니다.


사랑할 사람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우리 막내딸은 귀여움의 극치를 매일 보여줍니다. 한입 숟가락으로 먹는 것도 살 떨리게 귀엽습니다. 물을 워낙 좋아해 목욕을 할 때마다 물난리가 나는 것도 너무 귀엽습니다. 등교와 하교할 때 옆에서 얼굴을 보면 빛이 납니다. 장애를 가졌어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습니다.


아내는 힘든 회사일을 마치고 돌아와도 늘 가족을 잘 챙깁니다. 보기 좋은 사랑입니다. 이젠 나이가 들어가고 있어서 젊을 때의 신비함은 줄었지만 같이 나이 들어가니 상관없어요. 여전히 아름다움을 뿜어냅니다. 소녀감성을 드러낼 때마다 얼마나 귀여운지 모릅니다. 아이들을 챙길 때, 나를 챙겨줄 때,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기대할 거리가 있으면 행복합니다. 그것이 아들의 미래이던, 여유로운 은퇴 생활이던, 새로운 여행이던, 미래의 캠핑이던, 기대할 거리가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이들이 더 성장해서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대학생이 되면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됩니다. 아내와 내가 같이 은퇴하고 뭘 할지 궁금합니다.


오늘의 질문: 할 게 있어서 행복합니다. 무엇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할 일인가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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